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에 아름다움을 더한 장인의 손길
전주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전시회가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전주 경기전 부속건물에서 열렸다. 본격적인 야외전시로는 이번이 처음. 실내 전시 공간을 벗어나 한옥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올해 전시는 새로운 형식의 전시회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주로 박물관에서 마주하게 되는 전시실은 작품의 보호를 위해 전면에 유리가 설치되어 있는 형식. 관람객들은 벽을 따라 걸으며 작품의 정면만을 스치듯 보고 지나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전시장 속의 작품의 아름다움과 쓰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한계를 안게 된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 내려오는 기술의 결정체란 점에서 그 아름다움과 쓰임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전시기법이 늘 아쉬웠던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 전시는 그런 점에서 공예품들의 아름다움과 함께 쓰임을 좀 더 가까이에서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올해 전시는 경기전 부속건물인 서재, 동재, 전사청, 조병청 등 한옥 건물의 대청과 방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각 건물의 방과 마루에 전시된 작품들이 공간과 어우러지며 공간이 주는 맥락 속에서 또 다른 미의식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내 전시와는 달리 경기전을 찾아온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었던 것도 전시의 큰 성과.
야외전시인 만큼 작품 보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높이며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전시 기법의 활용도가 주목받기도 했다.
전주시는 앞으로 경기전뿐만 아니라 전라감영 등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으로 전시 장소를 확장, 전주 시민들과 전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무형문화재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쓰임에 아름다움을 더하다‘를 주제로 한 올해 전시에는 ▲서재- 민속목조각장 김종연, 선자장 엄재수, 한지발장 유배근, 우산장 윤규상, 방짜유기장 이종덕, 악기장 최종순 명장 ▲동재-악기장 고수환, 색지장 김혜미자, 선자장 방화선, 전주배첩장 변경환, 단청장 신우순 명장 ▲전사청- 선자장 박계호, 악기장 최동식 명장 ▲조병청- 전통음식 김년임, 지승장 김선애, 야장 김한일, 전주낙죽장 이신입, 옻칠장 이의식, 향토술담기 조정형, 전주나전장 최대규 명장이 참여했다.
김하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