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 전주시 관광거점도시 선정
한옥마을 젠트리피케이션 전철 밟지 않아야
지난 1월 28일 전주시가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1,300억 원(국비 500억 원, 도비 200억 원, 시비 600억 원)을 투입해 한문화 체류형 문화관광거점 도시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한옥마을 리브랜딩 △전주관광의 외연확장 △지속가능한 관광시스템 구축 △융합 협력형 관광역량 창출 등 4대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50만 명을 유치하고 4만 명의 관광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생산성 높은 글로벌 관광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한문화 관광거점도시 핵심사업인 한옥마을 리브랜딩의 경우 한옥마을의 문화•관광 환경의 개선과 한옥정원 조성 등 숙박환경 고급화로 국제수준의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국내 유일의 관광트램 도입과 한옥마을 100가지 체험, 사계절 글로벌 축제와 공연 등 콘텐츠를 강화키로 했다. 나아가 온브랜드 문화상품을 통한 관광브랜드 확대와 글로벌 관광마케팅 강화로 관광도시 브랜드를 구축할 방침이다.
전주관광 외연확장의 경우 북부권 전통정원과 생태체험, 남부권 예술마을 연계 아트투어 구축 등 공간적 확장을 비롯해 전통과 미래기술 융합형 관광산업 육성,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특화상품 개발 등 산업분야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여기다 공항과 KTX를 연계한 셔틀벤 운영, 전주형 스마트여행 시스템 구축 등도 펼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글로벌 통합안내체계 표준화를 비롯한 여행객 중심 관광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며 △전주시민 프리가이드 양성 등 도시관광 역량강화 △관광거점도시 전담실행조직 설립과 지역관광추진조직 육성 등 관광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또 전북투어패스 글로벌 수준 확장, 근대문화유산 관광자원 개발 등 연계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향후 관광거점도시사업 추진을 위해 1차 년도인 올해 159억원의 예산을 반영한 상태이며, 관광거점도시 기본계획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도시 브랜드 수립, 선도사업 추진, 지역중심 거버넌스 기반 구축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성장 발판 마련, 4만여 개에 달하는 예상 일자리 창출 효과 등 이번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 역시 크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가깝게는 서학동 예술마을, 멀게는 팔복예술공장까지 외연이 확장되는 만큼 한옥마을 때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신규 개발 지역에서 다시 벌이지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는 의견이다. 또한, 발표된 4대 전략의 내용이 내실을 채우는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개선과 확장에 비중이 실려 있어 타 관광도시와 차별성 없는 육성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한옥마을 및 객리단길 상가 임대료의 지속적 상승으로 공실율이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인 지역상권 보호 및 지역공동체 상생발전 공감대 확산을 위해 전주시 사회적 부동산을 지정•운영하고 있다”며 “사회적 부동산의 필요성 및 역할에 대한 교육 및 간담회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협약체결을 통해 착한 임대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다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되는 지역에 사회적 부동산 중개업소를 추가 확대 지정하여 지역상권 보호 및 지역 공동체 상생 발전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선 “관광거점도시사업은 세계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국가대표 관광도시를 육성하기 위해 관광환경개선과 콘텐츠, 마케팅 등을 지원하여 지역관광허브로 육성하는 사업으로 외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국제적 수준에 맞는 관광환경 인프라 개선이 필수”라고 밝히며 “관광거점도시 다섯 개 지자체 공동연수를 통해 방한 관광객의 수요 및 지역 고유성 반영, 모든 정책 분야를 관광의 관점에서 연계, 지역관광추진조직 육성(DMO), 시설건립사업 지양, 인근지자체와 협력 등 기본계획 수립방향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전주시는 오는 7월까지 관광거점도시위원회 및 한국관광공사의 컨설팅과 한옥마을을 포함하여 구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100만평 프로젝트, 객리단길, 서학예술마을, 팔복예술공장, 법원검찰청 부지, 종합경기장 등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광거점도시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4월 대한민국 관광혁신전략의 일환으로 계획한 관광거점도시는 관광 인프라와 매력을 갖춘 도시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해 수도권에 편중된 관광객을 전국에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국제관광도시에는 부산시가 뽑혔고, 지역관광 거점도시로는 전주시와 목포시, 강릉시, 안동시가 이름을 올렸다.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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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 노송늬우스박물관 전시 작품 논란
예술 표현의 자유와 혐오 사이
지난 1월 31일 전주 선미촌 한복판에 문을 연 ‘노송늬우스박물관’ 전시 작품과 관련해 여성인권단체에서 이의 제기를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무랑 가든’과 ‘달콤한 유혹’ 두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송늬우스박물관의 기획을 맡은 김 총괄감독은 실천하는 미술문화운동을 내세우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2009년부터 마을미술프로젝트 총괄감독을 시작, 2017년까지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약 120곳의 쇠락한 지역을 문화마을로 만들었으며, 지난해 3월부터는 전주시와 함께 마을사박물관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작품 ‘무랑 가든’은 성매매업소 유리창 안쪽의 풍경을 재현한 작품으로, 쇠창살처럼 세워진 다섯 개의 파이프를 기준으로 과거의 모습과 미래의 바람을 각각 담은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달콤한 유혹’은 선악과 이후 계속 이어져 온 인간의 양면성과 유혹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김 총괄감독은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하던 집기류, 옷, 신발 등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물관의 역할은 과거의 물건을 수집하고 보존해 후세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픈 역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 지워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이라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달콤한 유혹’에 대해서는 “달콤이란 단어를 통해서 반어적인 비판을 드러낸 것”이라며 “남녀의 얼굴을 해골로 표현한 것은 죽음에 대한 상징이고, 색실에 감겨 있는 모습은 영적 죽음마저도 포장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방돼 있는 다른 작품과 달리 문에 난 액자를 통해 작품을 들여다보도록 했는데, 여기서 액자는 영혼의 창, 마음의 창, 정신적 창으로 사람들에게 한 번 더 멈추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장치”라고 설명하며 “선미촌 지역 성매매 업주들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한 작품이다. 이것을 오해하지 말고 봐 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성인권단체 측에서는 작품 설명을 비롯해 표현하는 방식이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이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센터장은 “유리방을 흔한 풍경이라고 본 것부터가 문제다. 20cm 높이의 신발도 여성을 극단적으로 성적 상품화하는 물건인데, 이를 전시해 놓고 흔한 풍경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유리방은 여성이 전시됐던 폭력적 공간이다. 여성에게 있어 상처일 수 있는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폭력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작품 ‘달콤한 유혹’에 대해서도 “작품 설명을 보면 육체적 욕망의 타락을 다뤘다고 나오는데, 사실 성매매는 여성 인권에 대한 침해고, 성을 착취하는 범죄다. 그것을 단순히 쾌락이나 욕망의 시선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창을 통해 방 안을 들여다보는 구조인데, 사람들이 시쳇말로 관음증 방이라 말하는 걸 들었다. 성매매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적절치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작품과 관련해 여성인권단체는 현재 전주시에 철거 및 시정을 요구한 상태며, 김 총괄감독은 예술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노송늬우스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는 전주시 문화정책과는 가까운 시일 내에 김 총괄감독과 여성인권단체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이번 이의 제기에 대한 합의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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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 집담회 ‘미투 이후, 우리는 연결되어’
2020년, 미투는 계속된다
2018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미투(#Me Too) 운동. 각 분야에서 억압받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해 모든 차별과 불평등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조금씩 변화하는 사회에 희망을 가지지만, 인식 속에 깊이 뿌리내린 차별은 그것이 차별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기에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멀고 험한 길이라도 함께하면 갈 수 있는 법. 서울과 전주 지역에서 여전히 차별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을 공유하고 남은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 2월 6일 성평등전주에서 열린 집담회 ‘미투 이후, 우리는 연결 되어’는 2018년 2월 출범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하 성반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지수 씨와 책방 토닥토닥 김선경 대표가 문화예술계 미투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연대의 시간을 갖고자 마련한 자리다.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소장,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최미향 씨와 송원 씨, 극단Y 강윤지 연출가, 성반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김보은 씨와 성지수 씨가 패널로 참석했으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페미니스트연극인연대 등 서울과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26곳의 단체가 함께 연대해 성사됐다.
이번 집담회에서 성지수 씨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의성반연 활동 내용을 공유했다. ‘피해자와 연대하고 지지자를 키운다’는 것을 목표로 월요모임,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으며, 모아온 목소리를 어떻게 현장에 적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 끝에 성폭력예방책자 ‘불편한 연극’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불편한 연극’은 연극 현장에서 겪는 불편한 상황들을 대본 형식으로 만들어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김보은 씨는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위원 최종 후보자 선정에서 이끌어 냈던 변화들을 내놓았다.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제30조 2항 3조에는 ‘남•여 및 각 연령층이 균형 있게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나오나 당시 선정에선 이러한 조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평균 나이 56.1세의 전원 남성 후보자들이 뽑혔었다. 김 씨가 소속된 성반연은 이에 대한 해명과 사단법인단체만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폐쇄적인 규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작성했다. 결과, 관성적으로 이루어진 후보자 선발 과정을 재정립하게 됐으며, 기존에 추천된 후보는 전면 취소됐다. 김 씨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직은 아주 작은 부분에 속할지 모르지만, 한 번도 도전받은 적 없고, 문제 제기된 적 없던 소수 남성의 권력 독점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지 연출가는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 극단 자치규약을 새로 만들고, 극단 내 호칭 변경과 계약서를 다시 쓴 경험을 공유하며, 지난해 올린 ‘344명의 쌍년들’ 공연을 포함해 페미니즘 이슈, 불법 촬영물, 위계 폭력, 낙태죄, 탈코르셋 등을 전면에 내세운 공연들이 매진된 소식을 전했다. 강 씨는 “여성 서사를 만나고 싶은 비연극인 관객들의 열망이 이루어낸 성과”라며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모든 활동들이 제대로 된 지원 없이, 각자의 열정과 신념으로 이뤄지고 있다. 작은 힘일지도 모르나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서로를 독려하고, 변화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이미 사회는 변하기 시작했다. 함께 걷는 그들의 길이 우리 모두의 길이 되기를 바란다.
김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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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 완주군 제2차 예비문화도시 선정
공동체 문화로 삶이 변하는 도시를 꿈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5시간.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든 5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교통이 발달되어 있다. 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높아진 생활 수준에 따라 여행을 즐기는 인구도 증가했다. 전국으로 맛집 투어를 다니기도 하고, 독특한 공간이 있으면 시간이 걸리는 곳이라도 찾아간다. 천편일률적으로 조성된 테마파크보다는 나만의 관광 포인트를 찾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광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특정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고유의 문화를 인정해 지역 스스로가 문화 환경을 기획하고 문화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사업 ‘문화도시’가 그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18년 5월 도시 단위의 종합적•중장기적 문화기획사업인 문화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30곳 내외의 문화도시를 지정하여 그 성과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도시조성사업이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법 제2조, 제15조)에 따라 포괄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정 대상은 광역(시, 도) 및 기초 지자체(시, 군, 자치구)를 포함하며, 역사전통, 예술, 문화산업, 사회문화, 지역자율 등 총 다섯 개 분야에 지원할 수 있다.
문화도시 지정을 신청하는 지자체는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하여 문체부 장관의 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은 지자체는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1년간 추진하고, 관련 전문단의 모니터링과 자문을 통해 사업 지원을 받는다. 그 후 추진실적을 평가하여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문화도시로 지정된다.
제1차 문화도시 지정 신청 지자체는 총 19곳으로, 그중 10곳이 예비도시로 선정됐다. 이후 1년간의 예비사업 추진 과정과 성과 평가, 재정 등 추진기반 확보 상황, 추진 효과 및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해 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광역시 영도구 등 일곱 곳이 제1차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됐다.
제2차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은 지자체는 지난해 12월에 발표됐다. 총 25개 지자체가 신청했으며, 그중 10곳이 예비도시로 선정됐다.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완주군이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완주군은 2017년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에 선정돼 2018년 5월 문화도시추진단을 설립했다. 지역 문화인력을 확보하고 공동체 활동을 증진시키는 등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2년간 준비했으며, 2018년도에는 문화도시 기반 형성을 추진하고, 2019년에는 완주 공동체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마련했다.
완주군은 ‘함께하는 문화로 삶이 변화되는 공동체 문화도시’를 주제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도시계획적 접근을 했으며, 문화 창조와 주민들의 균형 있는 문화향유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주력했다. 공동체 도시라는 전국적 브랜드를 지니고 있는 완주는 이 공동체 경험을 문화적 영역까지 확장한 것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문화자치, 공유문화 체계 구축 등 완주군의 혁신을 꾀하는 문화적 접근 방식으로 타 도시들과 차별성을 두었다. 최종적으로 완주군이 문화도시로 선정되면 5년간 총 2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실질적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각종 기반 구축이 가능해진다.
김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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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 예술인 표준계약서를 아십니까
예술인들이여, 당당하게 계약서를 쓰자!
계약서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우리 일상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낯설게 여길 만한 것도 아니다. 회사에 입사할 때, 혹은 새로 집을 구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계약서와 마주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에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항이 포함돼 있어 잠깐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 내부에선 아직도 계약서 작성이 일반화되지 않아 ‘사전 통보 없는 계약 해지’, ‘임금 체불’, ‘불공정 거래’와 같은 피해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닫힌 시장 구조 안에서 인적 네트워크에 의지해 작업을 이어 왔던 예술인들은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혹여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예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거나 문화예술 분야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도 을의 입장인 예술인으로서는 자칫 귀찮은 사람으로 여겨져 일감을 놓칠 수도 있단 두려움 때문에 강력하게 수정을 요구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불평등한 거래를 바로잡고자 만들어진 것이 바로 ‘표준계약서’다. 표준계약서는 특정 분야 또는 직군의 빈번한 계약 관계 수립을 위한 표준 양식으로, 무계약, 구두계약 관행, 계약 관련 전문 지식 부족 등으로 인해 불공정한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규범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201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현재는 10개 분야(미술, 영화, 대중문화, 공연예술, 만화, 애니메이션, 출판, 저작권계약, 방송, 표준근로계약서) 61종의 표준계약서가 마련돼 있다.
예술인 표준계약서를 비롯해 정당한 노동을 제공하고도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의 처우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디뮤지션 이진원 씨가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뇌출혈로 사망한데 이어 2011년 예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도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은 밥과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라는 메모를 남긴 채 아사로 세상을 등졌다.
최고은 씨의 사망을 계기로 마련된 ‘예술인복지법’ 시행 이후 표준계약서를 의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하지만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진 지 7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그 사용률이 높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발표한 ‘예술인실태조사’를 보면 우리 지역 표준계약서 사용률은 60%로, 10명 중 4명은 아직도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그 존재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표준계약서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비교적 상세한 항목이 있는가 하면, 미비한 조항들도 있다. 문자 그대로 ‘표준’이기 때문에 세세한 항목들에 대해선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 계약서 작성의 편리성을 제공하는 일종의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양자의 공정한 계약 체결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그에 앞서 계약서를 쓰는 관행이 먼저 정착돼야 한다. 계약서 작성 외에도 예술인들의 정당한 노동 인정, 예술 인력에 대한 인식 변화 등 고쳐 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로서 계약서 작성은 필수다. 정부 역시 서면 계약을 의무화해 시정 명령에도 이를 어길 시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예술인들이여, 앞으로는 당당하게 계약서를 쓰도록 하자.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