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 4월 19일 ~ 5월 8일 전주 영화의 거리
Film Goes On
절벽에 내몰린 영화산업의 위기를 함께 돌파해 나가다
영화는 계속된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4월 1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흘간 전주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암담한 상황에서도 온·오프라인 결합방식을 처음으로 시도하며 큰 무리 없이 영화제를 마쳤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는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방역 조치에 따른 세분화된 진행 방안을 마련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행사 및 영화 상영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제를 개최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영화산업의 위기를 함께 돌파해 나가자는 결의를 슬로건 ‘영화는 계속된다(Film Goes On)’에 담았다. 코로나 팬데믹 후폭풍으로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는 영화 시장 속에서도 도전하는 영화,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영화제의 본령에 충실하겠다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다짐이기도 하다.
올해 포스터 역시 슬로건 ’영화는 계속된다(Film Goes On)‘를 콘셉트로 준비해 왔던 시안 중 하나. 다양한 스크린 비율을 가진 사각형으로 형상화한 전주(JEONJU)의 이니셜 ’J’가 ‘영화는 계속된다’는 슬로건과 결합한 형태. 'J'를 이루는 두 개의 사각형은 오프라인 극장과 디지털 디바이스를 연상시키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아우르며 코로나19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새로운 영화는 계속된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는 해외 영화(국제경쟁) 398편, 한국 영화 1,129편을 더해 1,527편이 접수됐다. 지난해인 21회보다 220편이 적지만 2019년 20회(1,506편)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결과다. 팬데믹으로 순조롭지 못한 영화 촬영 현장 속에서도 전 세계의 독립·예술영화들이 끊임없이 제작·완성되었다는 의미다.
올해 국제경쟁 공모에는 68개국의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출품했다. 2019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공모에서는 극영화 외 다른 형식의 작품들이 45%였던 반면 2020년 제21회에서는 절반을 넘어섰고, 올해는 더 늘어나 형식의 다양성이 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22회 국제경쟁 부문 출품작은 극영화 195편(48.99%), 다큐멘터리 158편(39.70%), 애니메이션 2편(0.50%), 실험영화 30편(7.54%)으로 20회, 21회에 비해 다큐멘터리, 실험영화의 강세가 나타났으며, 기타로 분류된 다큐픽션, 애니다큐 등 하이브리드 장르(혼합 장르) 역시 13편(3.27%)이나 접수되어 변화하는 미디어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한국경쟁은 108편, 한국단편경쟁은 993편 출품돼 작년보다 각각 17편, 47편 적게 모집되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제20회 한국 영화 출품 결과와 비슷한 수치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로케이션의 어려움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독립영화와 한국 영화산업이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한국경쟁
2020년 1월 이후 제작된 영화 가운데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한국경쟁’ 섹션에 진출할 최종 상영작은 10편이다.
주목되는 작품은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영화로 중증 장애인 판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 정재익, 서태수 감독의 극영화 <복지식당>, 장애인이자 시인인 남성 박동수 씨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 류형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코리도라스>, 성소수자와 그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변규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이 있다.
한국 사회에 현존하는 여러 문제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도 최종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 시대 속에서 더욱 늘어가는 '홀로족'의 삶을 반영한 홍성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 첫아이를 낳은 기혼 여성 정아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여성의 평범한 욕망이 얼마나 실현되기 어려운 일인지를 풀어낸 허정재 감독의 <첫번째 아이>, 간호사들의 '태움'을 소재로 삼아 그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그려낸 황준하 감독의 <인플루엔자>, 산업재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노동자로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한 여성의 흔적을 좇은 감정원 감독의 <희수>가 그것.
청춘의 삶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들도 있다. 고교야구 유망주였던 광호가 야구선수로서 좌절을 겪고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방황을 다룬 이정곤 감독의 <낫아웃>, 어렵게 살아가던 열아홉 소녀 소정이 엄마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우경희 감독의 <열아홉>, '삼행시 클럽'이라는 모임을 함께했던 고등학교 3학년 정희와 민영이 졸업과 동시에 겪게 되는 관계의 변화를 독특한 감성으로 보여준 임지선 감독의 <성적표의 김민영>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출품된 108편 중 상당수는 세상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온 한국 독립영화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며 “부조리와 모순을 폭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작품들이 영화적으로도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오른 25편의 한국단편경쟁 출품작들은 여성을 비롯해 사회적 안전망 바깥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 주를 이뤘다. 본선 진출작은 극영화 17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영화 3편, 애니메이션 3편이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시위 현장, 세상을 떠난 가족, 실직했거나 실직의 모서리에서 안간힘을 다해 버티는 사람들을 담아내기 위해 자기반성적인 다큐멘터리, 블랙코미디,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의 방식이 동원되었다”고 올해 출품작 경향을 설명하며 “윤리적인 시선을 견지하며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시도한 영화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한국 영화에 거는 기대 역시 커졌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를 소재로 하거나 소통의 문제를 고민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독특한 영화 언어로 구현된 애니메이션, 언어를 배제한 채 관객과의 소통에 도전한 실험영화, 현실의 들끓는 갈등과 문제의식을 공포 장르로 풀어낸 작품 등도 예심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역 공모
전북 영화와 전북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공모에서는 접수된 28편 중 다섯 편이 선정됐다. 지난해 출품된 47편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역 영화 생태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정작은 강준하 감독의 <개정>, 김태경 감독의 <두번째 장례>, 이지향 감독의 <스승의 날>, 허건 감독의 <연인>, 조미혜 감독의 <큐브>. 이 중 <스승의 날>은 한국단편경쟁에서, 다른 4편의 작품은 코리안시네마(단편)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응원하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섹션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국내외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장편 극영화 또는 다큐멘터리를 선정해 직접 제작·투자한 후 완성작을 전 세계 최초로 소개한다.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1’은 한국과 해외 작품 각각 2편씩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담아내거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반영한 작품, 그리고 실험적이고 미학적인 영상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까지 전주국제영화제와 결을 같이하는 다채로운 작품들로 구성됐다.
민환기 감독의 <노회찬, 6411>은 진보 정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일생을 바친 고(故) 노회찬 의원이 일관되게 추구한 신념과 철학을 주제로 삼은 다큐멘터리. 민 감독의 독특한 시선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임흥순 감독의 <포옹>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됐다’는 말을 듣고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해 코로나19 시대 영화인들의 모습과 꿈속 이미지를 교차해 보여준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을 전 세계 예술인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꿈꾸는 미래를 표현한 작품이다.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2019년 제11회 전주프로젝트에서 피칭을 통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제작·투자지원에 최종 선정된 작품이다. 수면장애와 불안증을 가진 주인공 ‘다니엘라’가 여러 인물들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며 겪는 내적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한다.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시스템 바깥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달한다.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 에릭 보들레르 감독의 <입 속의 꽃잎>은 세계 최대의 화훼시장인 네덜란드 알스미어 꽃시장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전반부와 루이지 피란델로의 희곡 「입에 꽃이 핀 남자 The Man with a Flower in His Mouth」(1922)를 거침없이 각색한 후반부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에릭 보들레르만의 영상 미학을 제시한다.
스페셜포커스, 여성 감독을 조명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독립영화 감독 7인을 집중 조명하는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Special Focus: I am Independent)’을 공개했다.
스페셜 포커스는 창의적인 실험과 혁신적인 정신을 지닌 독립·예술영화를 소개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그해 가장 중요한 화두 또는 복기해야 할 주제를 제시하는 섹션으로 올해는 두 가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 처음 공개된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은 지난 20년 넘게 독립영화를 지지해 온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를 다시 발굴하고 새로운 영화 역사를 만들려는 대안적 시도로 독립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주목하며 세계 각국에서 활약한 여성 감독 7인의 작품 15편을 소개한다.
1950년대 활동을 시작한 이탈리아 다큐멘터리의 선구자 체칠리아 만지니부터 70년대 여성실험영화집단 '카이두클럽'을 이끈 한옥희 감독, 20세기 이란 뉴시네마의 대표 감독이자 시인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1970년대 미국 최고의 독립영화 중 한 편을 연출한 바바라 로든, 프랑스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스타이자 감독인 안나 카리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듀녜멘터리’라는 자신만의 영화 형식을 만든 감독 셰럴 두녜이, 뉴아르헨티나시네마의 초기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알베르티나 카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여성 감독 7인의 데뷔작과 대표작을 총망라했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당대에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시대적 관습을 이유로 작품이 가진 가치에도 불구하고 깊이 논의되거나 널리 상영되지 못했으나 산업 논리와 관습에서 벗어나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화 형식을 제시하고, 사회에서 금기시된 주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집단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는 등 거침없는 도전을 시도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확대된 영화 제작 지원, 전주프로젝트
전주프로젝트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행사를 무사히 치러낸 ‘전주프로젝트마켓’의 새 이름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세분화된 기획개발, 지원 프로그램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올해는 다양한 형식의 한국 영상 프로젝트의 기획개발을 지원하는 ‘전주랩’과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하는 제작 단계별 맞춤 개발, 코칭 프로그램 K-DOC CLASS으로 진행된다.
전주랩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전주시네마펀드’를 이어받아 국내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프로젝트뿐 아니라 플랫폼을 넘어서는 각종 영상물 프로젝트로 대상 범위를 확장하고, 도전적이고 획기적인 기획이 실질적인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획개발 지원 과정을 보다 체계화했다.
2020년 11월 30일부터 12월 14일까지 진행한 공모에 114개의 프로젝트가 접수돼 그중 10개의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영상 콘텐츠 프로젝트 부문에서는 장편 극영화 <딸에 대하여>와 <세이레>, <얼굴 없는 남자>, <연이>, <열병>과 장편 다큐멘터리 <사랑받을 자격>(가제)과 <안경, 안경들>, 그리고 숏폼 드라마(웹드라마) <지지고, 볶고, 메치고> 등 8개가 선정됐다. 또한 올해 신설된 전주숏프로젝트 부문에서는 단편 극영화 <동창회>와 <힘찬이는 자라서>가 확정돼, 지역 영화 공모를 꾸준히 이어온 전주국제영화제의 전북 영화 활성화 정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K-DOC CLASS는 러프컷(쇼트의 앞뒤에 여유를 두어 편집한 초기 버전의 창작물)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하는 제작 단계별 맞춤 개발, 코칭 프로그램이다. 개발 가능성 있는 다큐멘터리 러프컷을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국내 최고의 다큐멘터리 전문가를 매칭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
올해 K-DOC CLASS는 ’러프컷 내비게이팅‘과 ’러프컷 모니터링‘, 두 가지 사업으로 확대, 세분화된다. 러프컷 내비게이팅은 러프컷 단계에서 주제 의식과 방향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분석 등 내비게이터들의 객관적 평가를 제공해 창작물의 방향과 주제를 선명히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러프컷 모니터링을 신설해 지원 대상의 범위를 확대했다. 러프컷 모니터링은 장편 다큐멘터리 2개 작품 이상을 연출한 기성 감독들의 러프컷 작업물을 선정해 동료 및 선후배, 업계 관계자 들을 초청한 소규모 시사를 통해 평가를 들어보는 행사다. 지원작 중 우수 작품에 대해서는 다양한 현금과 현물 지원이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