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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 | 문화현장 [문화현장]
개인전 연 서양화가 이기홍 씨
대숲과 옥수수에 시대의식을 담다
김하람(2021-03-04 14:07:38)

대숲과 옥수수에 

시대의식을 담다

김하람 기자 • 사진 윤정아 



서양화가 이기홍 씨의 개인전이 2월 2일부터 28일까지 전주 한옥마을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향교길68>의 개관초대전이다. 


예술의 시대의식을 강조해온 작가는 대숲을 통해 우리 농촌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옛날에는 시골 집 뒤편에 대나무를 심었다. 그 대나무는 바구니, 돗자리 등 생필품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면서 일상에서 늘 함께 했던 친근한 자연이다. 작가는 그 대나무가 우리의 삶의 역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학농민혁명을 상징하는 것도 죽창일 만큼 대나무는 동학농민혁명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숲에서 저는 그런 역사적 맥락을 읽었습니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대숲을 만나볼 수 있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대숲을 다각도로 표현한 덕분이다. 캔버스에 그린 작품 외에도 고재에 그린 대나무나, 병풍형 10폭 연작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또 색을 달리해서 달빛에 비췬 대나무 숲을 몽환적으로도 표현하거나 혁명과 투쟁의 색인 붉은색으로 대숲을 물들여 작가의 의도를 깊이 있게 담아낸 것도 특징이다.


그는 최근 옥수수를 그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변두리를 다니다 보면 수확이 끝나 바람에 겉대만 휘날리는 옥수수를 보게 된다. 무심코 지나가는 풍경일수도 있었지만 작가는 그런 옥수수 겉대에서 오늘날의 농촌의 현실을 느꼈다고 했다.


“바람에 마른 잎이 휘날리는 모습이 살풀이춤 같기도 해요.”


옥수수는 풍경에서 부제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제로 세워진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한 주제에 천착해 그것을 통해 다양한 표현과 언어를 담아내는 것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옥수수는 곧 그의 작품 중심에 서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내 작품의 소재는 자연이에요. 대나무와 옥수수, 그리고 작은 들풀 속에 세상을 담고 싶습니다. 그 작고 흔한 것들, 우리가 늘 보아왔던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담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죠. 항상 주변에 관심을 갖고, 보다 나은 세상이 되도록 작품을 통해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이 작가는 이 전시회에서 대숲 연작과 옥수수, 모악산 등을 소재로 한 작품 20여 점을 전시했으며 전시실 한편에 마련된 갤러리숍에서는 작가가 직접 대나무를 그린 목침 등을 아트상품으로 제작 판매해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시가 끝난 뒤 그의 작품은 전주현대미술관으로 옮겨져 3월 한 달 동안 새롭게 전시된다. <향교길68>에서 전시됐던 작품 외에도 만경강 풍경, ‘아시아 그리고 쌀전’에 출품했던 작품들, 중국 상해한국문화원에서 전시한 붉은 대숲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중국 상해한국문화원에서 전시한 작품은 1호 붓 하나로만 댓잎을 그려 10m가 넘는 캔버스를 채운 대작.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대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북민족미술인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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