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이웃이 골목을 맞대고 있던 시절에는 골목이 곧 마을 사랑방이었고, 아이들의 놀이터였어요. 오다가다 만난 엄마들이 골목에서 수다를 나누는 풍경이 참 흔했어요. 아이들은 골목에서 모여 노는 게 일상이었죠. 하지만 아파트가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그런 골목 문화도 점점 보기 어려워졌어요."
2008년 문을 연 옹달샘 작은 도서관은 정겨웠던 우리네 골목 문화를 도서관에서 대신할 수는 없을까란 고민에서 시작됐다. 사라진 골목 대신 도서관이 주민들의 사랑방과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하면 어떻겠냐는 것. 개관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관장직을 맡아 왔던 신지호 씨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지난 10여 년간 도서관을 이끌어 왔다. 뜻이 맞는 운영위원들을 모집, 선출했고, 동 대표들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관계를 개선해 왔다. 그렇게 관계를 쌓는 데 들인 시간이 3년. 소통을 제일 가치라고 말하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부 운영자가 이끌어 가는 일방적인 도서관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만들고 나누어 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걸 위해 입주민 중에 재능 있는 분들을 모아 강좌와 동아리도 개설했어요. 재능 있는 분들은 그걸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생겨 좋고, 입주민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고, 그렇게 서로가 만족할 수 있도록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싶습니다."
옹달샘 도서관이 지금과 같이 견실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운영위원들의 확고한 비전 공유도 한몫했다. 그는 "사서가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도서관은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며, "운영위원들이 소통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한 목표를 가지게 되면 부득이 사서가 그만 두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도서관의 정체성이 흔들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 덕분에 매년 최우수 도서관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남아 있다. 변해 가는 시대에 발맞춰 도서관도 바뀌어 가야 한다는 것. 공동체를 회복시킨다는 당초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문제는 10년 전과 지금의 가치가 또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처음 도서관을 설립할 때 30대 중후반이던 분들이 벌써 40~50대에 접어들었어요. 그때의 30대와 지금의 30대는 또 다르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도서관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