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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 | 기획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진지하고 사려 깊은 표현의 해방구가 되다
더 깊어진 고민, 더 넓어진 표현
이동혁, 김하람(2019-05-31 15:16:59)

10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떤 연유 때문일까. 특히 속담들이 그렇다. 강산이 변하는 주기도 10년이고, 커다란 바위도 10년간 바라보면 구멍이 뚫리고, 10년 적공이면 간절한 바람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10년은 그만큼 긴 시간이고, 꾸준한 지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던 것이다. 그럼 20년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 간절한 소원도 두 번은 이루었을 그 시간에 특별한 기대를 거는 것은 욕심일까?
스무 돌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 측도 영화제를 준비하는 내내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교차된 날실과 씨실처럼 고민과 열정이 한데 엮여 만들어진 변화들, 총 53개국 275편의 작품들이 상영될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시 새로운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 기존 슬로건의 영화와 표현 사이에 작은 쉼표를 하나 찍었을 뿐이지만,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영화와 표현을 분리함으로써 영화와 표현의 해방구를 각각 강조하고, 표현의 자유를 유지하는 토대 위에서 다양한 영화 표현 방식들이 열리고 확장되고 또 이어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운영 측면에서 보인 두드러진 변화는 경쟁 부문 시상의 증설이다. 지난해 한국경쟁 시상금을 증대한 것에 이어 올해는 한국경쟁 부문에 배우상을 신설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가는 경쟁작들의 수준, 그 배경엔 척박한 독립영화 제작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참여한 배우들이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한국경쟁 부문에 배우상을 신설하여 그들에게도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심사위원특별상 시상금을 늘려 국제경쟁의 시상 규모도 증대했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몇 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상금을 증대해 온 것은 앞으로도 수준 높은 경쟁작들을 유치하여 국제영화제로서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2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페스티벌의 정체성과 비전을 미래지향적으로 제시하고자 20주년 특별 프로그램 '뉴트로 전주'를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에선 지난 20년간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을 만들었던 감독들을 대거 초대하여 영화제의 역사와 전통, 정체성, 미래를 이야기한다. 총 스물세 명의 감독들이 전주를 방문하여 신작을 상영하고, 작가의 영화적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은 세 가지 기준을 마련, 감독들을 초청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역사와 비전, 정체성에 동의하고 이를 작품에 구현해 왔던 감독, 2018년 이후 한 편 이상의 신작을 발표한 감독,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하여 그들의 과거와 미래 전망을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감독. 이상에 준거해 초청된 스물세 감독들의 신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의 거리로 일원화되었던 주요 행사 공간을 원도심 밖으로 확장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엔 팔복예술공장으로까지 영화제 공간을 넓혔다. 이곳에선 영화제 기간 진행될 전시를 포함, 현대 영화의 실험적인 경향을 반영한 익스팬디드 시네마가 더욱 크게 확장된 익스팬디드 플러스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익스팬디드 플러스는 올해 새롭게 마련된 코너로, 전통적인 방식의 극장 상영은 물론, 미술관 형태로도 영화를 상영하고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신구를 막론하고 국내외 열두 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20회 이후 영화제 큐레이션의 방향과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획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영화사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스페셜 포커스 섹션에 편성된 한국영화의 또 다른 원천, 와일드 앳 하트는 각각 20세기, 21세기 한국영화를 재평가하는 기획으로, 새로움과 전복의 욕망을 품었던 한국영화사의 위대한 순간들을 끄집어낸다.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예술적으로 새로웠고, 시대의 부조리에 맞섰으며, 시대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 25편(20세기 12편, 21세기 13편)의 한국영화를 선정했다. 20세기 한국영화, 21세기 한국영화를 한눈에 살펴보는 두 개의 프로그램은 오늘날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영화인들을 교육하고 마스터 및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지원하는 라이팅 캠프도 올해 새롭게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전주프로젝트마켓에 속한 미들어스 랩에서 마련한 이번 캠프는 대중적인 강연에서 탈피하여 보다 실용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전통적인 영화 형식과 상영 방식에서 탈피해 진정한 의미로서의 '표현의 해방구'를 지향하고 있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면면을 문화저널이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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