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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 문화현장 [문화현장]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조충익 선자장 별세
그의 삼태극, 마음에 새기다
김하람(2020-01-15 10:41:50)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조충익 선자장이 지난 12월 10일 오전, 향년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48년 장수에서 태어난 조충익 명인은 전주에서 태극선 노점상을 시작으로 어깨너머 부채 제작 기술을 익혔다. 조충익 선자장이 명인으로 인정받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전주로 나와 고서점에서 심부름을 했다. 그러다가 전주시민극장 앞 도로변에서 태극선과 옛 그림, 인쇄된 명화를 파는 노점상을 하게 된다. 합죽선도 좋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태극선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노점상을 하면서도 틈틈이 부채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어깨너머로 부채 제작 기술을 습득했다. 그의 나이 서른 살 즈음,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부채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어려서부터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빠른 속도로 부채 만드는 기술을 습득하여 1998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제 제10호 선자장 태극선 보유자로 지정됐다.



그는 태극선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삼태극 작도법을 고안해 냈다. 지금은 컴퓨터를 이용해 오차 없이 태극선을 뽑아내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재단을 하다 보니 오차도 많았고 태극선이 맵시 있게 빠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작도법은 부채 업계의 ‘비공식 표준’이 되어 그동안 부채마다 제각각이던 태극의 모양과 비율을 하나로 통일시켰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개막식,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선수 입장에 조충익 명인의 태극선이 사용되었다. 당시 그가 운영하던 전주민속공예사는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전국 민속공예품 14곳에 전북에서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전국공예품경진대회에서 다수 입상했으며, 2003년 미국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부채전과 2008년 전주단오 부채전 등의 전시를 했다.
1991년 전주 대성동에 공예전시관을 연 그는 2014년 한옥마을 동문사거리 근처로 자리를 옮겨 ‘아름다운 전주부채’라는 이름으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이곳에는 그가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해 만든 폭 2002cm의 태극선과 높이가 2m80cm에 이르는 초대형 부채, 8000여 개의 댓살로 만든 공작 부채, 대나무 살을 쪼개 그림으로 표현한 부채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전통부채 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채도 그림처럼 집안에 걸어두고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형태의 부채를 제작했다. 특히 다른 예술 장르와의 결합, 초대형 부채 제작 등 예술성과 실험성이 높은 부채를 선보이며 국내에서 부채의 가치를 높이고 해외에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미술이나 음악처럼 부채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중적인 예술이 되기를 소망했던 그를 기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_글 김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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