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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 | 특집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삶과 예술을 말한다.
김하람 기자(2021-05-10 10:21:17)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 4월 29일 ~ 5월 8일 전주 영화의 거리


영화, 

삶과 예술을 말하다

김하람 기자


코로나 시대(?)에 치르는 영화제를 두 번째 맞는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9일 좀더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5월 8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제는 ‘영화는 계속된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별 기준 및 방역 조치에 따라 지난해와 같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지만 지난해보다 더 안정된 시스템을 갖췄다. 온라인 상영은 작년과 같은 방식으로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영화는 올해 개막작 <아버지의 길>을 비롯해 국제경쟁 9편, 한국경쟁 6편, 한국단편경쟁 24편 등 경쟁작 39편과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포옹>, <아웃사이드 노이즈>를 포함한 비경쟁작 102편이다.  




 개막작_아버지의 길 ⓒ Maja Medic [자료출처:네이버]


개막작 & 폐막작


개막작 <아버지의 길>은 세르비아 출신의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트리에스테영화제, 더블린국제영화제, 캘거리국제영화제, 그리고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지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 일일 노동자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니콜라는 가난과 굶주림으로 아내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자, 아이들을 포기하고 센터에 맡기라는 명령을 받는다. 니콜라는 아이들을 돌려 달라고 최선을 다해 호소하지만, 사회 복지 센터는 그의 요구를 무시한다. 니콜라는 지방청 자체가 부패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여비도 없이 물통 하나만 챙겨 세르비아를 가로질러 수도인 베오그라드의 중앙 정부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길>은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만들어낸 어설픈 사회 안전망 역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하며, ‘그저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한 가장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폐막_조셉



폐막작 <조셉>은 프랑스의 『르몽드』지 만평 작가로 활동한 감독 오렐이 조셉 바르톨리의 작품을 접하고 받은 감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기로 결심, 조셉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영화다.

1939년 스페인 내전 중에 공화주의자 50만 명이 프랑코 독재를 피해 프랑스로 탈출했고, 이들은 국경 부근의 수용소에서 머물게 된다. 그중 한 명인 일러스트레이터 조셉 바르톨리는 비루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수용소 생활을 견뎌 내며 2차 대전이 터지자 멕시코로 간다. 프리다 칼로의 연인이기도 했던 조셉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러스트레이터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등과 교류하며 195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명성을 얻으며 활동했다.  

언뜻 거칠게 느껴지는 그림체는 정교한 애니메이션을 자주 접했던 사람이라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감독의 의도된 투박함이며 조셉의 일러스트를 계승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제경쟁_아버지는 영화감독


국제경쟁


감독의 데뷔작 또는 두 번째 작품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국제경쟁 섹션. 올해는 선정작 열 편 중 여섯 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성 감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국제경쟁_파이널라운드



<파이널 라운드>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도 선정된 모로코 작품으로 유럽에 가고자 하는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다뤘다.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ISIS가 점거한 시리아의 한 도시에서 내전으로 인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피아니스트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브리엘 야레드의 아름다운 영화 음악과 함께 그렸다. <모든 곳에, 가득한 빛>은 미국의 테오 앤서니가 만든 기술이 사람들의 올바른 관점에 실제로 기여하는지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친구들과 이방인들>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임스 본의 초현실 코미디 드라마다. 


여성 감독의 작품 6편은 다음과 같다. 외국 유학 중에 고향에 들러, 아버지이자 콜롬비아의 유명한 감독인 빅토르 가비리아의 신작 촬영 현장을 지켜보며 만든 작품인 <아버지는 영화감독>. 1995년 11월 고향에서 일어난 군수 공장 폭발 사고를 담은 <파편>. 위탁 가정에서 자란 한 여고생이 새로 들어온 어린 소녀를 돌보며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작품인 <해변의 금붕어>. 내성적인 여고생 마셰와 친구들이 보내는 혼돈의 사춘기를 담은 독특한 작품 <스톱-젬리아>. 2차 대전 당시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레지스탕스였던 97세의 소냐를 다룬 다큐멘터리 <저항의 풍경>, 캐나다 온타리오 쌩땅느 지방에 살고 있는 해체된 한 가족의 재회를 다룬 실험영화 <쌩땅느>.



 한국경쟁_혼자 사는 사람들



한국경쟁&한국단편경쟁 


한국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연출작을 소개하는 섹션인 한국경쟁에서는 사회적 소수자 중에도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영화들이 눈에 띈다. 갈수록 늘어나는 ‘나홀로족’ 이야기나,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보통 꿈이 얼마나 이루어지기 어려운가에 대한 이야기, 간호사들 사이의 태움 문제를 다룬 영화, 청춘들의 사랑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 등 한국 사회의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짚고 있는 열 편의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단편경쟁에는 풍성한 이미지와 사운드, 전개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불식시키는 내러티브를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려주는 동시에 적절한 분량과 형식에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이 선정됐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코로나 팬데믹을 다루는 영화가 많다는 점. 소통, 역사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여성과 사회적 안전망 바깥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주를 이뤘다. 특히 그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해 성적 지향, 장애, 가족과 공동체, 인권 감수성, 성폭력을 비롯한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끌어왔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새로운 시각을 담은 장편영화 기획에 투자•제작을 지원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에서 최초로 전주에서 공개된다.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보일 수 있도록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 세 편을 선보인다. 진보 정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열정을 바친 고 노회찬 의원의 신념과 철학을 주제로 한 민환기 감독의 <노회찬, 6411>, 팬데믹 시대에 영화인들의 모습을 담은 임흥순 감독의 <포옹>, 16mm 카메라와 필름으로 작업하는 테드 펜트 감독의 <아웃사이드 노이즈>가 그것.



▲ 스페셜포커스_한옥희



스페셜포커스


전주국제영화제가 그 해 가장 중요한 이슈를 제시하는 특별전. 올해는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스페셜 포커스:코로나, 뉴노멀’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인의 삶에 장애물이 되어 온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보기 위한 특별전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의 고통과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력 같은 심각한 풍경뿐 아니라 이 시대를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견디려는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스페셜 포커스:인디펜던트 우먼’은 독립예술영화 역사 안에서 한 획을 그은 여성 감독 7인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처음 활동한 여성 다큐멘터리스트 체칠리아 만지니 감독, 한국에 70년대 보수적인 유신정권 아래에서도 여성 영화인의 활동과 실험영화를 이끌고 상영을 위해 노력한 한옥희 감독, 시인이자 이란 뉴시네마의 선구자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감독, 뉴아메리칸시네마의 대표작을 만든 바바라 로든 감독, 프랑스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배우이자 독립영화를 만든 초기 작가로 이름을 올린 안나 카리나 감독, 뉴퀴어시네마라는 용어가 출발한 이후에 여성, 흑인,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극영화를 최초로 만든 셰럴 두녜이 감독, 뉴아르헨티나시네마의 대표주자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까지 일곱 명의 감독이 주인공이다.



 아토스페셜_맛있는 엔딩


아토 스페셜 : 새로운 바람


요즘 가장 떠오르는 독립영화 제작사 아토와 유명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 민족’이 함께 진행한 신진 감독 콜라보 프로젝트 <맛있는 영화>의 단편영화 3편을 소개하는 자리다. 김정인 감독의 <나이트 크루징>, 정소영 감독의 <맛있는 엔딩>, 황슬기 감독의 <좋은날>은 모두 음식을 소재로 그 맛있고 흐뭇한 순간을 민첩하게 포착하는 영화들이다. 똑같이 음식을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관점과 태도로 만든 영화를 비교하며 본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 영화의 유망주들이라 할 수 있는 세 감독의 영화 세계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존 작품 한 편씩 함께 소개한다.



프로그래머가 권한다


전진수 프로그래머


프론트라인

입법회 점령사건 

홍콩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2019년 7월 1일. 22년 전 같은 날, 홍콩은 공산주의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범죄인 인도법’은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길거리로 불러냈고,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많은 시위행진들이 지난 세 달 동안 이루어졌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무수한 홍콩의 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협업을 통해 만들었다.


월드시네마

언프리티 DJ 

스테이시 리 감독 

2018년 빌보드 지가 발표한 Top 100 DJ 중 여성은 고작 5명. 스테이시 리 감독은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을 준비하면서 이 미스터리한 통계에 주목하게 된다. <언프리티 DJ>는 여름 페스티벌 시즌의 변화를 추구하는 여성들을 통해 성 불평등을 일렉트로닉 음악 신(scene)의 관점으로 탐구한다.


시네마천국

강아지와 함께한 날들 

아다 프론티니 감독

반려견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사람과 강아지가 나누는 사랑에 관한 영화. 애정 표시, 그들만의 습관과 놀이, 보살핌, 그리고 만남과 작별, 보호와 길들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이 반려견과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들 곁에 있는 것이고 그들과 놀아주는 것이라는 평범한 사실이다. 전주 시청 광장에서 강아지와 견주가 함께 볼 수 있는 야외 상영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선경 프로그래머


월드시네마 : 스포츠는 여성의 것

여왕에게 영광을 

타티아 스히르틀라제 감독

냉전시기, 조지아의 전설적인 여성 체스 마스터 4인에 대한 영화. 이들은 여성 체스 역사에 대변혁을 일으키며 소련의 여성 해방 아이콘이 되었다. 이 작품은 그저 이 전설들의 화려했던 과거 업적을 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남성 일색이었던 조지아와 세계 체스계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지 현재 진행형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스터즈

휴먼보이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장 콕토가 에디트 피아프를 위해 썼던 희곡 『인간의 목소리 The Human Voice』(1930)는 정작 피아프에게는 출연을 거절당했지만, 영화 역사 속에서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화로 만들고픈 자극을 줬다. 희곡이 쓰인 지 90년이 넘었지만 틸다 스윈턴이 연인의 옷을 도끼로 찍어내리는 장면이 묘사하듯 사랑이 점멸하는 순간의 갈등과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은 이 극이 태어난 지 약 백 년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동일하게 남아 있음을 전한다. 


영화보다 낯선

그녀의 사회주의 미소 

존 잔비토 감독 

우리가 헬렌 켈러를 이야기할 때 장애와 기적을 언급하지만, 그녀가 외쳐온 노동, 평등, 평화에 대한 사회 참여적 활동은 신기하게도 우리의 눈에서 가려진다. <그녀의 사회주의 미소>는  인도주의의 상징이자 작가이며 변호사인 시각 장애인 헬렌 켈러에 대해 정치적 구상을 더하여 풀어 낸 실험 다큐멘터리 에세이다. 생각하고, 쓰고, 권리를 외쳐온 헬렌의 저항이 그녀가 평생 언어를 접한 방식인 텍스트와 사운드로 한 세기를 넘어 더 많은 이들을 깨운다.



문석 프로그래머


코리안시네마

여파 

김진혁 감독

반민특위의 실패는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의 시발점 중 하나다. EBS 프로듀서였던 김진혁 감독이 이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자 했으나 회사는 김 감독을 다른 부서로 배치시키면서 다큐 제작을 중단시킨다. 이에 회사를 나온 그는 교수가 되었지만, 5년이 지난 뒤 다시 이 이야기를 붙들게 된다. <여파>는 반민특위 관련자들에게서 듣는 당시 역사의 생생한 기록이자 김 감독이 영화를 다시 꾸리는 과정을 담은 메타 다큐멘터리다. 



불면의 밤

크립토주 

대시 쇼 감독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는 <크립토주>는 판타지, SF, 공포 등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장르적 특성을 뒤섞어 놓은 애니메이션이다. ‘크립토주’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기묘한 동물을 모아놓은 공간. 이곳을 지키는 관리인들은 꿈을 먹는 동물 바쿠를 포획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 동물을 붙잡으려는 군의 개입으로 상황은 어지럽고 비참한 지경에 이른다. 군이 무자비한 무력을 행사해가며 바쿠를 잡으려는 것은 이 시대를 주름잡고 있던 이상적인 운동가들의 꿈을 지우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운동, 여성 및 흑인 민권 운동, 그리고 사이키델릭 음악이 판을 치던 이 시대 전체에 ‘비판적 오마주’를 바치는 듯하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지프지기 발대식


OTT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는 지난해 97편보다 45편 증가한 142편의 온라인 상영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장편뿐 아니라 단편도 개별 관람이 가능하다. 장편 5,000원, 단편 1,500원에 구매 후 12시간 이내에 관람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작품은 기본 500명, 국내 작품은 1,500명까지 관람권 구매가 가능하되, 작품 측 요청으로 추가 인원 제한이 있는 작품 리스트는 추후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서 공개된다. 온라인 상영을 통한 영화 관람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일인 4월 29일(목) 오전 11시부터 폐막일인 5월 8일(토) 자정 12시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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