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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 | 기획 [기획]
창간33년, 문화저널이 지켜온 기록의 힘
마당기행 역사와 문화, 현장에서 보고 배우다
김하람, 문명수(2020-11-06 10:00:20)

기획| 창간33년, 문화저널이 지켜온 기록의 힘 마당기행

역사와 문화, 현장에서 보고 배우다



지난 10월 17일 마당기행은 208회를 맞았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마당기행. 돌이켜보니 그 흔적이 짙다. 32년 동안 마당은 다양한 주제로 수많은 공간을 방문해왔다. 동학농민혁명의 뿌리를 찾아 나선 동학기행에서부터 현대 공간의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는 도시문화기행까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 확장을 위해 32년간 끊임없이 달려온 마당기행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본다. 


마당기행, 그 시작은 동학기행이었다
마당기행은 1988년 5월, ‘우리는 녹두새를 보았다’를 주제로 정읍과 고부, 황토현 등 동학전적지를 답사한 것으로 시작됐다. 답사를 통해 기행의 가치와 가능성을 엿본 문화저널 운영진은 기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역사현장 답사가 흔하지 않던 그 시절, 마당기행은 ‘백제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전라북도를 비롯한 이 땅 곳곳의 ‘백제문화’의 진실과 그 가치를 담은 기행문화를 열었다.



통일의 염원을 담아 기행을 떠나다
1995년 마당은 광복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기행을 기획했다. 분단기행이 그것이다. 5회에 걸쳐 진행된 분단기행은 제주도와 지리산, 여수 등, 남북 분단과 관련이 깊은 장소를 방문해 광복과 분단, 그리고 통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기행에서는 현장 답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강연과 행사를 진행해 참가자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었다. 마지막 분단기행(46회)의 행선지는 통일의 염원을 담아 휴전선 일대로 정했다. 판문점 방문도 일정에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분단기행은 기행 행선지의 범위를 넓히고, 참여자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기행으로 남았다.



20세기의 끝에서 잊혀져가는 전통과 자연을 만나다
핸드폰, 컴퓨터와 같은 신문물이 쏟아져 나오던 1996년. 마당기행은 생활문화기행을 열어 독자들과 함께 잊혀져가는 전통과 자연을 만났다. 생활문화기행에서는 역사 유적지가 아닌, 공방과 강변 같은 정겨운 전통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이현배 장인의 공방, 손내옹기에 방문해 장인과 토박이 옹기를 만들어보고, 김용택 시인과 들꽃을 보러 섬진강에 방문하고, 이완옥 박사와 토종 물고기를 보러 무주로 떠나는 등, 소박하지만 즐겁고 의미 있는 기행을 진행했다. 생활문화기행은 기행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많은 인원이 참가해 마당기행을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세계 곳곳에 숨겨진 백제의 흔적을 찾다
1997년의 마당기행은 ‘백제, 천년세월이 남긴 그 찬란한 역사’라는 주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백제의 역사를 찾아 떠났다. 백제 유적지로 잘 알려진 부여와 공주는 물론, 경주와 서울 등을 답사해 숨겨진 백제의 역사를 만났다. 55회 기행에서는 백제의 역사를 찾아 일본 나라현을 찾아갔다. 마당의 첫 번째 해외기행이었다. 당시만 해도 역사현장 답사를 위해 해외를 방문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기행은 역사탐방의 본뜻을 살려내면서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마당기행의 독특한 면면을 담아내며 참가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위기의 시대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찾다
IMF 사태의 여파로 전 국민이 힘든 나날을 겪고 있던 1998년, 마당에서는 옛집기행을 기획했다. 오래된 집에 담긴 옛사람들의 지혜를 보고 배운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전남 광주, 담양 일대를 걸으며 겸손함과 문학, 풍류를 찾았고, 안동의 양반동네를 찾아가 선비정신을 되새김질하는 등의 기행을 실시했다. 옛집기행은 마당기행의 시사성을 잘 나타내는 기행으로 평가 받고 있다.



틀을 깨고 현대의 문화예술과 만나다
2009년, 마당기행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예술기행이 그것. 그 첫 번째는 ‘페르난도 보테로 전‘과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9‘를 감상하는 코스였다. 페르난도 보테로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9 모두, 기존에 추구하던 전통이나 역사와는 결이 달랐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기획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마당기행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예술기행은 마당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기행과는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예술기행은 마당이 특정 문화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마당은 예술기행과 ‘다시 백제기행’을 병행하며 전통성과 현대성의 균형을 갖췄다.



사람과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도시로 나가다
도시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도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2015년. 마당은 역사와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를 일구어가는 현장을 찾기 위해 도시문화기행을 추진했다. 재개발 대신 공동체를 선택한 도시재생의 사례들, 오래된 건축물을 활용해 시민문화의 거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문화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도시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자치단체까지. 도시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전문가를 통해 들으며, 현대 도시가 짊어진 과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시를 단순한 삶의 터전이나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도시문화기행, 날개를 달다
선도적인 각지의 도시문화를 널리 알리던 도시문화기행은 2017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도시재생 전문가 ‘강동진 교수와 함께하는 도시기행’을 ‘전주시 사회적경제도시재생지원센터’와 함께 하게 된 것. 다른 단체와의 공동기획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행은 이후 도시문화기행의 주제를 도시재생으로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동진 교수와 함께하는 기행은 4회에 걸쳐 진행됐다. 이때 시작된 도시재생지원센터와의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보다 전문적인 도시문화기행을 제작하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세계의 가치 있는 현장, 지구를 네바퀴 돌았다
마당기행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았다. 초현대적인 마천루를 찾아 홍콩으로, 예술과 공간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중국으로, 소도시의 가치를 찾아 일본으로, 화려한 여름 축제를 찾아 유럽으로. 마당기행은 문화현장을 찾아 세계 각지를 돌았다.
발길이 닿은 이동 거리만도 약 17만km. 지구 한 바퀴의 거리가 약 4만km라고 한다면 지구를 4바퀴 정도 돈 거리에 해당한다.

작은 답사에서 시작해 끊임없이 범주와 가치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마당기행.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투어 상품 속에 파묻혀 그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거운 것보다는 가벼운 것이,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이 선호되는 시대, 마당기행은 어쩌면 트랜드를 놓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당기행은 즐거움보다는 유익함을, 사진보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행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나아갈 것이다. 마당기행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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