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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 | 기획 [청년이 말하다]
가지각색의 이유,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
(2018-11-16 12:43:39)

열악한 환경, 사람으로 극복하다_이상혁

전주에서 영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 협력이 필요한 작업임에 불구하고 전주는 그 인적 인프라가 너무나 작다. 하지만 전주에서 첫 작품을 찍었고, 두 번째 작품 역시 전주에서 찍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주가 너무나 편하다. 촬영하기 편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영화에서 장소, 공간이라는 것은 하나의 주인공과 같다. 그 장소, 그 공간만이 주는 분위기와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전주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가진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이유는 적지만 동료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맘에 맞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 전주에서 나는 그런 사람들과 만났고, 그들과 함께 작품을 하고 있다.
요즘 작업을 거듭하며 느낀 것이 있다. 전주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에 고유한 지역색을 띠게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평생 이 지역에서 살다 보니, 정작 이곳의 색이 무슨 색이었는지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우리 지역, 우리 동네의 어떠한 것들이 독특하고 특별한지 알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차이를 몸소 느끼고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고유의 것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전북대학교에서 통계학을 전공했으나 영화에 뜻을 두었다. 단편영화 스태프 활동을 시작으로 영화에 입문해 지난해 단편 <목욕탕 가는 길>을 연출하였다.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운다_김석

나에게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더 나은 '재미와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물론 서울 등의 대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고, 정보의 습득이나 재원 마련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에는 지역만의 매력과 재미가 있다.
부족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도전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내 안의 잠재성을 더 많이 발견해 나가고 있다. 나에 대해, 그리고 지역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것을 좇아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무척 재미 있어 지역을 떠날 수 없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시골의 농촌마을이다. 농촌은 전주라는 중소도시에 비해 더 열악한 환경을 갖고 있다.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은 뒤집어 보면 '아직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촌의 자연경관과 사람들, 어르신들이 나의 자산이며, 가능성이다. 얼마 전 마을에서 제2회 두월노을문화축제를 개최했다. 남들이 잘 보지 않는 자연경관을 무대삼아 어르신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패션쇼를 하고, 마당극을 올려 주위의 찬사를 받았다. 모두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어르신들이 함께해 준 결과다. 이렇게 부족하지만 함께 '재미와 의미'를 찾는 과정이 내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유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사회복지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김제 두월노을마을 사무국장, 두권책방 두노마점 주인장, 마을N복지연구소 누비다 대표 등 마을활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기대, 나를 숨쉬게 한다_강평화

서울에서 지낼 때는 모든 업무를 많은 사람들이 나눠서 했다. 철저한 분업 사회에서 나는 하나의 작은 톱니에 불과했다. 많은 이들이 한숨 돌리는 시간도 아깝다고 했다. 그렇게 뛰어간 그와 지하철 플랫폼에서 다시 마주친다. 우리는 얼마나 시간을 벌면서 살까.
여러 가지 싫증 덕분에 전주로 다시 왔다. 한 다리만 걸치면 서로서로 다 알만한 전주는 내게 오해로 가득한 도시라 할 수 있다. 어딜 가나 삶이 있다면 애증이란 단어는 줄곧 쫓아다니는 느낌이다. 애증의 도시 서울을 떠나 온 오해의 도시 전주는 어떤 애증을 다시 안겨줄까.
쓸모가 없어지면 소멸한다는 것. 즉, 퇴화한다는 것. 생물학에서 퇴화의 반대는 진화가 아니라 한다. 유기적으로 얽힌 단어체계, 요컨대 쓸모가 없어지면 퇴화하는 것을 진화라고 표현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서울과 지역을 유기적으로 얽힌 단어라 한다면, 지역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은 활동에 대한 정의가 먼저인 것 같다.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 지금의 난 잘 모르겠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전주 객사에서 '서점, 평화서단'이라는 문화 공간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지켜내고 싶은 것들이 이곳에 있다_문지현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어 행복하다.
처음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가로 시작할 무렵 '나는 이곳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란 물음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전북에서, 그리고 전주에서 다양한 환경 활동들을 경험하며 배웠고, 푸르미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자연과 친구하기' 연습을 통해 지역을 더욱더 이해할 수 있었다. 글로써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며 그들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갈 때마다 나의 활동가로서의 자부심도 커져갔다. 지역에서 배우고 익힌 활동을 어떻게 다시 지역에 되돌려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문득 어렸을 때 잠깐 스쳤던 고향 부안의 "상괭이"가 떠올랐다. 새만금이 생겨나고 그곳에 살고 있던 '상괭이'가 떼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멸종위기종 상괭이를 지켜주고 싶었다. 지역에서 환경 활동을 한다는 것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나에게 지키고픈 것이란 이곳 전북의 사라져 가는 모든 것이다.

2015년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고, 이후 현재까지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초등학생 환경교육과 도시정책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부족해서 더 큰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_박지훈

서울로 올라간다는 사람들이 많은 이때, 그래도 지역에 남아 뭔가 해 보겠다는 이들을 보면 퍽 대견한 마음이 앞선다. 서울에 머물 곳이 없고, 더욱이 내 집 마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젊은 피가 지역에 머물러 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우리 서점도 처음 문을 열 땐 전주 토박이들이 참여했다. 전주에서 독립출판물만을 다루는 서점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이제는 정말 많은 종류의 독립출판물이 모여 있는 서점이 되었다.
하지만 서점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꾸려 갈 수 없기에 다른 교육이라든지 강의라든지 외부 활동을 하면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솔직히 열악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서점 문을 계속 여는 이유는 지역 문화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지역에 대한 애착도 있고, 새하얀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설렘도 있다. 지역이 서울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많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부족하기에 더욱 새로운 시도들이 의미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을 담아 오늘도 어김없이 서점 문을 연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독립출판물 에이커매거진을 발행했고, 지금은 독립서점 에이커북스토어의 책방지기로 지역의 독립출판 풍토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_김소라

전주에서 극단 두루를 운영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아직 굳건한 뿌리를 내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아동극, 소리극, 낭독극, 뮤지컬 등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키워준 8할이 바람이라 했지만 나를 키워준 건 힘들어도 함께 해준 지역의 사람들이다. 이러한 토대가 있었기에 지금은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활동 하고 있다. 공연 장르 특성상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과 서울 구분 없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전주의 정서가 오롯이 배여 있는 소재가 어떻게 하면 보편성을 얻게 되는지, 관객들에게 지역 구분 없이 좋은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지점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쓸 때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곳의 정서는 오히려 지역과 중앙의 벽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이때에 숨겨진 보석이 될 수도 있다. 지역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을 때는 평범하게 보이지만 밖에서 볼 때 비로소 빛이 나는 보석. 그동안 지역에서 활동할 때마다 부족한 인프라를 해결하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해결 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은 국가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젠 그럴수록 더욱 기본에 집중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 기본은 결국 나에겐 작품의 내용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깊어질수록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10년 전 극단 두루를 창단하고, 현재는 극단 대표와 극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창극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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