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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 | 특집 [오래된 오늘]
손 닿는 모든 곳에 짚이 있었다
짚공예 이야기
이동혁(2019-10-15 13:55:35)



지금 젊은 세대들은 알까. 생활 도구 일체를 짚으로 엮어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초가집에 올린 이엉은 물론 도롱이, 멍석, 삼태기, 망태기 등 온갖 생활 도구를 만드는 데도 짚이 사용됐다. 어디 그뿐인가. 울타리, 두엄, 심지어는 화장지 대용으로도 사용됐을 정도로 짚은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수품이었다.
천연 재료로서뿐만 아니라 짚은 주술적으로도 인간의 삶, 그리고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산모가 진통을 느끼면 정갈한 짚을 한 움큼 집어서 산욕 기간 동안 바닥에 깔아 주었고, 걸음걸이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신발 역시 짚을 엮어 만들었다. 또, 가난한 사람이 죽었을 땐 짚으로 만든 거적에 말아 내다 묻는 일도 예사였다. 그야말로 짚과 함께 태어나 짚과 함께 살고 짚과 함께 삶이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들어 대량생산을 통한 양철 지붕과 슬레이트, 플라스틱제 공산품과 강력한 화학 접착제가 등장하면서 볏짚 도구는 우리 곁에서 급격히 사라져 갔다. 우리 삶과 그토록 가깝고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지만, 이제는 옛 분위기를 연출하는 카페나 음식점 혹은 농경 관련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이 됐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마을 공동체 단위로 짚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라북도 남원시 부절마을 어르신들은 지금도 전통 기법 그대로 멍석과 가마니를 짠다. 이곳 부절마을과 더불어 무주 배방마을도 짚공예로 유명한 마을이었지만, 고령화로 인해 점차 짚을 짤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현재 마을 단위로 짚공예품을 만드는 곳은 전북에서 부절마을이 유일하다.
부절마을 어르신들은 2004년부터 각종 공예전에 참여해 70여 회에 이르는 수상 경력을 쌓아 왔고, 2011년에는 한국짚풀공예대전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 등 다섯 명의 어르신들이 상을 휩쓸어 볏짚공예 마을로 널리 이름을 알려 왔다.
지난 9월 18일,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작업장에 나와 가마니를 짜는 두 어르신의 손이 분주했다. 오랜 시간 누적된 경험과 연륜을 자랑하듯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가로대, 가마니를 짤 때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호흡도 지난 세월만큼이나 단단하게 묶였다.
"어르신, 가마니 짜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왜 안 힘들어, 힘들지." "이렇게 힘드신데도 계속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없어."
단박에 나온 어르신의 대답에서 이미 삶의 한 부분으로 체화된 전통을 엿봤다. 이분들이 더 이상 가마니를 짤 수 없게 되었을 때, 누가 다시 이 전통을 이어 갈까? 줄곧 이어져 온 전통이 반가운 한편, 더 나중 일을 더듬자 못내 씁쓸함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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