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국학전주비엔날레가 2년 만에 다시 전주를 찾았다. 지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21세기의 한국학 : 도전과 응전'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 각국에 확산돼 연구되고 있는 한국학의 현황과 수준, 역할을 살펴보고 향후 발전 방향과 지원을 모색함으로써 앞으로도 한국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와 기회를 마련하고자 준비됐다. 심도 높은 논의와 토론을 위해 세계 22개국에서 100여 명의 교수 및 학자가 초청됐으며, 신진 학자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에게도 발표 기회를 확대하여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인적 네트워크의 장으로서도 역할을 수행했다.
6일 리셉션을 시작으로 7일과 8일엔 전북대학교 인문사회관에서 본격적인 학술대회가 이뤄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안병욱 원장은 한국에 대한 각국 학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민주화와 과거사 정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과거사 문제는 친일반민족 행위나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문제, 군사정권하 인권침해 문제들을 감안할 때, 남아공, 중남미, 스페인 등의 사례들을 한꺼번에 떠안고 있는 형국"이라며,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지만, 그러한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부터 화해와 평화의 길로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의 박노자 교수(본명 티코노프 블라디미르)가 진행했다. 그는 '외국의 한국학'이란 주제로 노르웨이와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한국 문화를 실제로 어떻게 바라보고, 또 인식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박 교수는 "때때로 한국 언론은 한류가 유럽 전역을 휩쓴 대중적인 문화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 K-POP 팬들을 하나로 묶는 커뮤니티 멤버는 750여 명뿐이며, K-POP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불과 수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스칸디나비아 내에서 한국학이 보다 장기적이고 깊은 학문으로 발전할지 여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 외에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노르웨이 교역국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노르웨이 미디어가 북한 관련 뉴스에 치중하고 있단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은 노르웨이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으며, 그 이미지는 주류 국제 미디어의 영향 아래 고정관념과 불평등에 지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도서 시장에서의 존재감 역시 미미해 탈북자와 서방 언론인이 쓴 북한 관련 책 10여 권을 제외하면 한국 현대 자본주의와 관련된 책은 단 두 권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어떤 면에서 한국은 지난 세기 동안 역사에 의해 많은 사회, 정치, 경제적 실험들이 진행돼 온 실험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실험의 결과들이 세계의 많은 나라들과 공유되어야 한다"며 이번 학술대회의 의미와 취지를 설명했다.
두 사람의 기조발제 후에는 언어학·번역, 문화·역사·철학, 한국어 교육, 문학·상호문화 등 네 개 분과로 나뉘어 학술대회가 진행됐으며, 이튿날인 9일에는 한옥마을, 국립무형유산원, 국립전주박물관, 금산사 등 전주시 일원에서 한국의 멋을 돌아보는 문화 탐방이 이뤄지기도 했다.
전북대학교 코어사업단 이종민 단장은 "지난 1회 대회의 경우에는 각국의 한국학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집중했다. 두 번째를 맞은 올해에는 그 바탕 위에 한국학의 확산과 방향 모색을 위한 고민을 덧대었다"며,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가 '한국학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뜻깊은 행사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