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가치를 되살리고 지역출판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이 지역출판인과 연구자, 독자들이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고창 책마을해리 일원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역에 살다, 책에 산다'를 주제로 지난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에는 4일 동안 관광객 2만여 명이 방문해 전국 각지의 출판물과 도서문화를 감상하고 지역출판의 의미를 되새겼다.
3회째를 맞은 한국지역도서전은 2017년 제주, 지난해 수원에 이어 올해에는 고창에서 열렸다. 고창군과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가 공동 주최했고, '온나라 지역출판전시', '지역출판포럼', '마을작가와 만나다' 등 55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유기상 군수는 "지역출판은 지역의 문화와 삶을 담는 그릇인 만큼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이 지역출판을 살리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인 '지역에 살다, 책에 산다'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지역이 살아나기 위해선 그 바탕에 책과 출판생태계의 건강한 살림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 또 다른 의미는 지역의 책을 사자는 것이다. 지역 책을 구매함으로써 수익을 얻은 지역출판사가 더 나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다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 '살다'와 '산다'에 담긴 의미다.
도서전이 열린 지난 4일 동안 고창의 조용한 농촌마을은 거대한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폐교를 고쳐 만든 '책마을해리'를 중심으로 관람객들은 마을 골목길, 마당 현켠, 오래된 이야기를 간직한 마을 정자에서 지역 책을 읽으며 토론하고 지역 뮤지션의 공연을 즐겼다.
'책뜰'이라 불리는 책마을해리 운동장에서는 고창을 포함한 1회 개최 도시 제주, 2회 개최 도시 수원, 4회 개최지로 확정된 대구까지 각 개최 도시 출판사들의 소개 부스가 운영됐다. 지역출판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할인 행사까지 진행돼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고창, 순천, 곡성, 칠곡, 부여, 제주 '할매들'의 삶의 기록을 모은 '할매작가 전성시대전'도 눈길을 끌었으며, 교사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엮은 출판물을 전시한 '학교출판전'도 선을 보였다. 지역 책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온나라 할매작가들의 글쓰기 이야기, 군산푸른솔초등학교 어린이 시인들과 만나며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 됐다.
11일에는 '제3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독자상' 시상식도 열렸다. 천인독자상은 1,000명의 독자가 상금을 모아 좋은 지역출판물을 격려하는 뜻깊은 상이다. 대상에는 경상대학교 지앤유출판사의 '도시의 얼굴들(저자 허정도)', 공로상에는 제주 한그루출판사의 '청정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저자 김정희)'와 광주 전라도닷컴의 '스무 살 도망자(저자 김담연)'가 선정됐다.
같은 날 열린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의 밤'에서는 유기상 고창군수와 고창군의회 조규철 의장,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신중현 회장이 함께 지역 책 독서운동 등 고창이 지역출판도시로서 앞장서기 위한 내용을 담은 '고창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창한국지역도서전 이대건 집행위원장은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출판하는 일은 지역의 소멸을 늦추고 지역을 재생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며, "지역문화 콘텐츠가 지닌 가치를 높여 한국지역출판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