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은이), 유나영 (옮긴이),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이제는 익숙한 개념인 '프레임'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알린 책이다. 우리의 생각이 이성이란 초월적 존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 어릴 적부터 배웠던 언어 속 프레임들에 의해 구성된다는 사실을 인지언어심리학적으로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다.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을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요구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된다."
언론의 모든 헤드라인, 정치인의 모든 슬로건, 광고의 모든 홍보 문구는 바로 이 프레임을 정교하게 계산하여 구성된 언어들이기도 하다. 미디어 교육을 받는 어린 학생들부터 치열한 논쟁이 한창인 시사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싶은 성인들까지 꼭 한번쯤 읽어 보아야 할 필독서다.
우리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뇌'를 겨냥한 세상의 수많은 프레임들로부터 나의 뇌를 지키고, 내 나름대로의 주체적인 생각을 갖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추락』
J. M. 쿳시 (지은이), 왕은철 (옮긴이) | 동아일보사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 1983년과 1999년 부커상을 2회 수상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기득권의 영역에 속해 있던 대학교수이자 지식인이 역전된 상황에서 추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날카로우면서 회의적으로 통찰하는 소설이다.
저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현실과 정신상태를 한 오라기의 감상도 없이 예리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존재의 중추신경'을 건드리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저자의 서술에는 섣부른 감상이 자리잡을 여지가 없다.
만약 어떤 도그마가 아닌 도그마 사이의 틈과 그 틈 사이로 오고가는 바람과 냄새와 소음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은 그것을 가장 아름답고 처연하게, 동시에 가장 절망스러우면서도 너무나 희망을 갈구하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순 덩어리들로 버무린 아름다운 아카펠라라고 할까? 무엇보다 소설로서 너무나 매혹적인 인물과 서사가 등장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캐서린 케첨,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지은이), 정준형 (옮긴이) | 도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을 '사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듯이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여 머리에 저장된 것이 기억이라고 믿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장한 내용이 바래어 잊히고, 때로는 다른 기억과 혼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최초에 '있는 그대로를 사진 찍듯이 기록'한 것이 기억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보편적 상식을 뒤집는다.
기억은 애초부터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그러니까 사진을 찍었다기 보다는 손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심지어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일이 발생했다고 그려두면 그것이 기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변화하고 왜곡된다. 우리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믿는 기억이 실제로는 전혀 일어난 적 없는 거짓기억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독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는 동시에, 우리의 뇌에 대해 보다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대단히 중요한 지점이다. '뇌'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