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정겨운 공동체의 회복, 동네책방에서 해답을 찾다
얼어붙은 땅에 온기가 스미듯 사라졌던 동네책방들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우리 지역에서 새로 문을 연 동네책방의 수가 무려 여덟 곳이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려 점점 그 수가 줄어들던 동네책방들이었지만, 몇 년 새 상황이 바뀌었다. 변화의 중심엔 바뀐 동네책방의 성격과 역할이 톡톡히 한몫을 했다.
이전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의 축소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중엔 잘 팔리는 책들, 특히 참고서를 주류로 판매하는 동네책방들도 적지 않았다. 저조해진 독서율,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틈새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한 생존 전략이었겠지만, 한편으론 이곳이 책방인지, 참고서 전문점인지 모호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문을 연 동네책방들은 이제 완전히 달라진 콘셉트로 손님들과 만나고 있다. 뚜렷한 취향과 개성, 다양한 강연, 동아리 모임 등 책방을 거점으로 진행하는 행사들을 통해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님을 어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관계에 집중해 주민과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네책방의 이런 변화가 무척 반갑고 기껍다. 온라인서점을 통해 바로 다음날 집에서 책을 받아 볼 수 있게 됐고, 상대적으로 책이 더 잘 갖춰져 있는 대형서점 덕분에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책방 주인과 소소하게 일상 이야기를 나누던 즐거움까지도 어느새 잊고 있었다. 동네책방의 부활을 지켜보며 다시금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소박하고 정겨운 공동체의 회복, 동네책방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난호에 이어 이번 기획에서는 익산, 군산, 완주의 동네책방 아홉 곳을 소개한다. 취향과 개성이 돋보이는 동네책방으로서, 그리고 주민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저마다 써 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다.
정리•사진 이동혁, 김하람 기자
다시, 동네책방_익산
북메리카노| 아침의 커피 한 잔처럼 삶을 깨우는 독서
익산시 주현로4길 15-1 2층
월요일~금요일 18:00~21:00 / 주말 14:00~21:00
010.5674.4564
익산 모현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손님과 만나던 북메리카노가 최근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했다. 익산 최초의 동네책방 ‘북메리카노’의 두 번째 시작인 셈이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최이든 대표(31)가 꿈꾸던 책방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매일 아침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처럼 책이 우리 삶에 조금씩 스며들면 좋겠다는 뜻이 담긴 북메리카노란 이름. 그 이름엔 매일의 독서가 우리의 삶을 깨우는 카페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익산에서 처음 문을 연 동네책방이라고 들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문을 연 것은 2019년 2월이에요. 그 전부터 공간은 있었는데, 2019년에 의미를 두고 싶어서 2월 19일 오픈하게 됐어요. 제 성격이 굉장히 활발하고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 행사들을 많이 찾아다니는 편인데, 대부분 전주와 완주에서 열리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막연하지만, 익산 토박이로서 난 왜 여기까지 왔을까, 익산에도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완주 책공방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북메리카노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게 됐는데, 그때 독립책방 투어를 하면서 익산에도 이런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독립책방의 경우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익산에 독립책방이 없는 게 어떻게 보면 단점이자 장점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책방 운영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없을 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어요.
말씀하신대로 익산에는 문화 공간이 적습니다. 책방도 그런 환경을 염두에 두었나요.
열기 전에는 사랑방 같은 의미였어요. 책방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 오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기에 더해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도 쓰임새를 넓히고 있어요. 익산에 ‘청숲’이란 공간이 있긴 하지만 그런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부담 없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부터가 익산에 살면서 쉽게 갈 곳이 없었어요. 카페나 영화관을 빼면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도서관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타지까지 가게 됐는데, 책방을 시작하고 나니까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단 욕심이 생겨요. 제 또래 청년들과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해 보니 타지에서 와서 혼자 사는 청년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런 친구들과 알게 되면서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청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까지 책방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데, 1년 동안 운영해 보신 느낌이 어떤가요.
제가 미술 치료를 하다 보니까 청년들과 함께 뭔가를 만들어 보고 기획도 해 보고 싶었는데, 전에는 혼자여서 쉽지 않았어요.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같이할 자리가 없어서 함께하기 두렵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1년 동안 책방을 운영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이런 공간에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공간이란 구심점이 생기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그런 모임을 통해서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뜨개를 이용해서 홀몸 어르신들에게 목도리를 전하는 ‘무궁무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청년들 20명 정도가 참여했어요.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 텐데, 이런 가치나 봉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모이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곳 책방만의 특징이나 매력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미술 치료사가 운영하는 책방이란 점이 특징입니다. 그림을 통해서 손님에게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아보고 책을 추천해 주는 거예요. 예전보다 인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심리 치료나 상담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꺼리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이 이곳 북메리카노를 통해서 심리 상담에 대한 편견을 깨셨으면 좋겠어요. 진열해 놓은 책들도 심리나 자신의 자아를 들여다보는 책들이 많아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는 책방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익산이 관광지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유적지를 제외하면 관광지라 부르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어떤 분이 미륵사지를 갔다 왔는데, 그 다음에 갈 데가 없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검색을 해 보니 독립책방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하시더라고요. 미륵사지만 보고 갔으면 굉장히 아쉬웠을 텐데, 그나마 우리 책방을 보게 되어서 만족스러웠다고 해주셨어요. 제게는 감동이었고, 책방 운영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일화가 또 있는데, 주관이 뚜렷한 어머니하고 자존감이 낮은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가 와서 꾸미기 체험을 하고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가 자유롭게 꾸미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너도 이렇게 잘 하는 아이였구나’ 하고 놀라시는 거예요. 작지만 그런 변화들을 볼 때 뿌듯함도 커요.
앞으로 책방을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인가요.
심리 상담을 하다 보니까 사람을 돈으로 보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어요. 왜냐하면 한 사람, 한 사람 올 때마다 3만 원, 5만 원 이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는 항상 이 말을 되뇝니다. 돈을 쫓아가는 것보다 돈이 나를 쫓아오게 즐기자. 그런 마음으로 즐겁게 책방을 지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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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방 씨앗| 책방을 찾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그림책의 씨앗을 심습니다
익산시 서동로 8길 50-1
월요일~금요일 10:00~19:00 / 토요일 10:00~18:00
010.3377.8485
한 시간 남짓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지만, 그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신윤경 대표(41)가 얼마나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책방 문을 열기 전부터 그림책 강연을 쫓아다니며 스스로 공부를 한 열정도 감탄스럽지만, 그림책의 좋은 점을 함께 나누려는 그 마음씀씀이가 더 아름다웠다. 소중한 그림책의 씨앗이 어여쁘게 꽃피는 그곳에서 신 대표를 만났다.
어떻게 문을 열게 되셨나요.
전에 아이들 책을 다루는 곳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때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그림책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도서관이나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면서 스스로 그림책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당시 하던 일이 상담과 영업이어서 점점 일과의 갭이 커지더라고요. 좋은 그림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쨌든 고객들한테는 우리 책이 좋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 괴리를 참지 못하고 결국 일을 놓게 됐어요. 그 뒤 계속 그림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조언을 구하던 차에 지난해 8월 그림책방을 열게 됐어요. 책도 판매하지만, 공간이 있으니 이 안에서 낭독회나 스터디 같은 모임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그림책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단순히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일단 소재의 스펙트럼이 넓고, 그래서 어른에게 더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들도 많아요. 그리고 함께 읽을 때 더 좋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요. 또 다른 매력으로는 그림이 있다는 거예요. 흔히 그림책을 가리켜 누구나 소장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미술 작품이라고 하거든요. 정말 아름다운 그림체를 가진 작가들이 많은데, 어떤 그림책은 표지만 봐도 예술 작품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요즘엔 이중 독자라고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그런 책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성에 재미와 감동까지 담겼다면 누가 봐도 좋은 책이겠죠.
요즘에는 성인들도 그림책을 많이 찾는다고 들었어요.
그런 붐이 일기는 하는데 생각보다 층이 넓지는 않아요. 저희 책방에서 책이 100권 팔리면 100명이 와서 한 권씩 책을 구매해 가시는 것이 아니라 열 분 정도가 오셔서 각자 열 권씩 사가시는 거거든요.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그 취향의 공동체가 있어요. 그 향유층이 있기 때문에 그림책방이 유지가 되는 거고, 그림책 붐은 거기서 독자를 조금 더 확장한 정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씨앗이란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책방 유리창에 ‘오늘 만난 그림책 씨앗이 모두의 마음에 어여쁘게 꽃피우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잖아요. 제가 책방 문을 열기 전에 실제로 그렇게 씨앗을 뿌렸어요. 제 차에 항상 그림책이 있었는데, 아는 분들과 만날 때마다 그림책을 읽어 드리곤 했어요. 그랬더니 반응이 좋아서 다음번엔 다른 그림책을 가져다가 읽어 드리고 그랬는데, 그때 오늘 이 사람 마음에 그림책의 씨앗을 심어 줬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씨앗은 아이들이 그렇듯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책방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씨앗이란 이름을 짓게 됐어요.
낭독이나 스터디 공간에 비중을 두고 책방 문을 여셨는데, 실제로 운영해 보시니 어떤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생각했던 방향대로는 가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 위주로 진행하고 싶었는데, 막상 책방 문을 열어 보니 아이들을 빠뜨릴 수 없겠더라고요. 더욱이 익산엔 아이들이 갈 만한 문화적인 공간이 정말 적어요. 그래서 가능한 이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하려고 해요. 이미 종이접기나 토탈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엄마들이 모여서 같이 그림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도 하고 있어요. 주민들이 더 친숙하게 찾는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아이들 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부모님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오시는 경우가 많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요즘 책방의 정체성과 색깔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들 위주로 책을 들였는데, 제가 좋아하는 책과 독자들이 좋아하는 책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이게 재고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타협을 하고 제 색깔이 아닌데도 갖다 놓은 책들이 있어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둘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서 씨앗에 갔더니 확실히 자기만의 색깔이 있더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아직 구상 중이지만 여기서 그림책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자연스럽게 글책으로 독서 단계를 밟아 갈 수 있도록 순차적인 큐레이션을 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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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집| 여남소노, 모두가 편안하게 찾는 또 다른 집
익산시 평동로11길 12 남부시장 내
월요일~목요일 10:00~16:0 / 금요일 10:00~20:00 / 토요일 14:00~20:00
010.6355.2086
익산 남부시장 내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동네책방 ‘두 번째 집’. 시장 안에 왠 책방이냐며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많지만, 장영인(38), 이세나 집사(38)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시장 상인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며 정다운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초행길이라면 조금 헤맬지도 모르지만, 두 번째 집에선 그것조차도 즐거움이다. 느긋하게 시장 구경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편안한 집처럼 그곳의 문은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익산문화관광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에 청년 창업 팀으로 참여하면서 지난해 10월 이 공간의 문을 열게 됐어요. 시장에 있단 점이 특징인데, 사실 저희가 의도한 것은 아니고 책방 문을 열 때 재단에서 이 공간을 마련해 줘 들어오게 된 케이스예요.
많은 책방 주인들이 그렇듯 어렸을 때부터 워낙 책을 좋아해서 책방을 운영해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여행을 다닐 때도 동네책방들 먼저 돌아보곤 했는데, 그러면서 이런 책방이 우리 동네에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던 것 같아요. 지난해 북메리카노, 그림책방 씨앗, 그리고 저희까지 동네책방 세 곳이 생겼는데, 사실 그전까진 익산에 동네책방이 단 한 곳도 없었거든요.
두 번째 집이란 이름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저희 모두 첫 번째 집은 있잖아요. 첫 번째 집을 나와 갈 수 있는 또 다른 집이란 의미에서 두 번째 집이라 짓게 됐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루는 책도 다양해요. 이게 무얼 의미하냐면 집이란 장소가 어떤 특정 대상만 찾아오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 남성, 어린아이, 노인 누구라도 찾아올 수 있는, 그야말로 동네책방이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익산 남부시장을 모르는 젊은이들도 많은데요.
저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몰랐고, 지인들도 남부시장이 어디냐고 할 정도로 젊은 사람들한텐 낯선 공간이에요. 그래서 마련된 곳이 여기라는 걸 알았을 때 머뭇거렸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의외성이 있으니까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시장 안에 책방이 있다는 게 신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방을 찾아오며 시장 분위기를 보는 것도 요즘 사람들한테는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시장 상인분들이 저희를 굉장히 반겨 주셨어요. 사실 지금 이 공간을 가장 잘 누리시는 분들이 바로 시장 상인분들이세요. 아침마다 커피를 드시면서 담소를 나누시거든요. 우리가 언제 이런 여유를 누려 보겠어, 다 책방 덕분이지, 라는 말씀들을 하세요. 제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분들과 만날 수 있는 연결 고리가 없었겠죠. 책방을 함으로써 상인분들과 인연을 맺고, 그분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동네책방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취향과 만날 수 있다는 게 동네책방의 매력인 것 같아요. 글책만 읽던 분에게 그림책을 추천해 드렸더니 나중에는 그림책도 함께 구매해 가시더라고요. 그럴 때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을 통해서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되신 거잖아요. 만약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셨다면 그림책과 만날 일도 없으셨겠죠. 그렇게 또 다른 매력을 얻어 가실 수 있단 점이 동네책방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책방을 운영해 보니 어떠신가요.
힘들 거라는 건 예상했어요. 그런데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더 가혹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책방 운영으론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데, 그럼 이건 취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 여덟 시간 노동을 하고, 그럼 그 노동에 대한 대가가 당연히 치러져야 하는데, 이걸 단순히 난 생계형이 아니니까,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하고 넘기기에는 뭔가 씁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오픈하기 전에 그림책 강연을 7회 정도 진행했었는데, 위로나 공감을 받으셨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올해에도 그림책 강연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고, 특히 시장 상인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드리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그림책이 많으니까 10~20분이라도 아침에 모이실 때 읽어 드리려고 해요. 또 글쓰기 교육도 구상하고 있는데, 마침 시장 상인분들 중에 글을 쓰신다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누가 자기 글을 봐주고 제대로 쓴 글인지 아닌지 확인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글쓰기 모임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여서 올해에는 작가분을 모셔다가 5회 정도 강연을 진행하고 글 쓰는 모임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