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포럼 | 공유의 가치, 공유공간을 보다
공유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의 관계
최근 '공유'의 가치가 부각되며 우후죽순으로 많은 공유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유의 가치를 살리는 공유공간이란 어떤 것일까. 공유공간의 가치는 단지 같은 공간, 같은 물건을 공유하는 것에 있지 않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공유의 가치, 공유공간을 보다’라는 주제로 지난 5월 제202회 마당 수요포럼을 진행했다.
정리 김하람 기자 사진 조현욱 기자
| 사 회 |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 발 제 | 이진오 건축사사무소SAAI 대표
| 패 널 | 황경신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사업운영국장
| 김창하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원
| 이슬기 로컬라이즈 군산 디렉터
관계를 중시한 공유공간을 설계하다
공유공간이 주목받고 있지만, 도시라는 것 자체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유의 공간이라 할 수 있고, 그 속에 있는 공원이나 도로같은 것도 거시적으로 보면 공유공간이 된다. 농촌사회를 거치며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습성이 있어왔는데, 왜 요즘 공유나 공유가치가 산업적인 차원으로, 도시재생 또는 청년지원의 차원으로 논의되는가에 대한 ㈜건축사사무소 SAAI 이진오 대표의 발제로 집담회의 문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공유도 DNA가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공유에 대해서 최적화된 사람이 있고, 아무리 공유공간에 대한 이성적인 의지가 있어도 몸이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나 그룹안에서 그런 DNA를 갖추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공유가 만능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소그룹, 다양한 상황 안에서 변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하나의 룰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DNA안에도 공유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한 이 대표는 공유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작업을 소개했다. 2012년에 열린 ‘한일현대건축교류전’이다.
“공간을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을 때 한국과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이 서로 모여서 교류하는 ‘한일현대건축교류전’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때 놀라웠던 점이 한국에서 선택된 건축가들은 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었고, 일본은 여섯 팀 중에서 한 팀만 도쿄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지 나머지는 다 중소지방도시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는 개인적인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시대(1991-2011)를 겪은 이후에 공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에요. 우리에게도 하숙집이나 공유스페이스에 대한 것이 개념적으로 있었는데, 그것이 건축적으로 훌륭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극이 됐어요.”
‘한일현대건축교류전’을 계기로 공유공간을 고민하게 된 그는 어쩌다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시도한 <어쩌다 가게>는 입주자들이 창고, 회의실, 라운지, 마당 등의 공간을 공유하며 정수기, 프린터, 빔프로젝터, 냉장고 등 비품도 함께 이용한다. 관계에 집중해 세운 공간인 만큼 입주자들은 느슨한 연대 속에서 건강한 관계망을 만들어갔다. 또한 입주자들을 위해 5년간 같은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보장하고, 권리금 역시 받지 않아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으로 운영됐다. <어쩌다 가게>가 씨앗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두 번째 어쩌다 시리즈인 <어쩌다 집>을 짓게 됐다. <어쩌다 집> 역시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한 도전으로 <어쩌다 가게>와 같이 느슨한 연대를 추구한다. <어쩌다 집>은 한 건물 안에 골목, 마당, 라운지 겸 식당인 공용 공간과 사무실, 원룸, 쉐어 하우스라는 다양한 개인 주거 공간을 엮어낸 독특한 공유주택이다.
어쩌다 시리즈 이후로 프로그램 확장을 위해 자체적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이외에 외부에서 관이나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첫 번째는 ‘제주소통협력공간’이다. 제주 구도심에 위치한 미래에셋대우 건물에 입주해있던 제주소통협력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제주시가 건물을 매입하고 리노베이션에 대한 제안 공모를 냈다. 이 공모에 당선된 사이 건축은 저층고를 개방해서 길과 이어지고, 사람들이 길 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제안했다. 메인 공간은 코워킹 공간으로 자율공간과 반고정공간, 고정공간으로 영역을 제안했으며, 가장 위층에는 공유주방을, 옥상에는 조경과 텃밭을 만들어 친환경에 대한 주제를 시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제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지어졌고, 곧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안남생활’이다. LH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청년주거 공급과 관련해서 기존에 있던 호텔을 주거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에 설계로 참여했다. 1층은 식당과 카페로 주변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하 1층에는 작업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연결하는 공간에는 작게 행사나 모임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을 만들었다. 안남생활 전용앱이 있어서 입주자간의 커뮤니티가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세 번째는 서울시의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사업’이다. SAAI 건축과 또 다른 설계사무소 skimA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예술가 집단인 바람부는연구소와 컨소시엄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옛 수색역부근의 공간으로 주변에 지형물이 많아 인공데크를 만들고 그 위에 공유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생각했던 부분은 건축적인 제안도 필요하지만 내부의 청년주거의 경험이 있는 팀에서 운영을 제안하고, 예술가집단에서 거기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같은 것으로 컨텐츠를 체워나가는 것을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어졌다는 특징이 있어요. 여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신 것 같아요.”
마지막은 구YWCA연합회관을 리노베이션한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다. 1967년에 준공된 구YWCA연합회관은 민주화 시대에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지다가 현대에 들어와서는 그 쓰임새가 퇴색되고, YWCA가 뒤쪽에 새 건물을 지어 이동한 뒤로 거의 임대공간으로 쓰였다.
이 대표는 민주화시대에 명동이 가지고 있던 지역적 상황이 현대의 사회혁신가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담아 설계를 제안했다. 지하층, 1층, 옆 다양하게 문을 만들어서 저층고가 하나의 명동의 길이 될 수 있게 동선을 변화시키고, 예전에 물탱크로 쓰인 공간을 이 건물을 기념하는 기념박물관과 작은 숙박공간으로 바꿨다.
많은 사회혁신가들이 이 공간을 사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사를 마무리 했지만, 코로나 19상황과 맞물려져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공간들을 만들었을 때 관여한 사람들, 들어와서 주체가 된 사람들간의 관계가 결과적으로 핵심인 것 같아요. 공간보다는 사람이 핵심이고, 그 사람들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공유 공간을 운영하거나 계획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지역의 공유공간을 보다
소영식 : 언제부터인가 공유라는 단어가 먹고 사는데, 관계를 맺는데 하나의 도구처럼 수단처럼 활용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공유공간들이 생기고 있는데, 공유에 대한 관념은 있는데 경험은 없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공유가 공공적인 단어라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계획한 경험이 없는 거죠. 다양한 영역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계셔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늘 이 자리가 더욱 풍성한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김창하 : 저는 4년 전부터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함께 전주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 중에 있고, 도시재생공간 둥근숲의 시범운영을 맡고 있어서 도시재생 이후에 활성화 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쉐어하우스의 경우,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다 보니 입주자를 찾기도 어려웠어요. 두 번째 진행할 때부터는 소비자를 먼저 모으고 공간을 만들어가는 정상적인 과정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네 번째 진행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경험이 쌓여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둥근숲에서 저희가 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사용하게 하고, 그 경험들을 모아서 다시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에요.
저는 공간을 만드는 초기 단계에 공유를 위한 많은 내용을 넣는 것도 좋지만, 만들어진 공간을 활용해보고 피드백하면서, 다시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근접한 방법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슬기 : ‘로컬라이즈 군산은’ SK E&S 라고 하는 대기업이 그동안의 사회공헌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하기 위해 언더독스와 청년창업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하고, 모여서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주거를 마련하고, 그 속에서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어요.
건물은 언더독스의 소유이지만, 거기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나 리모델링 비용은 SK E&S의 지원을 받았어요. 공간 운영을 19년도부터 시작했는데, 최종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은 저희도 똑같습니다. SK에서 영원히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공간은 1층에 카페가 있고, 2층은 코워킹 공간, 3층은 회의실로 이뤄져 있는데, 수익이 잘 나는 구조는 아니에요. 처음에는 26개 창업팀들이 공간에서 북적거리며 활동했는데, 이 창업팀들이 기반을 다진 다음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가다 보니 공간이 다시 비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빈 공간을 활용하고자 2층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외부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습니다.
황경신 : 저희는 작년에 구삼례역을 주민들 공유공간으로 재생했어요. 주민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불만은 활동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문화도시를 준비하면서 조사해보니, 통계치로는 완주가 인구 천 명당 시설이 한 개 정도 있었어요. 상당히 높은 수준이죠. 그런데 주민들은 항상 공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그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지원시설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에는 다 이름이 붙어있고,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접근하기 어려운 거죠. 홍보나 활성화가 잘 안 된 부분도 있고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문화 사랑방’ 같은 공간임을 알게 됐어요. 동네에서 편하게 드나들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높은 거죠. 그래서 작년에 시범사업으로 운영한 것이 ‘우리동네 문화공유공간’이라는 프로젝트예요. 공간이 필요하다고 계속 신축할 수 없으니 민간의 유휴공간이나 유휴시간을 제공해주시는 분에게 운영비 지원을 해드리는 것이지요. 6개월 정도 진행했는데, 운영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다들 기다리고 있는 사업인데, 올해도 그 사업을 진행할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공유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쳤거든요. 저희가 하고자 하는 게 단순한 물리적인 공유인지 생각해봤어요. 동네 유휴공간과 유휴시간을 공유하는 취지는 좋았지만, 우리가 임대비 지원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렇다면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공간은 수단이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는 일정한 프로그램으로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기존에 있던 생활문화센터와 무엇이 다른지 고민하게 되는 거예요. 공간의 공유와 내용의 공유 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어요. 아직도 선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지속성-공간지기
이진오 : 지금 공유공간이 주목을 받으면서 공간 운영에 대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건설사도 공간을 단순히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그런 공간들을 운영할 수 있는 운영지기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공간지기들이 공간을 운영하는 경험을 쌓아가고, 그 경험을 다시 새로운 사람에게 학습시키는 지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경신 : 완주에는 귀농귀촌인들이 많아서 이주민 비율이 60% 가까이 돼요. 그리고 이주민의 대부분이 젊은 세대다 보니, 노인 비율과 청년 비율이 거의 비슷한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 친구들이 와서 공유방식의 삶을 살아요. 공유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공유공간을 만드는 목적으로 시작해서 단단하게 운영하고 있지요. 아무리 멋진 공간을 가지고 있어도 공간을 운영해본 경험이나, 공유에 대한 본인의 철학이나 가치가 없으면 운영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단기적인 학습으로 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고요.
김창하 : 공유공간이라고 해도 주인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주인은 수용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많은 청년들이 민달팽이집을 거점으로 살고 있는데 그곳에 살고 있다고 모두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죠. 둥근숲 같은 경우에도 이제 막 공간이 생겼을 뿐이에요. 고물자 골목 안에서 주인이 되려면 주변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수용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공간도 유지할 수 있고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하면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위험이 있는 거죠.
이진오 :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관계를 외부에 전파하는 것도 지속성에 있어서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간지기의 덕목 중 하나가 SNS를 잘해서 사람들이 오고 싶게 만드는 겁니다.(웃음) SNS를 통해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 실제 경험해보고, 그 경험이 좋으면 계속 이어지는 거죠.
이슬기 : 처음에는 이 공간의 주인이 창업가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 운영의 중심은 저희가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팀 중에 저희 프로젝트를 통해 군산으로 활동지를 옮긴 분도 계셔요. 3년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창업팀들이 이 공간을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때든 가면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거죠. 또 24시간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언제든 와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겼어요. 이렇게 공간이 중요해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제 언더독스가 여기서 어떤 의식을 가지고 공간을 운영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해진 거죠.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어떻게 주인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민간과 관이 함께 만드는 공유공간
소영식 : 공유공간의 사회적 요구가 생기면서 정책과 제도들이 생기고 있는데, 아직은 시작단계라 여러 시행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행정이나 제도적인 측면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황경신 : 저희가 지원시설로 공유공간으로 만든 곳이 구삼례역이 완주군 것인데 저희 센터에서 무상임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주민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짓기 위해서 주민들로 구성된 디자인기획단을 만들었어요.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공간을 방으로 고정하지 말고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였어요. 가변형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빙월을 설치했어요. 주민들이 요구한 핵심적인 포인트를 다 살려서 공간을 만들었는데,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힘든 거예요. 공간이 나눠져 있고 방마다 문이 있으면 보안이나 관리하기에 용이하잖아요. 또 주민들이 바라는 것이 24시간 개방, 주말 개방이었어요. 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6시가 되면 다 문을 닫잖아요. 또 완주는 관에서 운영하는 기관은 일요일날 문을 여는 곳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퇴근 후에 하는 활동이나, 주말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주말에도 공간을 열어달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도 인력이 한정되어 있어서 어려움이 많아요.
주민들이 원한 공간이고, 주민들이 활동할 공간이니 운영까지도 주민들에게 맡기고 싶은데, 공공시설을 주민들이 운영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는 거예요. 직원들 의견은 반반이에요. 전체 관리를 맡기면 안 된다, 아니면 한번 맡겨보자. 그래도 차츰차츰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운영의 한 축에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거죠. 저희와는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주민들 나름대로 협의회를 구성해 자율 운영하는 방향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진오 : 자본주의 안에서 공유공간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관의 지원 없이 독립할 수 있는 방안이 뭐가 있는지는 정말 고민이 돼요. 공유공간은 일반 공간과 다르게 특별하게 디자인되는 부분도 있어서 범용의 소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에 맞는 적절한 사람이 보장되어야 하고, 좀 제한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 이지점이에요. 또 다른 고민점은 관의 지원을 받은 경우 제도와 룰 안에서 어떻게 선도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가의 문제예요.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의 룰 안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또는 담당자가 바뀌기도 하죠. 프로젝트를 책임져주지 않는 겁니다. 순환보직도 프로젝트 단위로 순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실천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슬기 : SK E&S는 로컬라이즈 프로젝트에서 기업 자체를 드러내고자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건물에 기업 로고나 저희 언더독스 로고도 없고 로컬라이즈 군산만 크게 써있어요. 좋은 의미로 매주 보러 오시기는 해요. 오셔서 SK E&S 뿐만 아니라 SK의 자원들을 많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죠. 건물 리모델링부터 운영까지 비용을 다 지원받았는데, 지역에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은 사회 공헌을 계속 고민하고 있잖아요.
김창하 : 전주 민달팽이집은 행정과의 관계에서 서로 만족스럽게 진행됐어요. 전주 주거복지과와 사업을 진행했는데, 과에서는 처음부터 자신들은 사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회계나 행정, 조례에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저희가 회계나 조례에 대해 질문을 드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민간에서는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만들 수 있고, 행정은 행정 일만 하니까 더 일에 집중 할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성과가 나니까 과도 좋고 저희도 좋았어요. 이런 사례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해요. 행정에 변화가 생겨야 저희도 사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어요. 이런 부분이 작게라도 있으면 많이 부각됐으면 좋겠어요.
공간의 지속성-네트워크
소영식 : 공간은 지원을 받아 만들 수 있지만,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 항상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지속성을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진오 : 네트워킹에 대해 생각하게 되요.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공간의 편리한 점은 어느 지점에 가더라도 같은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일종의 프랜차이즈화되어 있는 것인데, 그런 공유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를 통해 자본의 순환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성공할 수도 있지만, 몸집을 계속 부풀려야 하고, 또 무너지면 한꺼번에 무너지는 위험성이 있죠. 그래서 전국에 이런 비슷한 종류의 공간이 서로 교류하면서 네트워킹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제가 만약 전주에 공유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타 지역 사람인만큼 지역 안에 녹아들기 힘들 수 있는데, 전주의 공유공간과 협약을 맺어서 사용자의 폭이나 사용자의 활동 반경을 조금씩 늘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를 공유하는 거죠.
황경신 : 공유를 쉐어의 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유휴 공간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언더독스가 창업으로 공간을 특화했듯이, 공간의 내용을 특화시키면 거기에 맞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돼요. 그렇게 하면 지속성이 담보되고, 네트워크 형성에도 용이할 것 같아요.
이슬기 : 군산에도 말씀하신 창업보육센터 같은 청년센터들이 있어요. 거기도 지역의 사업가들을 지원하고, 그 안에도 공유공간이 있고, 매이커스페이스를 보유하고 있어요. 기관들끼리 모여서 고민하는 것이 서로가 어떻게 다른지,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것이에요.
로컬라이즈 타운을 운영하면서 공유공간은 인포메이션 센터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공간에 오면 지역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거죠. 군산에 대해 잘 몰라도 이곳에 오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저희가 소개해 드릴 수도 있는 거죠. 그런 사다리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창하 :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일자리 구하기 어려우니 서울에서 지역으로 내려오려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청년이 지역에 왔을 때 안정적인 주거, 일자리, 커뮤니티를 같이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점에 고민이 많아요. 이 세 가지가 들어가야 이들이 와서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진오 : 예상컨대 2~3년 안에 공유공간이 넘쳐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공간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네트워크 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아요. 공유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룰은 개인은 적게 쓰고 공유를 넓게 하자는 것인데, 경험해보니까 저희 실수 중 하나가 공유공간을 만들려고 개인의 공간을 너무 줄인 것이에요. 어느 정도 자기 공간도 여유를 가지고, 공유공간도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황경신 :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은 답이 네트워킹으로 모아지는 것 같아요. 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유공간이 성공하거나 지속하는데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유공간의 나아갈 방향
소영식 : 마지막으로 앞으로 공유공간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이진오 : 공유공간이 지금은 청년세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여러 세대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제일 공유공간을 만들만한 분들이 386세대, 은퇴를 앞두신 분들이 더 생각도 많고 여유도 시간도 많아요. 어린 세대부터 공유를 경험하고 학습해서 세대가 전이되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황경신 : 많은 공유공간들이 생기고 있지만, 저는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겼으면 해요. 더 많이 생겨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공유의 요소도 다양하게 만들어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공간지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많은 관점으로 실험해가면 다양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공유공간 자체가 양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꼭 문제점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김창하 : 앞으로는 공간의 활성화에 대해서 점검해볼 수 있는 지표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슬기 : 아직은 사업을 진행하는 측면에서 운영이 저평가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훨씬 더 고생하고 고민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앞으로 공간이 더 생겨나서 사람들이 모여서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립해나가는 계기들이 생겼으면 해요.
이진오 : 저는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공유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공유의 반대를 소유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소유가 아니라 전유인 거예요. 공유가 가능하려면 전유도 있어야 해요. 홀로 소유하는 것이 너무 빈곤하게 되면 공유의 장 안에서도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유하는 공간에도 같은 관심을 가지고 풍성한 공간들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유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너무 관념적으로 공유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부딪쳐보면 관념이 아니라 현실과 실질적으로 손에 닿는 부분인거죠. 사회적으로도 공유공간에 대한 관심이 관념을 넘어서 현실에 와 닿는 지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패널의 생각!
우리 삶과 사회에서 ‘공유’라는 개념과 적용은 더 넓어지고 있다. 추상적인 감각 속에서 머물던 ‘공유’는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의 직간접 경험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면서, 점차 많은 이들의 사회적 가치와 이상적인 모형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많은 공공의 영역으로까지 그 감각을 넓혀가고 있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공유’에 대한 질문들을 풀어놓았다.
지난 5월 18일 패널로 참석한 마당 수요포럼에서는 대표적인 공유콘텐츠로 떠오른 ‘공유공간’에 대해 경험과 고민을 나누었다. 비즈니스 혹은 정책의 영역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자의 경험들을 들으면서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안고 있는 고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을 둘러싼 정책과 사회 환경, 공급자와 이용자들 간의 관계성과 소통의 정도에서 비롯된 고민들이었다. 어느 도시든 빼놓지 않고 벌어지는 재생사업과 정책사업으로 생겨나는 수많은 공간 그리고 ‘공유’. 수많은 현장에서는 물리적 절차에 치여 때를 놓친 활용과 사람의 문제가 존재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때를 만나’ 꿈틀거리며 날개를 펴는 공유공간에서 발을 뺄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이날 모두 공간을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문제로 이야기는 더 가속화됐다. 우리 모두는 여기 놓인 열쇠를 확인했다. 공유공간은 멋진 설계로 크고 작게 지어진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다. ‘생물( 生物)’인 것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여전히 ‘공유공간’의 쓰임과 모형을 확장하는 이진오 건축사의 늘어가는 도시의 실험에서 우리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누군가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창업으로 지역재생을 도모하는 로컬라이즈 군산 이슬기 디렉터의 경험은 사업장의 공유를 넘어서는 지역의 한 시절을 채워가는 젊음이 흐르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김창하 씨의 원룸, 투룸에는 청년주거의 대안을 뛰어넘는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모두의 아름다운 고민이 있다.
이진오 건축사의 말처럼 공유의 반대는 소유가 아닌 전유, 관계와 역할로 빛나는 공간의 아름다운 전복은 공유공간을 위해 얼마든지 ‘우후죽순’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황경신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사업운영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