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중에 발견한 좋은 글귀에 조용히 밑줄을 긋거나 남몰래 메모해 놓곤 했던 기억들이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발견한 소중한 보물을 품 안에 고이 간직하고자 하는 어여쁜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보물은 나눌 때 더욱 풍성해진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감상과 허물없는 대화 속에서 사유의 폭은 더욱 넓어지고, 평소에는 말할 수 없었던 깊은 속내까지 나눌 수 있게 된다. 낭독은 이처럼 힘이 세다.
지난 2월 15일, '서점&카페 카프카'에서 등단 1년차 작가들과 독자들이 함께하는 낭독회가 열렸다. 낭독회가 처음인 참석자들도 많았지만, 그래서 더욱 그 느낌이 생생하고 신선했다. 진솔하고 따뜻하게 작품과 서로의 삶을 나누었던 시간, 그 현장을 문화저널이 함께했다.
서점&카페 카프카에서 진행된 이번 낭독회는 강성훈 대표가 공간을 빌려 주고, 참여 작가들이 직접 기획한 자리였다. 이휘빈, 임주아, 김헌수, 최아현, 윤여진, 강성훈 등 총 여섯 명의 작가가 둘씩 짝을 지어 '첫 독자가 되어주세요'란 이름으로 지난 1월 19일부터 낭독회를 진행해 왔다. 기자가 찾아간 2월 15일 낭독회는 '첫 독자가 되어주세요'의 두 번째 시간으로, 지난해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각각 시와 소설로 등단한 김헌수, 최아현 작가가 짝을 이뤄 독자들을 맞았다.
"출판 시장이 어려워져서 그런지 등단을 해도 작가들에게 원고 청탁이 거의 안 들어와요. 작품을 발표할 곳도 없고, 그냥 시인, 소설가 직함만 달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전주에 사는 동네 작가들과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 그런 바탕에서 기획된 것이 바로 '첫 독자가 되어주세요' 낭독회예요."
작가에겐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독자에겐 새내기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더욱 의미 있었던 이번 낭독회에 대해 강 대표는 "누구에게나 글을 나누고픈 욕구가 있다. 그 글이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글이라면 더더욱 함께 공유하고 싶을 것"이라며, "그런 나눔의 마음을 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낭독"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의 시 낭송을 시작으로 막을 연 이날 낭독회에서 참석자들은 모두 진지하게 낭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시간을 '음미'했다. 김 시인은 문태준의 '수란거리는 뒤란',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외에도 등단작 '삼례터미널'과 본인의 시 세 편을 소개했으며, 최 작가는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와 등단작 '아침 대화'를 낭독했다. 낭독회가 끝난 후에도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오래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낭독의 여운을 즐겼다.
이날 첫 낭독회를 훌륭하게 끝마친 김 시인은 "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엄마나 할머니가 '엄마 손은 약손, 할머니 손은 약손'하며 곧잘 배를 문질러 주시곤 했다. 그런 입엣말처럼 작가의 음성을 독자들에게 익숙하게 들려주는 것이 바로 낭독"이라며, "목소리의 억양이나 음의 고저에 따라 전해지는 마음들이 전부 다르듯 누군가가 읽어 줌으로써 느낄 수 있는 부분도 크다. 그게 낭독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최 작가 역시 "낭독을 하면 앞서 놓쳤던 부분들이나 새로운 표현, 단어들이 보인다. 그게 낭독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묵독의 읽기는 지식 습득에 가깝지만, 낭독은 문학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차분하게 점을 찍어 가듯 낭독을 하면, 같은 책이라도 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