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 인터넷 세계의 슬럼가, 다크웹
인터넷 세계의 슬럼가, 다크웹
우리는 인터넷을 가리켜 ‘정보의 바다’라고 불러왔다. 누구나 접속하여 자유롭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거래와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곳.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이 개방적인 곳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인터넷의 세계는 보이는 것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글 오민정 편집위원
인터넷 세계의 슬럼가, 다크웹
인터넷에 연결된 사용자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인 ‘웹’은 크게 ‘표층웹(Surface Web)’과 ‘딥웹(Deep Web)’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우리가 쓰는 구글,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SNS처럼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는 부분인 ‘표층웹’은 전체 웹의 약 4%에 불과하다. ‘웹’의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 ‘딥웹’은 일반 검색에서 숨겨진 정보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회원 로그인 뒤 접속할 수 있는 제한적인 사이트들이 바로 ‘딥웹’에 해당하며, 그중 특정한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Dark Web)’은 전체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포털사이트와 SNS 등은 인터넷 세계에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다.
우리에게 ‘다크웹’의 위험성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부터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손정우 사태와 n번방 같은 충격적인 사건들 때문일 것이다. 또한 최근 마약 구입 사건의 주요 통로로 지목되는 사례 등을 통해 다크웹은 우리에게 그 이름처럼 각종 암거래와 범죄의 온상이 되는 ‘슬럼가’와 같은 곳으로 인식되게 됐다.
단계별 중계 계정을 통한 철저한 익명화, 암호화된 공간
다크웹은 처음에 미국에서 군사적 목적(정부가 접속 경로가 드러나지 않게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 기술이 독점적으로 사용될 경우 특정 방문자의 익명성은 보장할 수 있으나 해당 기술을 보유한 정부의 접속이 확인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자 무상으로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이후 정부 통제를 벗어난 암호화폐가 등장하게 되면서 다크웹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추적이 어려운 거래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크웹은 일반적인 인터넷 브라우저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토르(Tor)’와 같은 전용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으며 여러 단계를 거치고 익명화, 암호화되어 있어 IP 추적 또한 피할 수 있다. ‘토르’는 수백, 수천 개의 중계 서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러 겹으로 암호화되어 전송되고 중계 서버를 통과할 때마다 복호화되며 이동 경로 정보는 주기적으로 삭제된다. 이러한 익명성과 유동성 때문에 쉽게 전체 통신을 추적하거나 분석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익명화된 네트워크로 여러 국가를 거쳐 접속하기 때문에 IP 주소 추적이 더욱 어렵다. 마치 사이트 주소인 ‘.onion’의 이름과 로고처럼 벗겨도 벗겨도 알 수 없는 양파와 같다. 이를 악용하여 아동성착취 영상, 마약 유통, 총기 거래, 자금 세탁, 신용카드 복제, 신분증 위조, 심지어 살인청부까지 각종 범죄가 다크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인 국제공조, 언제까지 미뤄 둘 것인가
우리나라도 다크웹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손정우 사건뿐 아니라 실제 국내 다크웹 사용자 수가 늘고 있다. 토르 브라우저를 통해 다크웹 접속 통계를 제공하는 ‘토르 매트릭스’에 따르면 2019년 1월 초 하루 1만 명을 하회하던 접속자는 2019년 7월을 기준으로 2만 명으로 급증했다. 물론 다크웹 접속 자체가 불법이나 범죄는 아니다. 실제로 다크웹에는 합법적인 정보도 많이 유통된다. 또한 다크웹은 국가권력의 인터넷 검열을 피해 사생활을 보호하고 표현, 통신 언론, 출판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정부의 홍콩보안법이 전격 시행됨에 따라 VPN과 다크웹의 이용이 증가했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크웹에서는 단 한 번의 호기심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꼭 마약범죄나 불법 포르노에 접근해서만이 아니다. 악성코드와 해킹 정보, 신용 정보가 거래되는 장소인 만큼,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회원가입과 콘텐츠 이용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국제적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다크웹 접속 자체를 불법으로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다크웹의 접속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뿐이다.
다크웹의 특성상 수사와 규제를 위해서는 ‘국제공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공조를 통해 ‘웰컴투 비디오 월드’의 운영자 손정우를 검거하긴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공조가 아니라 개별적 공조에 그친 바 있다. 전 세계 수사기관과 보안기업들이 다크웹 범죄를 추적하기 위한 ‘부다페스트 협약’ 체결과 같은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한 데도 가입서 제출은커녕 아직도 정부는 아직도 7년째 ‘논의 중’이다. 날로 진화하는 기술과 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빠른 대처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