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과 전라선, 그리고 장항선이 교차하는 철도 교통의 요충지, 선사 시대 삼한의 으뜸이었던 마한과 백제 시대의 찬란했던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 익산. 백제 무왕의 천도설로 유명한 왕궁리 유적과 백제 최대의 가람으로 기록된 미륵사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익산의 대표 관광지다. 이처럼 편리한 교통과 세계의 인정을 받은 역사 유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익산이지만, 그동안 관광지로서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조금 불편해도 좋으니 지역에 도움이 되는 관광객들이 몰려 왔으면 좋겠다고 주민들이 먼저 말을 꺼낼 정도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익산이 아닌, 관광객들이 오래도록 머물고 음미하는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익산관광두레 이광현 PD는 '문화공감 곳간', '수나무공방', '백제왕가마' 등 주민 주도의 민간 사업체들을 발굴하며 지역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들을 펼쳐왔다. 특히, 역사 자원을 스토리텔링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관광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어 내고 있는 그들. 과연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지 이 PD에게 소개를 받았다.
미스터리 추리 여행, 오늘의 탐정은 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은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방문하는 익산의 명소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동인지 같은 백제 시대 유적임에도 쌍릉 등과 같은 장소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게 됐다. 그런 점이 항상 아쉬웠던 이 PD는 쌍릉을 배경으로 하는 이색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백제왕릉의 역사적 기록 중 도굴을 당했다는 내용을 스토리텔링하여 도굴범의 흔적을 찾고 분석해 범인을 잡는 청소년 체험 여행 프로그램 '백제왕릉, 도굴범을 잡아라'다.
기존의 흔한 해설 중심의 여행에서 탈피하여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적지 곳곳에 호기심 가득한 흔적들을 배치해 여행의 마지막까지 흥미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백제왕릉 주변에서 도굴범의 흔적을 쫓아 미션을 해결하고, 그렇게 얻어진 힌트들로 범인을 잡아 벌을 준다는 설정으로, 아이들보다 오히려 부모님들이 더 재미있어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익산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대전, 광주, 천안, 세종, 화순, 무안 등에서 오는 참가자들도 많으며, 단순히 즐기는 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적인 측면도 함께 담아내 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참가 후 익산의 역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추가 방문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익산의 매력을 톡톡히 담아낸 여행 프로그램이다.
고백, 로맨틱한 울림 속에 담긴 익산의 멋
서동요가 구전되던 거리, 새로운 백제 건설을 위한 무왕의 꿈이 서린 천년 고도. 그러나 이렇게 풍부한 이야기를 간직하고도 지금까지는 관광객들에게 그 내용이 깊이 있게 전달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 PD와 '문화공감 곳간'은 관광객들에게 익산의 내밀한 정서와 이야기들을 '고백'이란 키워드에 담아 전하고자 뜻깊은 여행 코스를 개발했다. 古百(옛날 백제로의 여행), 告白(진정한 고백 여행), GO-100(익산에 백 번 가는 여행) 등 고백의 여러 의미를 끌어낸 '익산(영화 같은)고백여행'이다.
고백여행은 미륵사지석탑, 왕궁리 오층석탑, 교도소세트장, 익산 원도심 등 장소별 특성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 속 마음의 짐과 고민,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익산을 대표하는 문화재들과 교도소세트장을 연계해 진행되는 고백여행은 일상의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 주는 '나도 배우다(죄수복 체험)' 프로그램부터 소중한 인연을 더욱 끈끈하게 다지는 '인연의 끈 만들기' 체험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고백팔찌(수갑)'를 통해 자신과의 약속 또는 친구, 연인, 가족과의 고백과 소원들을 기록하여 고백의 벽에 걸어두는 이색적인 체험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미륵사지 산책과 함께 진행되는 '소원 향기탑 만들기' 체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뒤에는 익산 원도심 중매서시장을 방문해 먹방 투어를 즐기기도 하고, 딸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 맥주집을 운영하다가 결국 딸과 재회하게 된 익산역 앞 엘베강의 사연을 들으면서 한 번 더 소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계문화유산과 교도소세트장, 원도심 체험을 '고백'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내 감탄이 나오는 여행이란 찬사를 받기도 한 익산고백여행은 원도심 여행 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보물찾기의 상품으로 준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을 주고 있으며, 익산, 부여, 공주, 대전 등 금강과 백제권역을 중심으로 한 연계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광현 PD가 생각하는 익산 관광의 미래란?
지역 관광이 나아갈 방향은 반드시 지역의 주민 또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하며, 지자체에서는 주민 또는 주민 사업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주민 사업체들은 지역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고, 그 지역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함으로써 힐링이 될 수 있도록 상품 개발과 운영 및 관리에 힘써야 하며, 특히 소탐대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처음의 마음가짐이 오래도록 유지되어 마을마다 버티고 서 있는 느티나무처럼 그 지역에 가면 여행객들을 언제든지 반겨줄 수 있는 뚝심으로 오래도록 동행할 수 있어야 한다.
관광두레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다양한 관점에서 입을 모으고 있으며, 지역 깊숙이 안정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3년 또는 5년이라는 제한적인 기간 탓에 주민 사업체들이 온전히 자발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우수리더스 업체들만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나머지 사업체들은 방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광두레센터에서 관광두레지역협력사업이라는 중간지원조직의 개념팀을 운영하는 것처럼 전라북도도 지역거점센터를 만들어 주민 사업체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농촌, 도시재생, 문화관광재단 등 중간지원조직 또는 DMO 방식의 상호 지원 네트워크 활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만 지역 관광이 특별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