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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12 | 칼럼·시평 [문화시평]
참신한 자극, 대학오페라 가능성 제시전주대 오페라「춘희」
최세종 전북대 음악과 교수(2003-09-26 11:25:58)

르네상스 말기인 1597 이태리 피렌체의 바르디백작의 궁정에서 시인 리눗처니와 작곡가 야코포페리 카치니 등이 협력하여 그리스의 신화를 노래극으로 만든 "다프네" 오페라의 시초였다. Opera 말은 원래 작품이란 뜻의 라틴어인 Opus 복수형으로 Opera in Musica 준말이다. 주로 원산지인 이테리를 중심으로 발달한 오페라는 Giuseppe Verdi(1913. 10. 101901. 1. 27) 이어지면서 화려한 절정기를 맞는다. 생애를 주로 오페라 작곡에만 전념했던 작곡가 베르디가 프랑스 뒤마피스의 유명한 소설을 그와 콤비로 활약했던 피아베의 대본으로 오페라 춘희를 작곡한 것은 성숙기인 그의 나이 사십세때였다. 1952 3 6 배네치아의 페니체좌에서 초연할 당시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왜냐하면 작곡자의 반대를 물리치고 극장지배인이 폐병을 앓는 쇠약한 여인이 아니라 건강미가 넘치는 비대한 거구의 프리마돈나를 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무대는 18세기 초반인데 반해서 작곡당시의 의상이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분란서의 화려했던 루이 14세때의 이야기로 당시 파리사교계의 유명한 무희 비올렛타와 프로방스 출신의 귀족청년 알프레도와의 비극적인 사랑의 종말을 그린 것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베르디의 오페라 작품중의 하나다. 이번에 전북학생회관에서 막을 올린 전주대학교 음악과의 오페라 춘희 공연은 1948 1 27 서울시공관에서의 한국초연 이후 실로 사십 만에 전주에서 실현된 제대로의 무대였다고 생각된다. 오페라 제작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은 음악과 문학·연극·무용·미술이 같은 무대에서 동시에 일치하여 연출되어야 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오페라 가수는 관혁악단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해낼 있는 재능과 배역에 어울리는 용모를 갖추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요한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통솔은 말할 것도 없고 가수의 호흡이나 액션까지 고려하면서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때로는 예기치 않는 상황조차도 민첩하게 대처할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때문에 지휘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오페라 지휘자를 거치는 정석으로 되어 있다. 음악의 연속으로 일관된 노래극인 오페라의 가장 어려운 점은 뭐니뭐니해도 엄청난 제작비에 있다. 무대세트, 소도구, 의상, 회전무대 같은 현대화된 무대시설, 합창단, 무용단, 그리고 능력 있는 오케스트라의 확보 등등 모두가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일단 성공적으로 치루어지기만 한다면 효과란 어느 다른 무대예술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와 같은 어려움 때문인지 전주에서 오페라가 공연되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 얼마 전에 고장의 호남오페라단이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주요부분을 타지방에서 수입하여 맞춘 외제조립품이었다. 고장의 음악여건이 오페라 공연에 얼마나 불리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발전 없이 오페라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조건에서도 어려움을 회피해나가느니 보다는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과 적극적인 자립의지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발전이란 도전과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 쌓여진 기술축적을 바탕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번 오페라 춘희 공연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긴 행사였다고 본다. 우선 전주음악계에는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특히 침체된 오페라계에는 참신한 활성자극제가 되었다. 대학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공연으로 스승과 제자가 무대에서 같이 어우러져 창출해낸 교육의 장임이 확인되었다. 모두들 열심히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바치는게 역역했으며 또한 그들의 화려한 각광 뒤에 숨은 숱한 땀내음을 느끼게 했다. 예술이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어지는 수도승의 깨달음 같은 것이 아닐까? 아무리 천재라 해도 99% 노력 없이는 자기의 영감이나 천재성을 발휘할 없는 것이다. 진심으로 그들의 노고에 찬사의 갈채를 보내면서 우리고장의 문화는 주인인 우리들의 손길로 가꾸어지는 만큼 좀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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