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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 | 칼럼·시평 [[문화칼럼]]
‘반려나무’를 심고 가꾸며
장영란(2021-04-08 09:30:11)


반려나무 심고 가꾸며

장영란 농부 & 작가




귀농을 하고 나에 관해 새롭게 알게 있다. 나무를 심고 싶더라. 귀농하기 전에나무하면거기 그냥 있는 존재였다. 나무는 거기 있어 내가 가면 묵묵히 반겨주었다. 그런데 논농사 밭농사와 달리,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취미생활을 하듯 끌렸다. 앵두나무, 자두나무, 매실나무, 감나무, 밤나무........ 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나무를 심었다.   


96년에 귀농했으니 사이 강산이 번을 넘게 바뀌었다. 귀농 초에 심은 나무들은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늙은 나무를 돌보고 오는 날은 나무 양로원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늙어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나무지만 베어버리지 못한다. 손으로 심어 가꾸던 정이 남아서일까? 나무가 있으니 투덜투덜하면서도, 김도 매주고, 때맞춰 가지치기도 준다. 


복숭아나무는 수명이 짧다. 20살이 지나면 호호 할머니 나무가 된다. 할머니 지팡이처럼 가지 아래 받침대를 해주어야 한다. 1999년에 앞에 심은 복숭아나무. 해마다 달디단 열매를 주던 나무가 점점 늙어 기력이 떨어지는 실감한다. 그래도 복숭아 열매를 조금이나마 달았다. 감사하게 따먹다 마지막 남은 복숭아 알을 따고 다음날 보니 잎을 말리고 죽었다. 복숭아 열매가 남아있을 때까지도 푸르던 잎을 하루아침에 누렇게 떨구고 죽은 거다. 


나무 양로원만 하는 아니다. 나무 어린이집도 하고 있다. 나무 어린이집 개원에는 사연이 있다. 환갑을 맞이하면서 앞으로 살날에 대해 절로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살라는 소리도 되뇌지만, 60대를 은퇴자 모드로 살기엔 힘이 넘치더라. 그래서 토종 과일나무를 찾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요즘 과일나무들은 개량을 많이 했고 개량한 나무들은 열매는 굵고 좋다. 그렇기에 가꾸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배나무는 드디어 인공수정을 시작했다. 따고, 열매 솎고, 때맞추어 돌봐주어야 일이 산더미다. 굵은 열매를 달려면 거름도 많이 넣어야 하고, 병해충도 들끓는다. 그동안 농사를 토종으로 지으면서 토종의 맛을 알기에 나무도 토종 나무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묘목 시장에 토종 과일나무는 없다. 그러니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토종씨앗과 달리 토종 과일나무는 사라져 버렸을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나한테는 가장 빠른 때리라. 누가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벗고 나서보자. 토종 과일나무를 찾고, 그걸 하나하나 우리 땅에 심어 길러보자. 60대에 어린 나무를 구해 돌봐주면, 나이 들어 나무 덕을 볼지 아나?  


마음은 그렇게 먹었는데 하루아침에 토종 과일나무가 뽕하고 나타날 리가. 처음에는 막막했다. 여기저기 도움말을 구하고, 함께 이들을 찾고, 자료를 찾고 하다 보니 작은 틈새로 빛이 들어오듯 조금씩 보인다. 100년이 넘은 나무. 늙어 꼬부라져도 조상님이 심은 나무라 베지 않고 여적 돌보는 이들이 계신다. 알고 보니 나보다 한참 앞서서 토종 과일나무를 구하고 가꾸는 고수들도 계시다. 


내가 나무를 가꾸겠다고 마음먹던 그때 마침 나에게 1,000평이 떨어졌다. 그동안 우리가  논농사를 짓던 다락논인데 멧돼지도 맛있는 나락을 먹겠다고 몰려들어 이상 농사를 지을 없게 생긴 거다. 그래서 냉큼 땅에 말뚝을 박았다. 


1,000평이 생겼다니 부러우신가? 만일 그러시다면 하루 와서 일손을 보태주시면 1평의 사용권을 드리리라. 1 트럭도 드나들기 힘든 구불구불 다랑이 . 이십여 공들여 논농사를 짓던 땅이 아니라면 거기에 나무를 심을 생각은 했으리라. 나무 특히 과일나무는 빠짐이 중요한데, 논은 빠짐이 되는 땅이니까. 땅을 나무가 자랄 있는 땅으로 바꾸는 일까지 떨어졌다.  


처음 개복숭아 그루를 심는 걸로 시작했다. 나무를 심어 사람은 알리라. 나무가 자랐을 때를 계산해 미터 간격을 띄우고 심는데, 정작 어린 나무는 젓가락만 하다. 심어놓고 걸음 걸어 나와 돌아보면 보이지도 않는다. 곁에 자라는 대파가 우람할 지경이다. 이렇게 어린 나무가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니 이게 나무 어린이집이 아니고 뭐란 말이냐! 


어린이집도 개원하는 , 인원을 채우면 좋겠건만, 토종 과일나무란 어디 구하기가 쉬워야지. 오얏나무 찾아다닌 이야기를 하면 그림이 그려지시리라. 오얏은 자두의 토종으로 李씨왕조의 얼굴나무다. 지역에 따라 이름도 가지가지다. 꿰라고도 하고, 고야라고도 하고 옹예, 옹아, 여하튼 저기 강원도부터 거제도에 이르기까지 지역마다 있었다는 나무다. 나무 번식은 뿌리에서 가끔 가지를 올리는데, 그럼 그걸 캐다가 심으면 된다. 말은 쉽지만 오얏나무를 한번 찾아보시라. 사라지고 나무를 기억하는 이들도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어디에 오얏나무 있다 소리를 들으면 일단 나무한테 가야 한다. 물어물어 찾아가, 나무한테 인사하고 혹시 뿌리에서 자라는 새끼 나무 하나 얻을 있나? 굽신굽신 인사를 해야 한다. 젓가락만 어린나무 뿌리 얻으려고 충주, 제천, 문경, 정선, 홍천..... 전국을 돌아다녔다. 내가 사는 무주에도 오얏나무가 있겠지. 그걸 수소문해 가까이 오얏나무 그루를 찾긴 찾았는데. 년째 인사를 다녀도 뿌리에서 가지를 올리지 않아 구하고 있다.


이렇게 토종 과일나무의 새끼 나무를 구해 다랑이 다랑이씩 심어나가는 사이, 첫해 입학한 개복숭아는 어느새 꽃을 피울 나이로 자랐다. 사이 오얏반, 복숭아반에 더해 돌배반, 살구반, 감나무반, 가래나무반, 모과반, 능금반, 다래반, 으름반, 대추반......  


코비드 정국이 아니어도, 나이 들어 외진 산골에 살다 보니 하루 종일 혼자 보낼 때도 많다. 그래도 외로운 곡식과 나무가 있어서 이들과 함께 해서리라. 요즘 들어 반려 고양이나 반려견을 많이 기른다. 그렇담, 반려 나무는 어떤가? 나무를 심고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거다. 나무는 어릴 돌봄이 필요하지만, 사람 키를 넘게 자라면 거기서 조용히 나를 기다려준다. 어른 나무가 되면 많은 돌려주고, 내가 죽은 뒤에도 세상을 푸르게 있으니.....    


·100년이 넘은 토종 과일나무를 아시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odong1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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