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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 | 연재 [연재/SNS 속 세상]
도심 속 혁신가들의 마을 논스(Nonce)
오민정 편집위원(2021-05-10 09:24:52)


SNS 속 세상 | 주거와 도시의 미래


@nonce.community



도심 속 혁신가들의 마을│논스 (Nonce)


오민정 편집위원


“누나 ‘논스’ 알지, 거기가 더 재밌어졌더라고!” 얼마 전, 서울의 지인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논스’의 최근 소식을 들었다. 2018년 즈음인가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처음 접했던 ‘논스’는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지식과 주거공동체였다. ‘블록체이너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하여 공유 오피스와 공동주거로 외연을 확장했다. 당시에도 인기가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체 요즘에는 어떤 매력이 더해졌는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오민정 편집위원


혁신가들의 주거공동체, 논스


논스(Nonce)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혁신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주거공유공동체”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초기에는 ‘블록체인’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지만, 이제는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넘어 ‘일과 삶의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 평균연령 20대 중반으로 구성된 입주자들은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부터 댄스 강사, 고등학생, 법조인, 게임개발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2년 만에 100여 명이 넘는 혁신가들이 입주자로 모일 만큼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고 있는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으며, 주거공동체로서 함께 휴식하고 일하면서 ‘코워케이션(cowokation)’이라는 그들만의 일과 여가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삶의 향상심으로 가득한 혁신가들을 모아놓은 효과는 톡톡했다. 실제 논스 안에서 입주자들의 협업을 통해 벌써 30여 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탄생했고, 그중 몇몇은 서비스화되기도 했다.


정체성을 중심으로 사람을 큐레이션 하다


논스의 기반은 ‘정체성’이다. 초기에는 ‘블록체인’이라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지식공유 공동체로 시작했지만, 일시적일 수 있는 관심사나 취향보다는 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정체성”에 주목했다. 따라서 “혁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즉 다양하고 많은 관계보다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위로받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중심의 주거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치 중심의 주거공동체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아직 몇몇 사례이기는 하지만 스페인의 썬 앤 컴퍼니, 영국의 컬랜티브 올드 오크, 세르비아의 모크린 하우스 등 최근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가치 기반 공동체를 중심으로 대안 주거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nonce.community


주거와 도시의 미래


논스와 같은 사례는 어쩌면 미래 주거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문토, 트레바리, 취향관, 안전가옥 등 현재 우리의 문화와 비즈니스 트렌드를 얘기할 때 취향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는 빠지지 않고 논의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심사나 취향은 시기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정체성’에 주목했다는 점은 유효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주거 공동체는 논스나 해외의 사례처럼 아직까지는 100명~200명 남짓의 ‘마을’ 규모의 단위로 지속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이런 움직임들이 마을을 넘어 ‘도시’가 될 수도 있다. 바로 미국 애리조나주의 컬드삭(Cluldesac)이나 시스테딩 인스티튜트(The Seasteading Institute)와 같은 ‘차터시티’(CharterCity)로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논스가 2021년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사례인 것은 틀림없다. 이전에도 주거비 분담을 위한 일시적 경제공동체나 종교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세대’에 초점을 맞춰 일시적인 주거지원이나 정착지원정책 등은 있었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가치 중심의 공동체주거를 실험하고 이러한 성장 저력을 보인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논스는 공간을 공간 그대로의 물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치로 공간을 정의하고, 경험과 사람을 큐레이션 한다. 어쩌면 이러한 흐름이 확산한다면 미래에는 부동산과 공간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조금쯤은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러한 기대감이 부동산정책으로 골머리를 앓는 2021년의 대한민국에서 주거와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며 논스의 실험과 가능성을 응원해야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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