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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 | 문화현장 [리뷰]
화가로서의 집념과 미련이 오롯이 담기다
(2018-11-16 13:50:15)

승동표 화백 탄생 100주년 특별전
화가로서의 집념과 미련이 오롯이 담기다

'한국의 세잔'으로 불리는 운봉 승동표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이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북대학교 박물관(관장 김성규)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다. '열정, 분단, 은둔 그리고 희망'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고인의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소개, 한국 미술사에서 그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특별한 자리로 마련됐다.
강렬한 색감과 붓 터치, 대상물의 간략화, 두껍고 견고한 외곽선 표현 등 후기 인상주의 화풍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한국에 100여 점, 북한에 60여 점, 일본에 10여 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서양화 75점과 드로잉 33점, 국민훈장 목련장 등 유품 149점이 지난 2013년 전북대 박물관에 수탁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30여 점의 서양화와 드로잉이 선을 보였으며, 특히 1936년 '제1회 전조선 학생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작품 등 새로 찾은 작품 두 점이 공개돼 주목을 모았다. 그동안 이 작품은 조선일보에 게재된 흑백 사진으로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승 화백은 1918년 9월 14일 평북 정주군에서 출생해 1933년 임용련 선생의 지도로 미술에 입문했다.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이중섭의 후배로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으며  1938년 일본 동경으로 유학해 근대 서양 미술을 체득했다. 1942년 귀국 후에는 고향에서 교직 생활을 했고, 1951년 1·4 후퇴 때 아내, 세 아이와 떨어져 영원히 이산가족으로 남게 됐다. 이후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다수의 작품을 남겼지만, 작고할 때까지 한 번도 전시회를 열거나 출품한 적이 없어 오랫동안 묻혀진 화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전북대학교 박물관, 정읍시립박물관 등에서 그의 미술세계를 조명하는 연구 작업과 기획전을 이어내면서 한국의 세잔이라는 칭송과 함께 근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예술가로서 평가받게 됐다.


태조어진 봉안의례
고증으로 되살린 문화유산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전주 경기전에 봉안하는 행사인 '2018 태조어진 봉안의례'가 지난 10월 13일, 전주시청 앞과 팔달로, 경기전 일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태조어진 봉안의례는 조선 왕조의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전통 문화 콘텐츠를 확충하기 위해 전주시가 주최한 행사다.
태조어진 봉안의례는 1688년에 서울 영희전의 태조어진을 새로 모사하기 위해 경기전의 태조어진을 서울로 가져갔다가 다시 전주 경기전으로 가져왔던 과정을 고증을 통해 진행하는 행사로, 진발 의식과 태조어진 봉안행렬, 봉안고유제로 구성된다. 재현 행사는 시청 앞을 주정소(왕이 행차 중 멈춰 쉬는 곳)로 정하고, 행렬의 출발을 알리는 진발 의식을 시작으로 봉안 장소인 경기전까지 행렬이 이어졌다.
행렬의 선두는 어진을 호위하는 전라감사가 이끌었고, 전사대와 신여, 향정자, 전부고취, 신연, 후부고취, 중사, 사관, 도제조, 후사대 등이 뒤를 따랐다. 이번 봉안의례에는 취타대와 풍물패 등 총 300여 명이 동원돼 장엄한 광경을 연출했다.


한글날 기념 특별전시
목판에 새겨진 전주의 꽃심

'완판본연구회'의 세 번째 전시가 572돌을 맞은 한글날을 기념해 지난 10월 6일부터 오는 12월 30일까지 완판본문화관(관장 안준영)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완판본연구회는 대장경문화학교에서 진행 중인 전통 판각 강좌를 수료한 후 완판본 판각 기능의 맥을 이어 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임이다. 완판본 한글고전소설이 한글의 보급과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완판본연구회 역시 완판본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며 전주다운 한글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회원 서른다섯 명이 참여했으며, 완판본 심청전 상·하권의 주요 구절에 각자의 해석을 덧붙인 목판서화 작품으로 '뜻밖의 심청전'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에 '뜻밖'이란 표현을 쓴 것은 심청전을 찬찬히 다시 읽게 된 계기, 소리 내어 읽는 재미를 경험한 시간, 고어와 사투리를 발견하는 즐거움, 완판본과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등 그 모든 것이 작품 안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전시 개막일인 10월 6일에는 문영선 시인의 '심청을 판각에 꽃피우다' 시 낭송이 이어졌고, 한글날인 9일에는 '모음과 자음의 이야기, 목판화 책갈피 만들기' 체험 행사도 진행됐다. 완판본문화관 안준영 관장은 "완판본 한글고전소설은 한글의 꽃심이자 전주의 문화적 자산이다. 완판본문화관은 매년 한글날 주간을 기점으로 전시, 체험, 문화 행사 등을 기획하여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완판본 문화를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리뷰] 서학동사진관 임수식 개인전
행복의 근원을 찾아가는 모색과 성찰의 시간

10년 동안 타인의 서가 400여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은 임수식 작가의 개인전 '바벨'이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28일까지 한 달간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 열렸다. 앞선 전시에서 한지에 손바느질로 서가 사진을 이어 붙인 작업을 선보인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하얀 책장을 들과 산, 바다와 포구로 옮겨 놓았다.
책장에 꽂힌 책들에는 전부 하얀 포장이 되어 있어 책의 단서는 읽을 수 없다. 누구의 것이었는지, 무슨 책인지, 누가 쓴 책인지조차 알 수 없다. 이제 책의 의미가 없어진 것인가? 작가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그 미궁에서 벗어나려 한다.
책을 통해 수많은 석학이 나왔고, 과학이 발전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식'해졌다. 하지만 신을 부정할 만큼 '분별력'을 갖는다 해도 인간은 행복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더 깊은 절망 속에 빠지게 됐다. 지식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는 사회의 한계에 사람들은 절망한다.
작가의 전시 '바벨'은 지혜의 눈을 외부(타인의 지식과 명성)에서 찾지 않고 마음 안에서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을 보여 준다. 바벨탑은 생과 사, 천국과 지옥, 행과 불행을 인간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뜻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그 무엇을 찾아 나서는 것이 작가의 작업이다. 그는 비바람 치는 땅 위에서 지혜의 근본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다. 그것은 그의 열린 마음에 대한 염원이며, 근원에 대한 모색과 성찰이기도 하다.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으로 학·석사 과정을 마친 작가는 '책가도-정물의 초상'(서울 한미사진미술관, 2017), '풍경3부작-랜드스케이프 오브 디자이어'(서울 갤러리 밈, 2016), '책가도'(스페인 파시코메디아스 갤러리, 2014) 등 16회의 개인전과 '덕수궁 프로젝트-빛, 소리, 풍경'(덕수궁, 2017), '비욘드 랜드스케이프'(스페이스 아트N, 상하이) 등 100여 회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다.


국립무형유산원 명인 오마주
명인의 삶, 그 길을 따라 걷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무형유산 분야에 평생을 바친 예술인을 기리고 그들이 남긴 소중한 전통문화를 꾸준히 전승하고 돌아보는 무대 '2018 명인오마주'를 마련했다. 이번 무대는 녹야 김윤덕, 월하 김덕순, 금파 강도근 등 작고 명인 3인의 삶과 예술적 발자취를 생전 영상과 사진, 음반 등을 통해 소개하는 소중한 자리로 만들어졌다.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 열린 10월 13일 첫 공연 '청출어람 靑出於藍'은 뛰어난 기량으로 가야금 산조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로 인정받고, 거문고로도 큰 일가를 이룬 고 김윤덕 명인(1918~1978)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무대로 준비됐다. 음원으로 복원된 그의 연주가 펼쳐졌으며, 그의 예술 세계를 따르는 제자들의 연주, 가야금 산조 기능보유자 이영희와의 대담, 고 황병기의 회고 영상 등이 공개됐다.
20일 공연 '전무후무 前無後無'는 '월하 이전 월하 없고, 월하 이후 월하 있을까'란 찬사를 받는 가곡의 대가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연주자인 고 김덕순 명인(1918~1996)의 예술 세계와 삶의 여정을 조명했다. 제자인 가곡 보유자 김경배와 김영기가 꾸미는 대담과 음반소개, 생전 육성 공개, 가곡 감상, 제자들의 헌정무대로 진행됐다.
27일 마지막 공연 '지고지순 至高至純'은 농사꾼이기도 했던 자신의 우직한 삶을 단단한 소리로 뿜어내며 지역 소리 발전과 제자 육성에 힘쓴 고 강도근 명창(1918~1996,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기능보유자)의 예술적 업적을 펼쳐 보였다. 이날 무대에선 판소리 전수교육 조교였던 김수연과 명인의 조카이자 가야금 병창 보유자인 안숙선이 회고 영상으로 그를 추억했으며, 명인이 부른 <춘향가>, <홍보가> 감상과 음반 소개,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헌정 공연, 흥타령, 육자배기, 자진육자배기 등이 이어졌다.


동문 헌책방 벼룩시장
동문거리에서 만난 인문학 장터

동문거리 헌책방과 시민이 참여한 '헌책방 벼룩시장'이 지난 10월 14일과 20일, 동문예술거리에서 이틀간 열렸다.
전주문화재단이 기획한 이번 행사의 무대는 과거 서점과 문화 공간, 소극장, 미술학원 공방, 헌책방 등 인문학과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문화의 중심 지역이었다. 이번 동문 헌책방 벼룩시장에는 동문예술거리에 뿌리내린 인문학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40여 년 동안 동문예술거리를 지켜 온 헌책방 '한가네서점'과 '일신서점'이 참여했다. 헌책 프리마켓과 물물교환, 동문 헌책방 교환쿠폰, 헌책방 대표가 소개하는 도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복고풍을 내세운 '헌책방 DJ' 퍼포먼스를 선보여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전주문화재단 정정숙 대표는 '동문예술거리에 있는 다양한 인문학 자원들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동문 인문학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고, 이번 행사 이후 동문길60을 중심으로 헌책을 상시로 교환하고 독서를 독려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이를 동문예술거리만의 특색 있는 인문학 브랜드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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