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협회에서는 그림책을 '제 10의 예술'이라고 명명했다. 그림책을 예술이라고 칭하는 것은 작가의 예술적인 감성이 독자가 미감을 느끼게 하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이야기를 대하고 감동받는 행위 자체도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한명인 앤서니 브라운. 그의 원화가 한국소리문화전당에서 펼쳐졌다. '행복'을 주제로 앤서니 브라운의 약 200여점의 원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8월 18일 토요일, 마당에선 그림책을 디자인하고 기획하는 아트디렉터 김수정씨를 모시고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전시를 둘러보았다.
"한국은 현재 세계의 그림책 출판계에서 뜨거운 열정을 자랑합니다. 세계 곳곳의 국제적인 상에 입상자와 후보자들을 내고 있습니다. 언어도 한정되고, 국가의 출판 경쟁력도 다른 언어권에 비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창작 그림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뛰어난 그림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의 작가들은 문학성이 높고, 이중독자를 만족시키며, 스타일에서도 선도하는 그림책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출판시장이 좁아지고 타 매체에게 잠식당할 거라는 위기감에도 한국 그림책 작가들은 포기하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트디렉터 김수정의 그림책 이야기
현재 수정에디션 대표 이자 디자이너인 아트디렉터 김수정. 그녀는 철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물음에 그 본질적인 단어를 시작으로 의미를 탐구한다. 이번 강의도 그림책의 사전적 의미를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림책은 그림을 모아 놓은 책, 혹은 어린이를 위해 주로 그림으로 꾸민 책, 글과 그림이 어우려져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 등 미묘하게 다른 뜻이 많이 있다. 대체로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엮은 이야기책이란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글과 그림으로 엮은 이야기책은 모두 그림책일까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한 가지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의 '사자의 서'는 글과 그림으로 된 이야기로 파피루스에 제작되어 출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그림책일까. 그녀는 그림책이 '그림책'으로 그 이름을 얻은 것은 그림책의 형식보다 그림책을 보는 대상에 의해 그 이름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림책은 바로 아이들에게 글과 그림으로 시청각적 교재로 등장했다.
그림책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의 변화 요인을 들었다. 신분사회에서 시민사회로의 변화, 대중예술의 발전, 고도의 기술력, 그리고 어린이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또한 사진과 영상의 등장과 발전이 그림책에 실린 이야기를 리드미컬하게 전달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그림책의 요소에 대해선 늘 이중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글과 그림이라는 구성요소도 그렇지만, 책을 대하는 사람들도 아이와 어른이라는 이중 독자를 상대한다. 그림책을 짓는 작가는 어른, 그림책을 선택해서 구입하는 사람은 어른,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어른, 그 모든 과정을 뚫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림책의 진짜 독자인 아이에 다다른다. 목적지는 아이인데, 앞서 모든 선택과 구별은 어른이 하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가 각자 보는 두 가지 방식이 동시에 그림책이 담겨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연령층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앤서니 브라운展 '행복한 미술관'
앤서니 브라운은 영국 출신 그림책 작가로 2000년 그림책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안데르센 상을 영국 최초로 수상하며 가장 인기 있는 그림책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주 전시를 통해 그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만나 볼 수 있었다.
1976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앤서니 브라운은 1983년 <고릴라>와 1992년 <동물원>으로 케이트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기발한 상상력,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과 탄탄한 구성력,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으로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창의성을 키우는 셰이프 게임을 보급해 왔으며 이를 주제로 한 마술 연필을 가진 꼬마 곰 시리즈를 출간했다.
기존의 어린이 그림책들과는 다르게 개인의 내면세계 그리고 어린이가 가정 내에서 겪는 심리적 내면세계를 책에 담아냈다. 초현실주의를 아우르는 현대 미술의 기법들을 작품 속에 잘 녹여 내어 독특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고, 어린이 그림책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많은 대표작품 중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2017년 신작인 '숨바꼭질'이다. 순한 놀이 숨바꼭질을 소재로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극적으로 긴장이 해소되는 순간 얼마나 큰 행복감과 안도감이 밀려오는지 경험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림 속 숨은 그림을 찾는 앤서니 브라운의 재치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원화 작품 공개는 한국이 처음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 외에도 명화들을 침팬지의 시각으로 패러디 한 대표작 '미술관에 간 윌리(1999)',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중 고릴라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고릴라(1982)',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새끼 코끼리를 풍부한 색채로 표현한 '코끼리(1974)'등도 전시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