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은이) | 동아시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번갯불처럼 깨우쳐 준 각성의 책이다.
이 책은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질병으로 남긴 상처를 해독하는 학문인 사회역학의 눈으로 질병을 바라보며 사회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를 통해 들여다보는 한국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와 낙인찍기로 얼룩진 부조리한 세상이다. 그런 사회적 구조가 야기한 질병은 약이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저자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 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과연 그런 공동체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쉬운 문장과 짧은 장으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깊은 충격을 주며 우리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타자의 아픔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만 아픔은 비로소 한 사회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은이) | 창비
맨부커상을 받았다 하여 한강의 이름이 갑자기 유명해졌다. 그러나 수상작 『채식주의자』보다 이 책이 훨씬 더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 책이 내게 소설가 한 강을 재인식하게 했다. 평론가 신형철이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라 평한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했으나, 그 사실들은 소설가의 가슴을 거치면서 압축적이고 시적인 문장으로 재구조화된다. 소설은 총 6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각 장마다 주체가 달라진다. 화자는 달라지지만, 그들이 경험한 '참혹함'은 동일하다. 누구는 죽었고, 누구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소설 속의 인물들을 통하여 1980년 5월의 고통은 우리에게 현재화된다.
한강이 독자들을 인도하는 풍경은 참혹하면서도 고요하고, 그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은 섬세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읽는 사람을 진저리치게 할 정도로 격렬하다. 열다섯 나이에 시민군에 합류했던 한 소년은 그가 겪은 죽음을 환기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