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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 | 기획 [아파트의 작은 도서관]
아파트 작은 도서관, 정말 필요할까?
작은 도서관의 고뇌
이동혁(2018-12-31 11:09:26)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은 다양한 형태의 작은 도서관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설치가 법으로 강제된 시설이다. 법적 근거는 1994년 개정된 '주택 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따르며, 500세대 이상 공동 주택에는 반드시 작은 도서관을 설치할 것을 명시해 놓았다. 이 규정 덕분에 아파트 작은 도서관은 양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정작 현실은 도서관을 운영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에서 강제하는 것은 설치까지로, 운영은 온전히 입주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없는 입주자들에게 도서관 운영은 그 자체로 부담일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나서는 이가 없다면 덩그러니 방치될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예산 지원까지 중단해 버리면 무일푼으로 도서관을 운영해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용객들은 먼발치서 방치된 도서관을 기웃거리다 이내 발걸음을 돌려 버리기 일쑤고, 심지어는 도서관보다 체력단련실을 만들자는 민원까지 받고 있는 형편이다.
전주시 'ㅇ' 작은 도서관도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갈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ㅇ 도서관은 불과 3년만에 작은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최우수 도서관에 선정됐을 정도로 단기간에 높은 성장을 이뤘지만, 일부 동 대표들은 이용객이 적다는 것을 이유로 곧 다가올 사서 재계약에 반대하고 있다.
동 대표들의 반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A 씨는 "이용객이 적은 점을 문제 삼고 있는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용객이 지난해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다. 우리 도서관의 경우 이용객의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더욱이 개관한지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은 도서관에 정착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ㅇ 도서관의 사서 재계약 건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반대하는 동 대표 측은 여전히 15%밖에 안 되는 이용자들을 위해 예산을 할애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찬성 측은 삶의 질 향상과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A 씨는 "자원봉사자들만으로 잘 운영되는 사례를 만들면, 봉사자들이 잘 하는데 왜 굳이 사서를 뽑아야 하냐는 논리로 흐를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작은 도서관은 크기가 작다는 의미도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단순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공동체라는 의미에 가깝다. 이러한 작은 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랑방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문화 공간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수혜자인 동시에 운영자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아파트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갈등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서관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아파트 작은 도서관들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파행 운영되거나 도서관을 공공의 공간으로 인정하지 않아 예산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관계에 따라 도서관의 존립이 흔들리는 것이다.
자로 잰 듯이 칸칸이 나뉜 아파트에 산다 해서 개개인의 삶의 질까지 네모반듯하게 제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공간의 순수한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도서관이 어떻게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지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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