올해초, 서지현검사의고백을시작으로정치는물론문화예술, 종교, 교육계까지미투의바람이불지않은곳이없다. 고백의힘은위대했고, 개인의문제로만치부되었던여성문제는이제사회구조적문제로받아들여지기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벌써열두번째를맞은전북여성인권영화제지만, 올해는분위기가사뭇달랐다. 식어가고있다고생각했지만, 영화제현장에서는다시미투의열기가뜨겁게살아나는듯했다.
제12회전북여성인권영화제'희허락락(喜.Her.樂.樂)'이양성평등주간인지난 7월 6일과 7일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열렸다. 개막작은미국대학내성폭력문제를고발한다큐멘터리'헌팅그라운드(감독커버딕)'.
미국여대생다섯명중한명이성폭력을경험하지만, 신고되는것은단 5%에불과한현실. 가히'문화'라할만한대학내성폭력실태는'명예'를지키려는대학당국에의해묵살되고은폐되기일쑤다. 영화는그에맞서는'생존자'들의기나긴여정을카메라의눈을통해서보여준다.
영화제를기획한노현정전북여성단체연합사무처장은"한국대학도미국대학과다르지않다"며"전북지역의두개대학에서도미투가있었다. 아직해결되지못했고, 진행과정도공개되지않고있다"며미국과마찬가지로폐쇄적인한국대학의현실을꼬집었다.
올해영화제에서는 10편의장•단편영화가상영됐다. 다름에대한편견을버리고새로운가족의모습을제시한'그들이진심으로엮을때(감독오기가미나오코)', 직장과출산사이에서고통받는간호사들의목소리를담은'내차례(감독김나경)'등이다.
특히올해에는'흰집(감독정영)', '말없이추는춤(감독김유라)', '뼈(감독최진영)'등전북에서활동하는여성감독들의작품이상영돼의미를더했다. 노사무처장은여성영화제는"기존상영관을통해서는접하기어려운영화들"이라며, 이영화들을통해"인권, 노동, 가족의형태등다양한관점에서여성을이해하는계기가되길바란다"고밝혔다.
폐막작으로는전주시민미디어센터여성영화워크숍을통해제작된단편여성영화'소녀씨름왕(감독김찬송)'이상영됐다. 이영화는씨름판에도전장을내민한소녀의이야기를담고있다. 폐막작상영뒤엔워크숍참가자들과함께한'연대를위한 TALK'도진행됐다.
올해영화제는여느해보다도중년층여성관객이많아눈길을끌었다. 권위적인가부장문화의영향권내에서남성중심의가치를어쩌면당연한것으로여기던세대의인식이바뀌고있다는것을확인할수있는변화였다. 하지만관객들대부분은여성문제를제대로인식하기에는'아직갈길이멀다'는평이다.
대학생김미진씨는미투운동이후의분위기에대해"더조심하는분위기가된것은맞다. 하지만아직도농담삼아'나미투당하는거아냐?'라고말하는사람들이있다"며사회적인문제가여전히정당한이슈가되지못한채자칫한때의상황으로지나가는것은아닌지우려된다고말했다. 어렵게미투운동에동참하게된피해자들의고통을한낱농담으로폄하하는사람들이아직도많다는것이다. 서울에서왔다는박성욱씨도"여전히남성우월주의에빠져있는사람이많다"며"단시간에모든것이바뀔거라고는생각하지않는다. 장기적으로봐야할문제"지만진행과정을보면안타까움이크다고말했다.
기대했던전북여성영화제에대한아쉬움도적지않았다. 관객조혜진씨는"이틀밖에열리지않았던점을포함해서전체적으로시간에쫓기는느낌을받았다"고지적했다. 놓친영화를다시볼수없었던점도불편으로꼽았다.
노사무처장은"적은예산으로진행되다보니챙길수없는부분이많다"며"관객들의관심이높아지고있는만큼내년부터는더나아지는영화제가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밝혔다.
신민경전북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는개막식에서"성평등사회를만들어가야한다는인식이넓어진것같다. 이런바람속에행정이나정책적인부분도담보됐으면좋겠다"며여성인권향상에대한기대감을드러냈다. 개막식에참석한김승환교육감도"남성과여성에사이에권력이존재해선안된다"고강조하면서, 주체와객체를만드는사회구조가바뀌어야된다고말했다.
여성발전기본법을근거로매년 7월 1일부터 7일까지지정돼온여성주간은지난 2015년여성발전기본법이양성평등기본법으로개정되면서'양성평등주간'으로명칭이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