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 가상 세상의 서막
Image credits: Epic Games
‘메타버스’
글 오민정 편집위원
“야, ‘제페토’가 뭐냐?” 얼마 전 비대면 사업사례를 같이 듣던 동료가 옆구리를 쿡 찔러왔다. ‘아바타 같은 거’라고 소근거렸으나 바로 연상이 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싸이월드 캐릭터 꾸미기 같은 거”라고 하니 그제서야 무릎을 탁 치는 치긴 했지만, 곧바로 다음 질문이 날아왔다. “그게 왜 지금 또 유행인 건데?” 오민정 편집위원
메타버스, 대체 그게 뭔데
‘제페토’는 네이버Z가 제공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다. 얼굴인식과 증강현실, 3D 기술 등을 이용해 3D 아바타를 만들어 소통하거나 게임을 즐긴다. 제페토는 2018년 서비스를 제공한 이래 글로벌 가입자가 2억 명을 돌파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이전에 소개했던 ‘동물의 숲’이나 ‘포트나이트 파티로열’ 활용사례(결혼식, 콘서트 등), 가상의 인플루언서 ‘릴 메켈라’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와 현상을 통칭하여 ‘메타버스(Metaverse)’라고 한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가상 현실 공간을 의미하며, 넓은 의미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미국의 SF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1992)’에서 유래했으며, 현재는 아바타를 통해 물리적 공간을 초월해 게임, 커뮤니티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간에 연결되고 교감을 형성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세대가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Z세대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가상세계, 그리고 경험의 재구성
최근 로블록스(Roblox)가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450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2개월 전에 비해서도 수직상승으로 이후 로블록스 뿐 아니라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 개발 게임 플랫폼으로, 게임의 개발사가 만든 규칙이 아닌 사용자가 게임을 만들거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로블록스는 현재 미국 어린이(9~12세)들의 70%가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어린이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사용자들은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친구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생일파티도 연다.
이러한 메타버스가 코로나19로 인해 각광을 받고는 있지만, 완전히 없었던 현상은 아니다. 물론 최근의 메타버스는 VR·AR과 같은 그래픽 기술, 클라우드 등의 데이터 처리 기술, 5G 같은 초고속 통신망 기술이 작용한 탓에 더 많은 인기를 끈 탓도 있지만, 메타버스의 경험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오프라인에서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의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대의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Z세대와 같이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온라인” 경험이 오프라인의 대체제라기 보다는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로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과거 이러한 플랫폼들이 단순히 ‘게임’을 위한 것이라거나 오프라인의 대체제, 허구로서만이 아니라 경험의 본질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가상 세상의 서막,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실제 로블록스의 CEO 데이비드 바스주키는 매체를 통해 로블록스의 미래는 게임을 넘어 업무, 교육, 일상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메타버스 플랫폼임을 강조했다. 페이스북, MS 등의 기업들도 메타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35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315조에 육박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특성상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현재 메타버스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은 거의 우리가 알만한 IT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향후 예측되는 시장의 성장에 따라 거대 테크기업의 점령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아바타의 악용,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범죄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아바타에게 법적 인격을 부여할 수 있는지, 메타버스 안에서의 피해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와 경험은 미약한 단계다. 물론, 메타버스를 맹목적으로, 무턱대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험의 폭이 확장되고 있는 격변의 시기에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윤리, 개방된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