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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 | 칼럼·시평 [문화칼럼]
전환의 시대 문화도시를 고민한다
권순석(2021-03-04 10:17:09)

전환의 시대 문화도시를 고민한다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문화도시에 쏠리는 관심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북 완주를 비롯한 5개의 문화도시를 2기 법정문화로 선정•발표했다. 1기 청주시를 비롯한 7개 도시가 이미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번 2기까지 더하면 12개의 문화도시가 올해 활동하게 된다. 문화도시사업은 예비 과정을 두어 본 지정에 앞서 예비 도시로 선정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전북의 경우 익산이 관문을 통과해 올해 예비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난 3년간 문화도시를 준비하고 공모에 응한 도시는 모두 60여 개로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 제4장에 근거한 법정도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꾸려갈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면 평가와 컨설팅 그리고 심의를 거쳐 예비도시로 지정한다. 이후 1년간 예비사업 수행 후 최종 심의를 통과하면 법정 문화도시로 최대 200억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다. 법정 문화도시라는 지위, 200억 원이라는 사업비, 거버넌스와 시민 협력을 중요시하는 체계적인 과정 설계 등이 문화도시 사업에 쏠리는 관심의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면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는 당연명제를 현실화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각자가 꿈꾸는 행복의 가치척도 역시 제각각임은 당연한 일이다. 도시가(시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이런 시민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여건과 환경을 갖춘다는 의미가 아닐까? 문화도시는 어쩌면 법정 지정된다는 결과로서의 의미보다는 개인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게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로서의 가치가 크다. 행복이란 개념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거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총체가 문화이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문화도시를 고민하는 데 해당되지 않는 것이 없다. 


도시전략으로서의 문화도시를 고민해야...

문화도시는 단순한 문화예술 사업을 넘어선다. 지역민의 일상에 근거한 삶을 디자인하는 도시전략이자 도시 비전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고 시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무엇이 좋아 대도시의 편리를 버리고 불편을 감내하며 지역살이를 준비하는가? 그 이유를 들춰 보면 문화도시의 지향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살이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쁘고 빠듯하기만 한 일상을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갖추는 것, 자신을 위한 시간의 투자가 가능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지역살이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 삶의 전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본능의 발현이라고 할 때, 행복의 실현을 위해 전환을 꿈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삶의 전환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가치의 전환이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야 진정한 삶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문화도시의 지향점과 구체적 내용을 유추해 낼 수 있다. 부의 축적만을 목표 삼지 않고, 누구나 일할 수 있는(먹고살 만한) 일자리가 있는 도시. 일은 각각의 취미와 능력에 맞춰 있으며, 노동의 강도는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준이 아닌 적절한 정도를 갖춘 도시.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서면 쾌적한 환경과 자연이 있고 마을을 돌아보면 어디든 유물이 있고 일상이 놀이가 되는 도시.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해 배움과 학습이 제공되고, 함께 나누며 서로 보듬는 질서가 자리 잡고 있는 그런 마을과 이를 즐기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문화도시의 실체가 아닐까? 


물론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한 문화도시의 미래상에 대해 공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정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각각의 제안된 실천사업이 잘 돌아갈 수 있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정책 영역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시민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당연하게도, 과거의 방식처럼 정책사업으로서 문화도시를 가져오겠다는 생각으로 탑다운 방식의 일방향적인 접근은 곤란하다.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사업 중심의 접근을 멈춰야 한다.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어떠한 문화도시를 함께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지향점을 공유해야 한다.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도시의 미래상을 꿈꾸며 장기적 도시발전 전략으로서의 문화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도시를 구성하고 살아온 시민들의 관점에서 역사적 맥락과 생태계 중심의 관계성을 기저에 두고 함께할 과제를 도출하고 운영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렇게 광의의 문화도시가 문화예술 영역에서만 가능할 리 없다. 우리가 지금 논의하는 문화도시에는 도시의 모든 요소가 필요하다. 경제, 복지, 교통, 환경,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가 문화예술과 협력하고 도시를 재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화도시 그리고 문화안전망

2기 문화도시로 지정된 완주의 경우 최종심사 때 시민문화배심단과 문화현장주민기획단을 구성해 문화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할 구조를 갖추고 보편적 문화도시를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었다는 특징과 코로나19로 지역 문화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역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조례를 제정해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하는 모습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문화 안전망을 가동할 수 있는 도시야말로 문화도시로서의 기본이 아닐까?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막대하다. 

문화(예술) 활동의 본질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보면 실제 거의 대부분의 문화 활동이 멈춰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양한 강좌 강습은 물론이고 예정된 축제나 문화예술 프로그램마저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된 상황이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문화는 문화도시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발생할 문제이고 차제에 근본적 사회 전환이 요구된다고 이야기하며 회복력, 전환, 혁신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회복력은 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고 시스템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생태학에서 다루던 개념이었다. 하지만 고도화된 현대문명사회에서 코로나 팬데믹이나 국제금융위기, 원전 사고, 세월호 참사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과거의 회복력 개념인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의미보다는 성찰을 통한 근본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확장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만드는 일을 우리는 전환이라 부르며 그 과정을 혁신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다시 한번 묻자.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문화는 무엇을 할 것인가? 


당장의 예정되었거나 혹은 관성적으로 당연시 받아들여졌던 사업(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좋겠다)을 어떻게 (비대면으로) 해결할까와 같은 문제에 천착하기보다는 전환의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혁신의 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쌓아둔 밀린 숙제를 한다는 심정으로 그간 문제 제기 되었던 부분이나 외부환경으로 인해 해결할 수 없었던 의제를 끄집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화나 토론의 양적 증대도 필요하며 이때 중요한 것은 질문의 방법과 형식을 바꿔보는 것이다. 영향의 주고받음에 기초한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환경이다’와 같은 인식의 전환에 기초해 지역의 삶은 행복한지 묻고, 문화는 또 문화행정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문화의 개념이 단순히 소비되거나 향유되는 것이 아니고 보면 관계의 질서를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고민하지도 실천하지도 못했다. 환경, 교통, 주민자치 등 다양한 관계와 질서 속에 규범으로 자리 잡는 문화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도래했을 때 대처하는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문화도시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한 글자를 꼽아보면 ‘돈, 땅, 차, 집’이라고 본다며 진정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우선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의 삶이 주목받는 시대에 삶의 가치는 무엇이지 성찰하는 기회가 주어지고 새로운 가치 인식에 기초한 삶의 전환을 실천하며 이것이 지역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는 곧 문화도시의 과제가 된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치는 무엇인가 진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질문을 바꿔보자 ‘당신은 행복한가?’ 위의 4가지가 충족되면 ‘당신은 진정 행복해지는가?’


이때 수단과 목적을 혼란스러워 말자. 대면 비대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교감하고 이해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는 현상과 사회 질서를 받아들여야 새로운 가치와 질서가 확립된다. 새로운 가치와 질서가 곧 지역의 문화인 것이다.


과거 척박한 지역의 문화(예술) 환경에서 문화의 가치 실현과 지역 삶의 의미를 부여해 온 지역 문화(행정)의 지금까지의 역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가치를 고민하고 문화의 역할을 재정립하자.


당장의 일상은 모두에게 힘들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간 고민만 해오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 지역에서 활동해온 다양한 문화 주체의 역량을 발휘할 때이다.


묻고 또 묻자 ‘오늘 당신은 행복하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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