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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7 | [문화저널]
우리악기 우리음악을 아십니까? 애틋한 그러나 때로는 씩씩하고 여무진 소리 피리
문정일 우석대교수 국악학과(2003-09-24 10:01:58)
피리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대중들에게 보급되었던 대표적인 관악기 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우리네들은 부는 악기는 모두 「피리」라고 부르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점으로 보아도 피리의 대중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버드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면 속나무를 뽑은 후 피리를 만들어 불었던 우리 조상들의 구성진 민요가락이나 메나리조 선율이 바로 한국인의 정서요 감성이요 삶이였으리라. 피리 소리는 거센 듯 나긋거림 속에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푸는 듯 조이기에 인간의 격하고 애틋한 감정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며 씩씩하고도 여무진 소리로 그 위세를 당당히 하기도 한다. 피리의 종류로는 세 가지가 있으니 향피리 세피리 당피리가 그것이다. 향피리는 시누대를 25-26.4cm정도로 잘라서 뒤에 1개 앞에 7개의 소리 구멍을 내어 「관대」로 삼고 7cm정도를 겹으로 접어서 서(리드)를 만들어 한쪽 끝에 꽂아 소리를 낸다. 왼손 모지로 뒷소리구멍을 막고 식지 장지 명지 그리고 오른손 식지 장지 명지 소지 순으로 7개의 소리구멍을 막아 악기를 잡는다. 그리고 입술의 긴장을 풀고 서(리드)를 살며시 감싸서 3분의 1정도 물고 배에 힘을 주어 입김을 불어 넣는다. 악기의 쓰임은 기악합주, 독주, 무용반주 등 여러 분야에 고루 쓰이며 특히 정악곡 중에서 「관악영산회상중 상령산」과 「수제천」의 선율은 피리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으며 민속 음악 중 대풍류에서는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악기의 하나이다. 소리구멍에 손가락을 올려 잡거나 내려잡아서 청(Key)의 변화를 주기도 하며 요즈음에 와서는 창작곡의 다양화에 따라서 각기 청이 다른 악기를 (G관 A관 B관 C관 D관)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음악의 특이한 점 중의 하나가 각 악기마다 취법(吹法)이나 지법(指法)에서 약속된 구음법(口音法)이 있는데 시용향악보, 안상금보 등 옛 악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리의 구음법은 '나누루너노느르나'이며 굳이 비교를 한다면 서양음악의 계명창과 비슷한 것이다. 예를 들면 부토「 」표는 혀를 격한 입김과 동시에 서(리드)에 댔다가 띠는 표시로 「시레」라고 구음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전문적인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세피리는 향피리보다 크기도 작고 음량도 적어서 거문고 가야금 양금과 같은 현악기가 중심이 되는 실내악에 편성된다. 그리고 가곡 가사 시조 등 성악반주에 편성된다. 세피리는 관이 가늘며 김이 통하는 내경(內徑)이 좁고 서(리드)가 작기 때문에 호흡조절이 매우 어렵다. 예쁘고 가는 소리를 간드러지게 누에가 실을 뽑듯이 소리를 내야 한다. 당피리는 서역계의 악기인데 고려 예종 9년(1114)에 송나라의 신악(新樂)이 들어 올 때 우리나라에 전래된 악기이다. 당피리의 재료는 해묵은 황죽이나 오죽을 쓰며 고려사악지 당악조에 보면 소리구멍이 9개로 소개되어 있고 세종실록 중 악기도해에도 9개로 되어 있으나 이조 성종 때 향피리와 같이 8개로 개량되었다. 향피리보다 관의 내경이 크기 때문에 힘이 들지만은 폭넓고 활달한 음색을 구사할 수 있다. 향, 세피리는 황(隍)의 음고가 Eb인데 당피리는 황(隍)이 C가 된다. 소리 내는 법은 향피리와 동일하며 현재는 제례악과 당악계 음악에 편성되며 대표적인 악곡은 「종묘제례악 중 전폐희문」과 「해령」을 감상하여 보면 그 웅장함과 당당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피리 연주자는 일반적으로 이 세 가지 피리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유사악기인 태평소, 생황 또한 연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피리의 아쉬운 점은 자연산의 시누대를 채취하여 수공으로 악기를 만드는 까닭에 악기마다 음정이 고르지 못하다. 따라서 연주자가 입술을 조이거나 풀고 또 입김의 세기를 조절하여 음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악기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음색은 변하지 않고 음정이 고른 악기 제작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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