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창간 33년, 문화저널이 지켜온 기록의 힘
지역문화의 건강한 생태계를 향한 고단한 여정
“전라북도 문화생태계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가.” 문화저널을 창간한 1987년부터 지금까지 33년간 줄곧 이어져 온 물음이다. 지역문화 발전을 목표로 창립한 마당은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마당기행’을 비롯한 마당의 사업들 역시 그 답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
2020년,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산업화와 공업화, 도시화 등의 사회적 변화는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문화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기치 못한 전염병 사태와 온라인 문화는 대중문화와 지역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문화저널이 창간 33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발걸음을 되짚어보았다.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지역문화의 오늘은 건재한지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답을 찾고 싶었다.
월간 ‘문화저널’로 출발한 마당은 건강한 문화운동을 표방했던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쳤다. 답사문화의 새로운 길을 연 ‘백제기행’, 우리 지역의 숨어있는 명인들을 발굴하고 대를 잇게 하는데 기여한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토론문화를 정착시킨 ‘수요포럼’, 인문학 확산을 시도한 ‘시민강좌’, 지역의 문화일꾼을 성장시키는 ‘문화기획아카데미’, 무대와 전시를 통해 시대를 읽는 ‘이 좋은 전시’와 초청 공연, 국악의 일상화를 위해 창단했던 ‘공연단 마실’ 사업 등 30여년 역사위에 놓인 발자취는 지역문화의 성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민문화강좌’는 대중강좌가 거의 없던 1991년, 강좌를 통해 시민들을 일깨우고 시대적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다. 동학농민혁명과 판소리, 영화사, 백제사 등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묻혀 있던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강좌를 열며 대중강좌의 모범이 되었다.
‘문화기획아카데미’ 역시 마당이 선도적으로 시도한 의미 있는 사업. 지역에서 ‘문화기획’이란 개념도 모호하던 때, 마당에서는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교육의 장을 열었다. 총 300여 명이 교육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현재 지역의 문화단체나 대학 강단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공연단 마실’은 공연을 기획하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공연문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마당이 창단한 공연단이다. 마실은 지역의 크고 작은 공연무대에서 우리 전통악기와 서양악기, 흥겹고 정다운 민요와 영화음악, 클래식, 재즈를 경계 없이 아우르며 익숙한 음악들을 새로운 형식으로 연주하며, 다양한 실험과 도전으로 풍요로운 공연문화를 확산시켰다.
이외에도 ‘여행사업단 마실’, ‘완판본 마당체 개발’ 등 문화의 범위만큼이나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사업들은 마당과 지역문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번호 기획에서는 마당의 사업 중에서도 지역문화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이어지고 있는 ‘수요포럼’과 ‘마당기행’,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목요초청공연’ 등 마당의 대표적인 사업들을 정리했다. 시간의 흐름을 엮어보니 사회적 환경에서 부침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른 지역문화의 소중한 한 편 역사가 여기 있다. 이번 기획은 그 한 편 역사의 기록이다.
기획•취재 김하람 기자 문명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