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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 | 문화현장 [리뷰]
책 도구에 담긴 정신과 얼을 기록하다
(2019-03-22 17:00:40)

『책기계 수집기』 출간
책 도구에 담긴 정신과 얼을 기록하다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동물만이 아니다"
효율과 편리만을 쫓는 이 시대, 옛 도구들의 가치를 따스하게 조명하는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책공방북아트센터' 김진섭 대표가 출간한 『책기계 수집기』(책공방). 이 책은 책공방이 '1년 1책 자유 출판'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책공방 아카이브 시리즈의 다섯 번째 결과물로 과거 장인들이 사용하던 책기계가 어떻게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책공방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정리한 책이다.책에는 멸종 동물처럼 사라져 가는 '책 만드는 도구와 기계'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저자의 부지런한 열정과 '보물'을 만났을 때의 기쁨,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있는 기계들에 대한 아쉬움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저자는 서문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기계는 현재 우리나라 현장에서 모조리 사라졌다. 책 기계만이 아니라 손으로 사용한 책 제작 도구 또한 다 자취를 감췄다"며, "디지털의 광채로 아날로그의 그림자를 마지막 한 점까지 지우면서 자칫, 기계에 담겨 있는 정신까지 사라지지 않았는지 걱정"이라고 했다."세상의 모든 것은 사라진다.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그래야 기억되고 역사가 된다."내용뿐만 아니라 겉모양과 구성도 특별하다. 책공방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누드양장제책' 방법으로 책등의 속살을 드러내 예스러운 맛을 살렸고, 책 위, 아래와 책배를 재단하지 않아서 독자들이 낱장을 넘길 때 세 번째 책장은 북 나이프로 절취하면서 읽도록 했다. 편지 봉투를 뜯듯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하는 '맛'이 있다.책은 서문 '책 속에 간직된 또 하나의 얼굴', 1장 '멸종동물처럼 사라져간다', 2장 '고물이 실은 보물이라면?', 3장 '뇌세포에 새겨진 명품 인쇄소들', 4장 '기계 수집, 예삿일이 아니다', 5장 '나는 왜 가시밭길을 걷는가?', '특별기고' 등 256쪽으로 이뤄졌다.저자는 지난 2001년 책공방을 설립했고, 2013년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에 둥지를 틀고 지역출판 전문가 양성학교와 자서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한 곳에서 배울 수 있는 책예술학교와 책공방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도 계획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책 잘 만드는 책』, 『책 만드는 버스』, 『북 바인딩』, 『책 잘만드는 제책』과 책공방 아카이브 시리즈인 『한국 레터프레스 100년 인쇄도감』, 『책공방 15년』, 『책공방, 삼례의 기록』 등이 있다.


김정경 시인 『골목의 날씨』
닿지 못한 사랑과 먼 그리움이 있는 그곳

"자고 나면 결심이 무너졌다. 더 끝까지 나를 몰고 갔어야 한다는 자책과 부끄러움 때문에. 그럼에도 시에게는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이제 이 몸은 안심하고 떠돌 수 있겠다. 돌아올 수 있겠다."
김정경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 『골목의 날씨』(천년의시작)에 적은 '시인의 말'이다. 비로소 집을 찾은 시들의 울림이 은은하게 가슴을 채운다. 「추운 나라의 언어들처럼」으로 시작하는 시집은 「입춘」으로 끝을 맺으며 다가올 희망을 전한다.
『골목의 날씨』에는 누군가의 꿈결 속에 남아 있을 법한 소소한 골목의 이런저런 모습들이 등장한다. 그 골목 풍경은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간다. 도마 위 고등어 토막을 물고 골목으로 사라져 버린 고양이들, 재개발로 허물다 만 집 몇 채가 있는 골목, 살 길은 막막하지만 연애가 하고 싶었던 청춘들의 시장 골목,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던 구도심의 바람난 골목, 목젖까지 차오르는 이별의 쓴맛을 봐야 했던 너를 만나러 가는 길목까지, 그렇게 골목은 다양한 표정으로 우리의 시간과 함께한다.
스무 살의 김정경을 기억하는 박성우 시인은 "그는 내가 아는 한 시와 삶에 대한 극진함이 큰 시인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시집 속에는 "우리가 아직 가 닿지 못한 사랑이 있고 먼 그리움이 있다"고도 전했다.
해설을 쓴 문신 시인은 김 시인의 시가 '내어(內語) 가득한 하나의 세계'라고 정의하며, 언어에 대한 시인의 자의식을 "시인으로서 일상의 언어를 채굴하고 재련해 시의 언어로 정련하고자 하는 연금술에 대한 강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강박을 중압이나 억압과 같은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소함이라는 사적 트라우마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경남 하동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전북일보'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전주MBC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다.


이적요 서른다섯 번째 개인전 '몽상가의 사물들'
오래된 사물과 함께하는 자신만의 고독한 시간 여행

긴 밤의 풍경을 저장해 놓은 램프, 페인트가 벗겨져 속살이 드러나도 빛나는 펜대와 펜촉, 과거와 현대를 이어 주는 시간의 집이 되어 버린 시계. 오래된 사물들은 작가에게 의식의 발판을 만들어 주고, 그림의 질료가 돼 주었다.이적요 작가의 서른다섯 번째 개인전 '몽상가의 사물들'이 지난 2월 14일부터 27일까지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몽상가로서, 철학가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익명의 누군가가 좋아했을 다양한 감성이 스민 사물들을 캔버스에 배치했다. 누군가의 손때가 스며든 과거의 사물들은 작가를 통해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유행에 따라 쉽게 버려지는 인간의 사물보다는, 퇴색되지 않는 감성 속에서만 말을 걸어오는 몽상가의 사물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유다.작가는 "현대는 사물들까지도 시간을 말살시킨다. 유행으로 시작해서 유행으로 폐기 처분되는 현대의 사물들을 보면 쓸쓸한 소멸이 초라한 초상으로 다가온다"면서, "그렇게 나의 겨울은 100년을 살아온 사물에 대한 몽상이었고, 내 의식과 그림 속으로 들어온 사물들에 대한 사유는 결국 시간과 침묵이 됐다"고 전했다.


2019 장수가야 봉수문화제
철과 봉수의 왕국 장수가야의 위상을 전하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봉수의 최종 종착지인 장수가야의 위상을 알리기 위한 '장수가야 봉수문화제'가 지난 2월 19일 장수 의암공원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장수가야! 정월대보름을 밝히다'를 부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전북도립국악원이 주최하고 장수팔공청년회가 주관을 맡았다. 장영수 군수를 비롯해 김종문 군의회 의장, 박용근 도의원, 전북도 윤동욱 문화체육관광국장, 이태근 도립국악원장 및 지역 관람객 500여 명이 참석했다.행사는 농악대 공연과 민속놀이, 서커스 공연을 시작으로 도립국악원의 국악 공연과 장수가야 봉수점화식, 풍년기원제 및 달집태우기 등 다채로운 참여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장수가야를 상징하는 도립국악원의 무용 공연인 '가야의 새벽'은 관객들에게 미지의 왕국인 장수가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실제 장수가야 봉수를 재현해 진행된 봉수점화식은 1,500년 전 장수가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이어진 정월 대보름맞이 풍년기원제에선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으며, 지역민들의 소원을 두른 달집 점화와 화려한 불꽃놀이, 강강술래를 끝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장영수 군수는 "올해 처음으로 봉수문화제와 정월 대보름 행사를 접목한 '장수가야 봉수문화제 및 정월대보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철과 봉수의 왕국 장수가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이를 통해 장수가야의 지속적인 발굴과 학술 연구를 추진해 고대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장수가야의 역사 재정립에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1,173편 출품
높아진 수준, 사적이고 미니멀해진 시선이 눈에 띈다

올해 스무 돌을 맞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 출품 경쟁이 뜨겁다.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는 지난 2월 14일 한국영화 공모에 총 1,173편이 출품됐다고 밝혔다. 1월 31일에 마감된 올해 출품작 공모는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과 비경쟁 부문의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제작한 지역 공모로 나뉘어 진행됐다.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대상으로 한 '한국경쟁'에는 총 105편(극영화 70편, 다큐멘터리 25편, 극다큐 6편, 실험영화 4편)이 접수되어 지난해 89편보다 소폭 증가했다. '한국단편경쟁' 응모는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871편에서 155편이 증가한 1,026편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 출품 수를 기록했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예년에 비해 올해는 대체적으로 영화들의 수준이 높고 고른 편이라 고무적이다. 특히,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다수의 작품들이 눈에 띄고 작품 경향도 다양해졌다"며, "큰 가치를 추구하는 영화들도 있지만 좀 더 미니멀하고 사적인 필터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경향이 많아진 것에 주목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및 비경쟁 부문 선정작은 심사를 거친 후 3월경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며, 선정된 작품은 오는 5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포스댄스컴퍼니, 칭게이퍼레이드 초청
전북의 춤꾼들, 싱가포르에서 빛나다

부안예술회관 상주단체 '포스댄스컴퍼니'가 싱가포르 '칭게이퍼레이드'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지난 2월 15일과 16일, 싱가포르 할리마야콥 대통령과 리센룽 총리가 참석하고, 아시아 10개국 100여 단체 6,500명이 참여한 싱가포르 최대 축제 칭게이퍼레이드에서 한국 대표로 초청받은 포스댄스컴퍼니의 도깨비가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돌아왔다.
포스댄스컴퍼니는 전북 무용, 미디어아트, 연극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태권도 시범단 60명이 중심이 되어, 싱가포르 현지 한국태권도 마샬아트 아카데미 60명과 함께 칭게이퍼레이드에서 전북 문화를 알렸다. 부안 격포의 도깨비 민담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번 작품은 스트릿 댄스, 한국 무용으로 도깨비의 움직임과 용의 화려함을 표현하고, 힘찬 태권도 격파로 역동적인 도깨비를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공연을 감상한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직접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열정적인 한국 참여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칭게이퍼레이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포스댄스컴퍼니는 오는 6월 일본 '요사코이마츠리축제', 10월 필리핀 '마스크페스티벌'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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