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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 문화현장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 ]
새로운 도전, 온라인으로 세계의 소리를 담다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
김하람, 문명수(2020-10-08 18:46:19)

문화현장 |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


새로운 도전,
온라인으로 세계의 소리를 담다



사상 첫 온라인으로만 개최한 2020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그 막을 내렸다.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하루에 한 공연씩 5일간 펼쳐진 이번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소리축제 유튜브와 페이스북, KBS, MBC, JTV에서 생중계로 진행됐다. 매년 가을이 오는 길목 다채로운 공연과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던 소리축제인 만큼 올해도 기대가 컸으나, 코로나19로 현장에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즐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전주소리축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구성해 공연장을 우리 손바닥 위부터 전 세계까지 확장시킨 것, 실시간 온라인 합동 공연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김하람 기자  문명수 인턴기자


실시간 온라인 합동 공연, 새로운 시도와 한계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을 조명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코로나19로 하늘길, 바닷길이 끊기며 큰 위기를 맞이했다. 여러 나라의 연주자 없이 우리나라 연주자로만 꾸민다면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고, 각국의 연주자들의 연주 영상을 촬영해 그냥 보여준다면 단조로울뿐더러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가치도 없이 일방적인 보여주기식 축제가 되고 만다.


진퇴양난의 위기 속에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도전을 시도하기로 한다. 바로 해외 여러 나라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온라인 합동 공연을 펼치는 것. 아무리 인터넷 통신망이 발전했지만 0.2초의 트래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개막공연인 실시간 온라인 월드 시나위 ‘_잇다’는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과 우려를 받았다.


각국의 현악기로 시작하는 인트로 공연은 이번 2020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제인 ‘잇다’가 현악기를 모티브로 한 축제임을 잘 보여줬다. 사물놀이 인사 가락같이 해외 각국의 현악기가 모여 만들어 내는 소리는 앞으로 펼쳐질 온라인 합동 공연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가시켰다. 함께 소리를 맞추는 부분에 있어서 처음에는 잘 맞았지만, 뒤로 갈수록 박자를 맞추지 못해 소리가 나뉘게 됐다. 다만 점점 박자를 빠르게 하는 것으로 그 간격을 없애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전 세계 아홉 팀의 개별 무대와 한국 특별 시나위 팀의 무대, 개별 무대 사이사이에 등 합동 공연을 넣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콘스탄티노플(캐나다, 이란), 후메이 비트(러시아 연방, 투바 공화국), 보이 아키 듀오(네덜란드), 트완 티스 오버시즈(벨기에, 이집트, 룩셈부르크, 브라질), 세바스티안 그람스(독일), 큐브 밴드(대만), 비구엘라(스페인), 에쎄 퀸텟(러시아), 임란 칸&나임칸(인도) 등 각각의 나라의 전통음악과 현대를 결합한 혁신적인 사운드를 선사했다.

개막공연의 마지막은 특별히 이번 소리축제를 위해 전북 지역 실력파 연주자들로 구성한 2020 소리페스티벌 시나위 팀(한국)의 한국 전통 음악 무대와 9개 해외 팀이 함께 연주하는 아리랑으로 시나위의 진정한 매력을 선보였다.



세계 각국의 전통 음악은 물론, 그 나라의 풍경을 담은 영상을 함께 구성한 이번 개막공연을 보고 관객들은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 “신선한 가을바람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며 실시간으로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점과 생소한 여러 나라의 전통 악기와 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점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아쉬운 점은 흥겨운 음악을 현장에서 함께 즐기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온라인 동시 공연이기 때문에 발생한 기술적 문제들이다. 첫 개별 무대를 연 콘스탄티노플과 두 번째 무대를 연 후메이 비트의 소개 영상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개별 무대는 대부분 중간에 짧게 끊기는 현상이 있었다. 아리랑과 You Raise Me Up 같은 합동 공연에서는 통신망의 트래픽이 달라 합을 맞추지 못하고 각자 연주하는 느낌을 줬다.

온라인 합동 공연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지만, 현장에서 맞춰서 연주하는 사람들과 스크린 너머 해외 각국에서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박자를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새로운 음악 공연의 형식에 도전한 만큼 가치 있는 시도이지 않을까.


현악기-줄-잇다
전통 현악기 아쟁과 함께하는 판소리에 줄타기 공연이 더해져 듣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두 배로 풍성한 ‘줄타기 시나위 공연’은 현악기 고유의 특징인 이음과 연결의 의미를 ‘소리와 줄’에 담아냈다.



판소리 흥부가 중 박타는 대목에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외줄 타기 공연을 더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통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무대로 아쟁 김영길, 판소리 최영인, 줄타기 박희승, 고수 조용인이 호흡을 맞췄다. 궁중 줄놀이 계승자 박희승 씨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위해 평소보다 두 배 더 길게 특별 제작한 줄 위에서 소리를 타고 뛰놀며 더욱 흥을 돋웠다.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줄이라는 매개체로 이은 첫 무대에 이어 다음에는 동 서양의 공간을 이은 ‘산조와 바흐’무대가 펼쳐졌다. 국악의 대표적 현악기인 가야금과 서양의 대표 현악기 첼로의 만남으로, 가야금 지성자 명인과 제자 10명, 첼리스트 김선경 씨 외 11명으로 구성된 아마티 첼로 콰르텟이 호흡을 맞춰 산조와 바흐에 이르는 동서양 대표적 레퍼토리로 독특하면서도 이질적인 하모니를 선보였다.


“클래식 작곡가 바흐가 가야금 산조를 들었다면 아마 첼로로 이런 세레나데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무대”라는 사회자의 설명처럼 낮고 부드러운 첼로의 소리 위에 맑고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더해지며 때로는 함께, 때로는 서로 주고받으며 음악적 형식의 경계를 넘나들고 동시에 서로의 장르를 존중하는 소통과 이해의 과정을 선보였다.


세 번째 무대는 가야금과 거문고의 만남으로, 두 젊은 연주자가 한 팀을 이룬 ‘달음’의 연주가 이어졌다. ‘달음’은 행동의 여세를 몰아서 계속 해나가는 것이라는 뜻이지만 ‘다름’과 발음이 같다. 동음이의의 언어유희는 이들이 연주한 곡에서도 나타난다. 탈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탈(TAL)’이라는 곡으로 얼굴을 가릴 때 쓰는 ‘탈’이라는 의미에 ‘해탈했다’의 탈, ‘배탈 났다’의 탈의 의미를 더했다. 탈이 나버린 세상 속에서 잘못된 것들을 탈탈 털어내고 밝게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했다.


마지막은 현악기인 아쟁과 거문고를 중심으로 한 색다른 전통 즉흥 시나위 ‘더블 시나위’ 무대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시나위는 다채로운 악기들이 일정한 장단을 약속하고 그 안에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식으로 장구, 거문고, 대금, 피리, 아쟁 등 20여 명의 전통악기 연주자와 소리꾼 방수미 명창의 소리, 2006년 창단해 판소리 합창이라는 장르를 처음 개척한 전주판소리합창단의 소리가 더해져 무대를 빈틈없이 채웠다.


경쟁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노래하다
세 번째 날 펼쳐진 공연은 ‘KBS 한국인의 노래 앵콜 로드쇼’다. 공연은 최근 종영한 <한국인의 노래>에 출연했던 8인의 노래와 이야기를 풀어냈다. KBS1TV에서 방영했던 <한국인의 노래>는 음악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소개했다. 김준수, 임철호, 김은혜 등, 8명의 출연자는 방송에서 선보였던 곡과 애창곡을 열창했다. 김준수는 ‘돌고 돌아가는 길’과 수궁가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을 불렀다. ‘돌고 돌아가는 길’에서 전통악기 피리의 구슬픈 선율과 전자악기의 강렬한 음색, 그리고 김준수의 탄탄한 성량은 색다른 조화를 이뤘다. 
윤준은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와 ‘빈센트’를 불렀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에서 풀어낸 그의 담백한 음색은 많은 온라인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외에도 임수현, 임철호, 김은혜, 김도연, 정보권, 손세운이 무대에 서서 가요와 판소리, 성악곡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보였다.


공연은 출연자들과 프로듀서 하광훈이 일대일로 그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허탄하게 나누는 살롱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광훈 밴드는 공연 내내 안정적이며 탄탄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소리축제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댓글을 통해 “멋진 공연 감사드립니다”, “눈과 귀가 호강했다” 등의 감상을 전했다.


별빛처럼 따스한 희망을 주다
매해 소리축제를 통해 대중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해온 별빛콘서트. 이번 공연에서는 하모나이즈, 곽동현, 손승연, 코리아쿱 챔버 오케스트라가 출연해 무대를 빛냈다. 코리아쿱 챔버 공연의 전반적인 반주를 맡았다.



공연은 하모나이즈의 ‘This is me’로 막을 열었다. 하모나이즈의 강렬한 음악과 퍼포먼스는 무대의 시작을 알리기 충분했다. 이어 아프리카 봉고의 현란한 연주와 함께 ‘라이온 킹’의 주제가 3곡을 연달아 공연했다. ‘Circle of Life‘와 ’He Lives in You‘, ‘King of Pride Rock’이 그것. 하모나이즈는 화려한 색상의 아프리카풍 복장을 입고, 역동적인 춤을 추며 온라인 관객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곽동현은 락과 오페라, 헤비메탈이 어우러진 노래, ‘Bohemian Rhapsody’를 열창했다. JTBC에서 방영한 ‘팬텀싱어’에서 록, 발라드, 크로스오버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곡이었다. 이어 자신의 곡 ‘거짓말’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불러 공연의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


손승연은 ‘I’m Not A Warrior’와 ‘물들어’를 연달아 부르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하모나이즈와 함께 가요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특유의 감미로운 하모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공연의 마지막 곡 ‘촛불 하나’는 모든 출연자가 함께 부르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 관객들은 ‘훌륭한 공연 잘 봤습니다’, ‘이번 공연도 최고다’라는 등의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61명의 열정, 무대를 불사르다
전주소리축제가 마련한 마지막 공연은 ‘전북청년 음악열전’이다. ‘젊은판소리 다섯마당’을 필두로 전통음악, 락, 클래식 등 장르 불문의 즉흥 시나위공연. 박재천 집행위원장의 지휘아래 61명의 우리지역 예술가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이번 공연에는 그간 공연과는 다른 촬영기법이 추가됐다.

 

무대 위에 360도 촬영이 가능한 VR 카메라를 배치해 VR 스트리밍을 추가한 것. VR 스트리밍은 영상기기 조작에 따라 화면이 전환돼 마치 공연장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튜브 채널에 일반영상과 VR 스트리밍 영상, 모두 업로드 돼 있어 관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무대는 ‘젊은판소리 다섯마당’이 부르는 판소리 다섯마당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총 26종류의 악기가 빠짐없이 참여하며 소리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대금과 기타 등, 일부 악기는 집중조명을 받으며 독주를 선보였다. 보컬리스트 이백희는 ‘Let It Be’를 열창하며, 새로운 분위기와 감동을 이끌어냈다. 성악가 4명(오현운, 이강호, 이승재, 조용민)은 무대 중앙으로 등장해 풍부한 성량을 뽐냈다. 얼레디어썸은 스트릿댄스와 순수무용이 융합된 듯한 독특한 형태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얼레디어썸은 5인조 퍼포먼스 아티스트그룹이다. 무대 뒤편에 기수 두 명이 등장해 거대한 깃발을 흔들며 무대에 웅장함과 흥을 더했다. 모든 악기와 소리꾼의 음성이 어우러지며 무대는 막을 내렸다. 4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진 젊은 음악가들의 즉흥 시나위는 빈 객석을 넘어 관객들의 안방으로 퍼져나가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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