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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 | 연재 [SNS 속 세상]
가상의 메가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
가상의 인플루언서
오민정(2020-06-08 17:48:47)

SNS 속 세상 | 가상의 인플루언서


가상의 메가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
글 오민정 편집위원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는가? 1997년 등장한 ‘아담’은 음반과 CF 광고, 한반도 정보화 홍보 요원으로 활동하는 등 당시 핫 이슈였다. 또한 당시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등장한 사이버 가수 ‘다테 쿄코’와 마치 한일전의 양상을 띠며 경쟁하듯 인기를 구가하던 아담은 당시 유명 드라마에도 출연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끝으로 점점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항간에는 ‘군대에 갔다’, ‘컴퓨터 바이러스로 사망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이후 더 이상의 활동은 없었다.


가상 메가 인플루언서의 등장



@lilmiquela

왜 갑자기 이미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가상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게 됐을까. 바로 요즘 대세 인플루언서인 ‘릴 미켈라(Lil Miquela)’ 때문이다. 그녀는 2020년 현재 SNS(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총 275만 팔로워를 거느린 캐릭터다. 그녀의 이름인 ‘릴 미켈라’는 심지어 예명이며, ‘미켈라 소사(Miquela Sousa)’라는 본명도 가지고 있다.


2016년 ‘릴 미켈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즉각적으로 ‘아담’을 떠올렸다. 그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처음에 이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뉴스를 본 지인들은 한결같이 “아담보다는 잘 만들었네.” 정도의 평가일 뿐, 이 가상 아바타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릴 미켈라’는 실제 사람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사실적인 외모와 매력으로 Z세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한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시 배우 원빈을 모델로 한 ‘아담’도 우수의 찬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끌긴 했으나 ‘릴 미켈라’처럼 사람들이 열광하는 메가 인플루언서로서 인기를 구가하지는 못했다. 현재 ‘릴 미켈라’는 현대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한다고 평가받으며 프라다, 캘빈 클라인, 지방시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2018년 타임지 선정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Z세대 시대정신의 표상으로


@lilmiquela


그런데 며칠 전, ‘릴 미켈라’의 새로운 계약 소식이 들려왔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에이전시로 유명한 C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릴 미켈라가 해냈던 패션모델, 패션 브랜드 론칭, 유튜브, 뮤지션 활동 외에 이제는 영화에서도 등장할 거라는 소식이 듣자, 어쩐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만든, 사람처럼 생긴, 사람보다 더 인기 있는 가상 캐릭터라니. 어쩌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 캐릭터 상품과도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그 캐릭터가 한 인격체로서 활동한다는 것이 언뜻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2020년판 프랑켄슈타인. 1800년대의 프랑켄슈타인은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200년 후의 프랑켄슈타인은 젊은 세대에게 선망과 열광의 대상이라는 게 무척이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열광을 넘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3D 인플루언서들은 릴 미켈라를 필두로 속속들이 등장하고, 패션업계 등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인기를 거두고 있으며, 점점 그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내가 릴의 에이전시 계약 소식을 놀라우면서도 약간의 충격으로 받아들였던 건, 영화와 소설에서만 보던 ‘가상 현실과 현실 중 무엇이 진짜일지 모른다는 위기’, 어쩌면 이런 ‘존재의 위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그만큼 사람들의 활동 영역이 줄어들 것 같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2020년, 릴 미켈라는 여전히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분야를 넘나들고 확장해가며 가장 사랑받는 가상의 인플루언서다. 앞으로도 릴 미켈라와 그녀의 뒤를 잇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가상과 현실, 우리 존재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필요해지는 시기는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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