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한켠에 자리 잡은
책방지기의 일기장
독립 출판물 전문 서점 에이커북스토어 이명규 대표가 책방지기 5년 동안의 경험을 담은 책,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를 출간했다.
독립출판에 대한 열정으로 쓰인 책.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책은 그가 독립서점 두 곳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책방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 마켓에 참여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던 일, 폭우에 책방이 침수됐던 일 등, 그가 처음으로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은 실패와 고난의 이야기, 지금의 서점으로 이전한 후에 벌어졌던 급작스러운 교통사고, 도로 공사, 코로나 사태에도 꿋꿋이 책방을 지켜내는 모습은 책방 운영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책을 통해 ‘책방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책방을 열고 싶다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이 왕왕 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해서 당황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서점운영이 마냥 즐겁고 편해 보일 수 있지만, 서점도 사업이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고, 많은 고민과 결심, 그리고 노동이 필요합니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독립출판 북 페어 ‘퍼블리셔스 테이블’ 덕분이다.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서울에서 열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독립출판 제작자와 창작물이 한 자리에 모이는 박람회. 이 씨는 독립출판에 열정을 가지고 행사에 제작자로 참여하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부터입니다.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적다보니 원고를 쓰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죠. 대신 퇴고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책방을 하면서 기뻤던 순간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억울하고 화났던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다보니 원고에 그런 감정들이 많이 담겨 있더라고요.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책방과 자영업의 현실을 저자의 경험을 그대로 담아 책방지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이즈음 큰 걱정을 안고 있다. 도서정가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 도서의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막기 위한 제도지만, 일각에서는 할인을 강제로 막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9년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 참여인원이 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올해 다시 화두가 되면서 폐지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사실 저희 서점에서 취급하는 독립 출판물은 도서로 등록돼 있지 않아, 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독립 출판물은 대부분 소량 제작돼 일반 도서에 비해 제조원가가 높아요. 제조원가가 높으면 가격 대비 마진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도서정가제가 폐지돼 가격경쟁에서 밀린다면 독립 출판물도 할인을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할인으로 인한 피해를 서점에서 떠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제작자에게도 더 낮은 원가를 요구하게 되고, 제작자와 판매자 모두 힘들어지게 됩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겠지만, 출판사는 새로 출간하는 도서의 가격에 할인을 고려하게 된다며 실질적으로는 도서정가제 폐지가 가격을 올리는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책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죠. 도서정가제는 판매자와 제작자,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제도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지해주길 바라고 있다.
문명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