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창간33년, 문화저널이 지켜온 기록의 힘
수요포럼
건강한 토론문화 정착. 그 길을 열다
마당 수요포럼은 2003년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과 지역 현안들을 되짚어 건강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 나서기 위해 시작됐다. 초기 포럼은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형태의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화의 다양성만큼 다채로운 주제로 펼쳐진 수요포럼. 그 첫 번째 주제는 ‘깃발논쟁, 촛불시위 공방‘이었다. 포럼 참가자들은 주한 미국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촛불시위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미에 대해 논의하며, 시위의 향후 전개과정을 설계하고,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도모했다. 참가자들은 시민들의 반미 감정이 무분별한 이데올로기가 아닌,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결과라고 말하며, 대중이 정권과 미국이라는 절대적 권위마저도 비판할 수 있는 열린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당대 가장 뜨거웠던 논점에 대해 토론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지역문화를
돌아보다
수요포럼은 지역문화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제3회 수요포럼은 지역문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첫 번째 포럼이었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지방분권 운동이 가속화되던 시기 ‘지방분권 시대의 지역문화’를 주제로 한 포럼은 전북도청 문화예술과 담당 공무원들과 지방분권운동 전북 본부 관계자, 문화활동가 등, 40여 명이 참여해 지역문화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다수의 문화예술 담당 공무원들이 참여한 포럼에서는 실제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의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하며,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됐다. 지역문화에 대한 논의는 5회(전라북도, 전주시 문화콘텐츠, 무엇이 가능한가), 10회(전주시 문화영상산업 현실과 이상) 등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주목하다
지역문화를 논할 때, 지역문화의 근간인 전통문화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수요포럼에서도 전통문화는 단골 주제였다. 눈에 띄는 사례는 2003년에 학술세미나 형태로 열린 포럼으로 ‘판소리의 원형보존과 문화산업 혁신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세미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국내 내로라하는 판소리 관련 연구자들이 참석, 판소리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고찰로 눈길을 끌었고, 참석자들의 다양한 시각과 구체적인 현실 대안 제시가 쏟아져 나오는 등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제14회 수요포럼에서는 ‘전주의 전통문화 도시화 전략’을 주제로 펼쳐졌다. 포럼에서는 한옥마을 프로젝트와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전주의 “전통문화 도시화 전략”의 진행 과정과 이로 인한 문제점, 그리고 이를 성공적인 지방 활성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문화의 시대,
축제의 성과와
과제를 고민하다
전라북도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동안 수요포럼에서도 축제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졌다. 여러 축제와 행사 중에서도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영화제’는 포럼의 단골 주제가 됐다. 소리축제는 2003년 처음 주제로 등장했다. 당시 강현욱 전 도지사가 축제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아 축제의 존립 기반이 위태로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세계소리축제 재신임을 묻는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임진택 전 총감독을 비롯해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공무원, 일반 시민들까지 참석해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제34회 수요포럼에서는 소리축제 5주년을 기념해 축제의 정체성과 운영상의 문제 등에 대한 토론을 열었다. 곽병창 2005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을 비롯한 발제자와 토론자는 4시간에 걸쳐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2011년에는 축제가 ‘대중성’이라는 목표에 얼마만큼 다가섰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로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끝나지 않은 꿈’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처음 다뤄졌다. 전주시민영화제와 전주여성영화제 등 영화관련 단체들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관련 인사들이 참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운영 미숙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2005년 처음 이뤄진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논의는 2007년, 2009년, 2014년, 4회에 걸쳐 행사의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의 장을 열었다.
이외에도 전주대사습놀이(77회, 102회)와 전주한지문화축제(54회)와 같은 축제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건강한 비평의
눈으로 점검한
문화정책
수요포럼은 문화정책에 대한 능동적인 논의를 지속해왔다. 2004년에 열린 제15회 수요포럼은 ‘17대 총선결과의 의미와 전망’을 주제로 총선이 갖는 의미와 향후 정국의 변화를 진단했다. 2006년에는 ‘2006 전주시 문화정책’, ‘2006 전라북도 문화정책’, ‘변화하는 지역문화정책’, ‘전라북도 문화예술정책 공약개발 대토론회’, ‘전주시장후보 문화예술정책 토론회’ 등의 문화정책 관련 주제의 포럼을 연달아 진행하며, 문화정책에 대한 관심과 비판적인 시각을 모았다. ‘전라북도 문화예술정책 공약개발 대토론회’는 공약을 살펴보는 것을 넘어, 전라북도 문화예술정책 공약 개발을 목적으로 진행한 토론회였다. ‘전주시장후보 문화예술정책 토론회’에서는 당시 전주시장 후보자들이 참여해 문화정책을 공약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외에도 50회(전라북도 문화예술정책 읽기), 111회(19대 총선으로 본 문화정책), 133회(2014 지방선거, 새로운 문화지형을 그리다)를 거쳐 당대의 문화정책에 대한 면밀하고 비판적인 분석을 진행하며, 지역문화가 올바르게 발전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문화공간,
역할과 기능을
주목하다
문화시설은 문화 발전과 지역주민의 복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공문화시설은 건립과 운영에 큰 비용이 소요되고, 많은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를 감독하는 기관이 특별히 없어 느슨하게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마당은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문화시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공간 운영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 전주시립미술관과 한국전통문화전당, 덕진공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중 전북도립미술관에 대한 논의가 특히 뜨거웠는데, 제26회 수요포럼에서 전북도립미술관 개관과 관련해 지역미술의 과제와 지역미술관의 역할과 전망에 관한 토론을 나눈 것이 그 시작이었다. 참가자들은 지역미술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왔던 나눠먹기식 문예진흥기금, 비평문화의 부재, 작은 미술 시장의 규모,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미술대학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전북도립미술관에 대한 논의는 1회로 그치지 않고, 2008년과 2014년에 다시 다루며 지속적인 관심을 표했다.
평등을
이야기하다
수요포럼은 토론의 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평등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제14회 수요포럼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참가해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여성할당제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역설했다. ‘여성 할당제’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큰 틀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그 당위성을 인정하는 성과를 이뤘다. 제87회 수요포럼에서는 ‘다문화가정은 글로벌 시대의 원동력이다’를 주제로, 전라북도 내 다문화가정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열띈 대화가 오갔다. 참가자들은 다문화가정의 빈곤, 부족한 복지혜택과 서비스 등을 거론하며, 그들을 위한 정책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 한채윤 씨는 제175회 수요포럼을 통해 ‘동성애는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주제로 동성애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새 옷 입은
수요포럼,
대중들을 만나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2년간 토론회 방식으로 진행되던 수요포럼은 2015년 토크 콘서트로 그 방식이 변경됐다. ‘문화의 숲’을 부제로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과 지식인을 만나 그들의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토크 콘서트 형식의 수요포럼은 매달 다른 주제로 펼쳐지며, 더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집중도 있게 담아냈다.
2015년부터 5년간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던 수요포럼은 2020년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는 여러 전문가가 모여 의견을 나누는 집담회의 필요성을 재고시켰다. 마당은 2020년 6월, 집담회 방식의 수요포럼을 재개한다. 주제는 ‘결핍이 또 다른 예술 트렌드를 만든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문화예술계를 진단하는 포럼이었다. 포럼을 통해 예술인들은 새로운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찬 결의를 얻을 수 있었다. 2020년 10월에 진행한 제200회 수요포럼에서는 ‘온라인으로 가는 공연과 전시의 방향성을 논하다’를 주제로 전라북도의 현장 기획자들을 초청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과 전시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2003년 1월 첫 포럼을 시작으로, 2020년 10월 마당 수요포럼은 200회를 맞았다. 수요포럼은 앞으로도 건강한 토론과 강연 문화를 위해 문화의 장을 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