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제회의에서 주제 강연을 진행한 일본 행복경제사회연구소 에다히로 준코 대표는 "지역 경제는 지역 주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역 도시가 지나치게 외부 지역과 국가에 식량, 에너지, 수입을 의존하고 있어 내부적인 자립도가 낮다"며 우선 지역 경제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자본의 심각한 외부 유출을 설명하기 위해 영국 신경제재단이 만든 '새는 양동이 모델'을 소개했다.
"지역 경제를 양동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공장이나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방문객을 불러들여 그들이 우리 지역에서 소비한 돈을 양동이에 담아 옵니다. 하지만 이 양동이에 담긴 돈은 꽤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물관을 짓기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고 하자. 하지만 그 공사를 수행하는 담당자가 외부에서 온다면 박물관 공사에 집행되는 돈은 우리의 양동이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공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외부에서 받는다면? 유지보수 작업이 외부 업체에 의해서 이뤄진다면? 양동이에 담긴 돈은 즉시 다시 나가게 된다. 에다히로 대표는 지역 경제의 회복이 그 구멍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논리는 맞지만, 실제로 그 구멍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막연하다. 그는 시각화가 중요하다며 구멍을 찾을 수 있는 '산업연관표(입력-출력표)'와 '쇼핑 설문조사'를 소개했다.
산업연관표는 정부가 작성하는 일종의 가계부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이 산업연관표를 통해 우리는 우리 지역의 어떤 산업이 돈을 버는지, 그리고 잃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돈을 잃는 산업이 바로 지역 경제의 구멍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도 지역 경제의 구멍을 찾는 데 유효한 방법이다. 영국 트렌지션타운 토트네스 주민 단체는 설문조사를 통해 식음료 구매의 3분의 1만이 도시 내부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꿔 말하면 3분의 2는 도시밖으로 유출된다는 말이다. 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트렌지션타운 토트네스는 지역 식품 이용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
구멍을 찾았다면, 구멍을 막기 위한 방법은 명료해진다. 에다히로 대표는 일본 시마네현의 작은 섬 아마쵸를 예로 들었다.
"60km 떨어진 육지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받아 오던 아마쵸 숙박업체들은 그러한 구조가 지역 경제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섬 안에 세탁소를 만들어 밖으로 새는 돈을 막았죠. 이러한 '지역 생산으로 돌려 오기'의 방법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켜 낸 돈을 다시 지역에 재배치했을 때에야 비로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회적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돌봄이나 복지, 청년 또는 여성에 대한 지원, 채무자와 노숙자를 돕는 비영리성 프로젝트는 평범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지역에 모인 돈을 유통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사람들의,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금융' 운동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