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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 | 문화현장 [프리뷰리뷰]
프리뷰리뷰
김하람,문명수(2020-11-06 15:29:56)

전북도립미술관 ‘예술과 에너지 : 에너지 교류기와 우리 삶의 저장소’

예술 작품에서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를 얻다


예술과 에너지의 관계성에 대한 전시 ‘예술과 에너지 : 에너지 교류기와 우리 삶의 저장소’를 10월 16일부터 2021년 1월 24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예술과 에너지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예술작품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면(動) 마음에 에너지가 가해진 것이 아닐까. 에너지는 물리학에서는 물리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힘이며, 생리학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때 필요한 연료를 말한다. 최초의 열역학 사가(史家)이자 물리학자이며 관념론자인 오스트발트는 “에너지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에너지든 생리적 에너지든 정신적 에너지든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에너지가 섞이며 미학적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문명사와 과학사의 맥락을 따라 인문학, 동력학, 기하학, 기술학, 그리고 대중문화라는 다섯 개의 영역을 참조해 구성됐다. 전시를 구성하는 예술작품은 에너지와 예술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도록 이끄는 다양한 ‘실험실 기반’의 미술들로 이뤄져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백남준을 비롯하여, 동시대 미술의 지평을 실험실 기반의 연구 작업으로 확장해 온 김윤철, 이형구, 최우람 등 국내와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9인의 미술 작업이 도립미술관 본관 2~5전시실에서 전시된다.
전시는 예술과 에너지의 관계를 빌려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예술작품을 보고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예술작품을 에너지의 저장소로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예술작품을 볼 때마다 매번 에너지를 느끼고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전시에서는 미학적 에너지가 창조하는 힘임을, 또한 예술은 쉼 없는 상호 교류를 일으키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자 우리 삶의 에너지 저장소라는 영감을 부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은 미학적 에너지가 운동하는 끊임없는 창의력으로 연출된다. 예술의 미학적 에너지는, 에너지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무용한 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에서 벗어나 영구히 에너지를 얻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것이다.



오늘의 문명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희망과, 소비사회의 피로와, 유한한 자원의 고갈이 자아내는 불안과, 과도한 에너지 개발이 초래한 생태계의 이상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에너지의 의미를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궁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초대된 19인의 예술가는 시대의 풍경을 살피며 자신만의 예술 실천으로 고갈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성찰하며 모색하고 있다.

전시 기간에는 과학창의재단에서 진행하는 성인 대상 과학강연과, 시각예술 전문가 심혜련(미학자)과 이진실(미술비평가)이 참여 작가와 나누는 대담 시간 또한 마련했다.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 개관
책을 펼치면 나타나는 또 다른 세상 속으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세계 희귀 그림책을 소개하는 예술그림책도서관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이 팔복예술공장 내에 개관했다. 이팝나무도서관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전시와 교육이 같이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매번 주제를 달리하여 다양한 책을 소개하며 전시하는 이팝나무도서관의 첫 전시 주제는 바로 ‘팝업북’.


개관전 “The Pop-up Books; 팝업북의 역사를 만나다”에서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1820년대 빈티지 팝업북부터 2000년대 현대 팝업북까지 80여 권의 주요 팝업북을 소개한다. 시대에 따라 팝업북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그 기술과 창의성의 진화를 엿볼 수 있다. 전시 기간은 10월 10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팝업북은 책을 펼치면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솟아오르는 팝업의 형태 외에도 작은 구멍 사이로 깊이 있는 풍경을 재현한 터널북, 360도로 펼쳐지는 캐러셀북, 제본하지 않고 주름을 접어 만든 파노라마 북, 탭을 당기면 움직이는 무버블북까지 다양하다. 최근 이를 통칭하여 팝업북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팝업북들을 만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1932년 팝업북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해럴드 렌츠의 <피노키오 팝업(Pop-Up of Pinocchio)> 초판본도 소개된다.


그 외 1960년대를 대표하는 보이체 쿠바스타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와 천재 디자이너 부르노 무나리, 로버트 사부다의 작품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팝업의 명장면과 만나는 감동을 선사한다.



초판본 같은 빈티지 북들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전시관에 넣어 보관했지만, 나머지 책들은 자유롭게 펴보고 움직여 볼 수 있다. 도서관인 만큼 곳곳에 좌석을 마련해 어디서든 앉아서 원하는 책을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아이들만을 위한 전시는 아니다.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표현, 신기한 기술에 어른 역시 팝업북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200년 전인 19세기에 만들어졌다고 믿기 힘들 만큼 정교한 그림과 기법들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아쉬운 점은 관람 시간에 제한이 있다는 것.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시 관람 및 도서관 이용 시간은 예약한 시간으로부터 최대 60분이다. 도서관에서 원하는 만큼 책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만, 아예 문을 열지도 못하고 있는 다른 도서관들에 비하면 나은 상황이다.



서양화가 유휴열씨 보관 문화훈장
지역 예술 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 지역 지키며 창작활동 모범



전북청년작가상 제정 등 전북 미술문화 발전에 중심 역할을 한 서양화가 유휴열씨가 문화훈장(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작가는 프랑스ㆍ일본ㆍ미국 등에 머문 몇 년을 제외하고 1987년부터 현재의 전주 작업실을 떠나지 않고 정체성 확립의 기반이 된 지역(전북 완주군 구이면)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94년에는 작업실 옆에 ‘문화공간 모악재’라는 이름의 갤러리를 짓고 본인의 전시를 시작으로 국내외 작가 교류전을 진행해왔으며, 2000년에 <미술관 모악재>로 이름을 바꾸고 각종 전시 및 문화행사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창구를 마련해왔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사단법인 모악재>를 설립, <유휴열 미술관>을 새롭게 개관했으며 자신이 생활하고 작업하는 모든 공간을 오픈했다. 그림을 사랑하고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장소로 재정비하여 공유화 시키려는 취지다. 


그는 특히 ‘전북청년미술상’을 운영, 지역 작가 발굴에 큰 역할을 해왔다. 1990년 제정된 ‘전북청년미술상’은 2000년까지 청년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청년들의 창작의욕을 높이며 융성한 지역 문화예술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해마다 시행되어 왔다. 당시 ‘전북지역의 청년작가들에게 주는 유일한 상’으로 주목을 모았으며, 선정된 작가들은 이후 한국 미술계에서 탄탄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수상 작가들에게 주는 상금과 수상기념 전시회 경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변 뜻있는 지인들의 후원에도 불구하고 중단됐었다. 그러나 올해 미술관을 새롭게 개관하면서 전북청년미술상을 복원, 앞으로 매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45세 미만의 작가’를 선정, 그 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작가는 정읍 출생으로 전주대학교 미술교육과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82년 벨기에 국제 회화전 특별상, 1986년 예술평론가협회 제정 최우수 작가선정 최우수 작가상, 1997년 MANIF 서울 국제 아트페어 대상, 1999년 목정문화상, 2008년 전북대상, 2016년 제1회 한국작가상, 2019년 제1회 전북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생, 놀이’ 연작과 ‘추어나 푸돗던고’ 등이 있다.


문화훈장 서훈식은 지난 10월 1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제 46회 전주대사습놀이
전통문화 공간에서 열린 전통문화 축제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전주대사습놀이가 열렸다. 올해로 46회 째. 가장 주목 받는 판소리 명창부 장원은 50대 소리꾼 김병혜씨가 차지해 명창으로 등극했다. 


행사는 70년 만에 복원된 전라감영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2020년 9월 6일부터 10월 12일까지 약 한 달간 열린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개최됐다.


조직위는 방역과 안전한 공연 환경을 만드는데 우선을 두었다. 학생부 예선은 비대면심사로 현장심사를 대체했고, 일반부 예선은 현장심사로 하되, 심사 인원을 제한했다.


4일로 기획된 행사 일정이 한 달로 길어진 이유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궁도부는 경연 자체를 취소했고, 거리공연과 퍼레이드 등의 부수적인 프로그램들도 안전을 위해 전야제를 제외하고 일제히 취소됐다.
올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는 판소리 명창부와 농악부 등 11개 분야, 213팀 401명이 출전했다. 학생전국대회에는 판소리부와 농악부 등 8개 분야, 145명이 출전해 행사장을 우리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각 부문 장원은 김병혜(판소리 명창), 고북연암농악단(농악), 이준섭(기악) 등이 수상했고, 학생전국대회에는 이지원(판소리), 장아현(가야금 병창), 장서윤(관악)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경연은 MBC TV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으로 방영됐으며, 전국대회 영상은 MBC 유튜브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행사는 전주시와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주최하고, 전주대사습놀이조직위원회가 주관했다.


전북일보 창간 70주년 기념 사진전
도민과 함께 만들어온 역사, 사진으로 나누다


도민과 함께 해온 70년. 창간 70주년을 맞은 전북일보 사진전이 지난 10월 23일 막을 내렸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10월 13일 개막식을 통해 그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내빈만 초대, 무관객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반 관객은 유튜브를 통해 개막식을 시청할 수 있었다.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섹션은 전북일보사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 그동안 전북일보가 만났던 인물들을 10미터 높이의 한 벽면에 설치해 웅장함을 살렸으며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전북일보의 역사와 연혁, 활판 시대 신문 제작에 사용됐던 도구 등을 전시했다. 조판대와 연판, 텔레프린터 등의 도구는 전북일보의 역사적 깊이뿐만 아니라, 신문 제작 기술의 변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새만금의 역사를 조망 할 수 있었던 공간. 전라북도의 가장 큰 과제이자 이슈였던 새만금의 역사를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 눈길을 모았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전북일보가 창간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북일보가 70년 동안 담아온 전국의 사건사고 현장을 10년대별로 나눠 소개했다.


전북일보가 독자와 함께 해온 역사가 길었던 만큼, 전시는 지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전시는 당초 한 달여 기간 동안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19의 2단계 시행으로 열흘로 대폭 축소해 진행했다. 전북일보사는 이 사진전을 영상으로 제작 유튜브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게 했다.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장근범 사진전
기념사진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오랜만에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가 문을 열었다. 김지연 관장은 계남정미소를 ‘표류하는 섬’이며, 작가는 ‘그 배에 올라타고 노를 젓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다가 항해를 포기한 적도 있지만, 몇 년을 쉬면 또 노 젓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계남정미소. 이번에도 역시 항해가 지칠 무렵 장근범 작가라는 노 젓는 사람이 다가왔다.


장 작가는 그가 삶이나 사진에서 한계를 느낄 대 훌쩍 떠나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랑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찍은 사진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사진은 단순히 그 장소를 방문한 증거를 남기기 위한 기념사진이 아니다.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이 함께 여러 방식으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지나 현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옆에서 훔쳐보면서 사람과 사물을 객관화 시킨다. 그래서 ‘훔쳐보기’같은 사진이라도 그의 사진이 무뢰 하거나 가볍지 않은 이유다.


그의 사진 속에서 파도치는 바닷가의 신부 사진을 찍느라고 조명이며 사진가들이 분주하다. 히말라야가 보이는 고지에서 씨름을 하는 두 남자의 모습이나, 인도 산등성이에서 지구본 같은 큰 돌을 받치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김 관장은 “장근범 작가와는 물론 우리와도 아무 상관이 없는 사진이지만, 사진 속 본인들도 즐겁고 우리도 즐겁다”고 말한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 속에서 장 작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장근범 사진전 ‘기념사진-Asia Project #1’은 10월 16일부터 11월 15일 매주 금, 토, 일에 만나볼 수 있다.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전주완창무대
전주에서 꽃 피는 완창의 멋

소리꾼과 고수가 어우러져 다양한 인생사를 풀어놓는 우리 음악, 판소리. 그 극한을 담은 완창무대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다. 완창무대는 이름 그대로 판소리 한 곡을 완창 하는 무대. 특정 대목만 부르는 일반적인 판소리 공연과 달리, 소리꾼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야 한다. 완창에는 짧게는 3시간 30분, 길게는 6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연자에게 극한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된다. 


우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전주완창무대는 완창을 통한 공연자 역량 강화와 지역의 판소리 부흥을 목적으로 한다.
재단은 지난 2020년 3월에 완창소리꾼을 공모, 4월에 음원 심사를 통해 5명을 선발했다. 장문희, 김선미, 이지숙, 안이호, 방수미가 그들. 판소리 다섯 마당을 한 곡씩 맡아 완창 한다.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사전신청을 완료한 50명만 현장 관람이 가능하며, 현재 모든 공연이 전석 매진돼 온라인(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다. 


무대는 2020년 10월 17일부터 11월 14일까지 열린다.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춘향가 순. 심청가(장문희)와 수궁가(김선미), 흥보가(이지숙) 공연은 지난 10월에 열렸고, 적벽가(안이호)는 11월 7일, 춘향가(방수미)는 11월 14일에 열릴 예정이다.   


우진문화재단 김선희 이사장은 “한 곡을 완창 한다는 것은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고되지만 그만큼 성장이 기대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무대를 통해 판소리가 다시 한 번 부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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