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11 | 연재 [시]
山
김용택(2003-09-26 10:41:30)
山
김용택
날이 저문다.
날이 저물고
어두워질수록
산은 길들을 다 거두워 들이고
샛길 하나만 산 밖으로 열어둔다
산은 자기 밖에 있는
온갖 나무와 풀들, 온갖 짐승들까지
자기 품으로 불러들여 감추고
자기 보다 작은 산들도
큰 품으로 감싸 안으며
자기 또래의 산에게도 멀리 봉우리를 기대어 주며
산은, 사람들이 잠 들 어둠과
별들이 반짝일 어둠과
강물이 길 찾을 수 있는 빛만
하늘에 놓아두고
어둠이란 어둠, 빛이란 빛은 다 불러
제 몸도 감추고
넉넉하게 솟으며 우뚝 선다
이제, 마을 불빛들도
하나둘 산 속으로 돌아가 잠들고
산은 먼 곳을 보며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닌 그냥 산의 모습으로
아직도 잠들지 않은산아래 깜박이는
몇 개의 불빛을 따뜻하게
그냥 바라 본다
김용택의 약력
시인 김용택은 전북 임실에서 출생, 순창농고 졸업.
1982년 21인 신작시집「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문단에서 데뷔, 시집으로 「섬진강」,「맑은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