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 2020 가을날의 뜨락 음악회
동영상으로 옮겨 온 가을 밤의 정취
가을날의 낭만과 여유를 나누는 음악회, ‘가을날의 뜨락음악회’가 지난 10월 24일 6시 전주국립박물관 앞 야외무대에서 펼쳐졌다. 올해로 스물네 번째. 이번 뜨락음악회는 현장 관람과 온라인(유튜브) 감상이 모두 가능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연은 한때 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객 공연으로 준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뜨락음악회가 관객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만큼, 무관객으로 진행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음악회는 관객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홍보를 진행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관객들과 함께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올해 음악회는 아카펠라 혼성 그룹 ‘제니스’의 무대를 시작으로, 가야금 3중주단 ‘가야금빛’, 기타와 오보에의 인상적인 클래식 앙상블 ‘에스트로 듀오’, 퓨전국악그룹 ‘오감도’ 등 아카펠라와 국악, 클래식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으로 열렸다.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는 재즈곡 ‘Autumn Leaves’로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Autumn Leaves’은 ‘고엽’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가을을 대표하는 재즈곡. 제니스는 입으로 다양한 악기 소리를 표현하며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내 관객들의 눈길을 모았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제곡 ‘How long will I love you’와 이문세의 ‘옛사랑’ 등을 이어 부르며 매력적인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제니스는 ‘절정’, ‘정점’을 의미하며 사람의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08년 결성한 이래, 한국 아카펠라 대회와 대만 TCMC 국제 아카펠라 대회 등, 각종 아카펠라 대회에서 우승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가야금 3중주단 ‘가야금빛’은 ‘Neon(네온)’과 ‘아리랑’, ‘The Light is on’을 연달아 연주하며 공연장을 이색적인 가야금의 선율로 채웠다. ‘Neon’은 한 장르에 다른 장르의 요소가 더해진 크로스오버(Crossover) 곡으로 시민들을 향한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The Light is on’은 ‘새타령’을 테마로 휘모리장단의 장점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장점을 극대화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곡이다. ‘가야금빛’은 민요와 힙합, 일렉트로닉장르를 크로스오버한 곡을 선보이는 국내 유일한 가야금 3중주단. 라디오 및 방송, 각종 음악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클래식 앙상블 ‘에스트로 듀오’는 피아졸라의 ‘망각’, ‘카바티나’, ‘파울린느를 위하여’ 등을 연주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김우재와 오보이스트 손연지가 팀을 이룬 에스트로 듀오는 표현력 있는 음색과 열정적인 연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 무대를 선보였다. 에스트로 듀오는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에서 힌트를 얻어 서로 도움과 영감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오감도’가 장식했다. 평화의 뱃노래, 아름다운 나라, 볼라레(Volare) 등,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즐거운 공연을 선사했다. 오감도는 2003년 전라북도에서 결성된 월드뮤직 단체로, ‘EBS 스페이스 공감’과 ‘서울아트마켓 PAMS초이스’,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공연장에서는 앵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공연은 예정보다 20분 늦게 막을 내렸다. 비록 많은 관객과 함께하지 못 했지만,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사회적기업 마당’과 ‘국립전주박물관’, ‘M60 MusiCamp’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공연은 영상으로 제작 중이며, 차후 온라인(유튜브)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