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 | 기획 [다시 그리는 선미촌]
아픈 기억의 공간에서 희망의 싹을 틔운다
이동혁(2018-10-31 12:16:39)
전주시청에서 직선거리로 약 200여 미터, 사람 걸음으로는 약 6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바로 지척에 전주고등학교와 풍남초등학교가 있고,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 마트도 코를 맞대고 있다. 그런 거리 한편에 성매매집결지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불러일으킨다. 보고도 믿지 못할 일상 속 비일상의 전경.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 유곽에 뿌리를 두고 있는, 80여 년 세월의 선미촌이다. 항상 그곳에 존재해 왔지만, 알고서도 모른 척 외면해 왔던 시선 밖의 공간이 거기 있었다.
도심 속 외딴 섬, 선미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선미촌을 문화예술마을로 바꾸려는 시와 관련 단체의 노력 덕분이다. 2011년 서노송동 도시재생 연구사업이 개시되면서 주민과 소통이 시작되었고, 지난해에는 선미촌 정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성매매집결지 내에 현장시청을 개소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문화저널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선미촌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여성인권과 공간에 찍힌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의 활동을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