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 | 청년의 정치참여
‘젊치인’ 을 아십니까
글 오민정 편집위원
“그러니까 진작에 나왔으면 ‘젊치인’ 컨셉에도 딱 맞고 좋잖아.”, “나는 막후의 조종자가 될 거야. 그게 내 원대한 포부다. 그리고 나는 내년 7월 이후에는 청년 아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날 희생하려는 생각은 버리도록. 니가 오늘은 또 왜 그 말을 아직까지 안 하나 했다. 아까부터 어떻게 참았냐.”
며칠 전, 만나기만 하면 주변 청년들을 죄다 정치인으로 데뷔시키고 싶어 하는 지인을 만났다. 그는 내가 본 것만도 오륙 년째 자신의 주변의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소위 ‘뽐뿌질’을 한다. 매번 거절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제안이기 때문에 단칼에 거절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또 ‘젊치인’ 카드를 들고 나섰다. 대체 ‘젊치인’은 또 어디서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턱을 치켜들며 SNS에서 봤다고 했다.
청년, 정치에 관심을 갖다 ‘젊치인’
‘젊치인’은 만 40세 이하의 젊은 정치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누군가는 줄임말이 불편하고 거북하다고 불평하긴 하지만, 나는 뭔가 조금은 새로운 흐름을 명명하는 데 있어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불평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젊치인’이 급부상하게 되었을까. 어른들이 지적해왔던 것처럼 청년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한 이기적인 세대 및 집단이 아니었던가? 언제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초창기 청년 활동을 하며 처음에 나섰던 몸담았던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데뷔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잠깐 초창기에 활동을 하다가 그리는 방향이 맞지 않아 본업에 매진한 케이스이기도 할 테다. 그 당시만 해도 정책이 아니라 정치에 관심을 갖는 청년을 ‘순수하지 못하다’라는 시각으로 볼까 봐 속내는 그렇지 않으면서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손사레 치는 사람도 있었고, 애초부터 정책이 아닌 정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와 같은 부류들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차피 활동을 할 것이라면 전면에 정치지향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게 오히려 더 나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요즘 회자 되고 있는 ‘젊치인’은 그런 의미에서도, 청년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정책으로 반영시키는 노력으로서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뉴니버스, 경기장의 풍경을 바꾸자
‘젊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바로 올해 2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뉴웨이즈’다. 이들은 내년 6월 1일 지방선거에 초당파적으로 기초의원으로 젊치인들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뉴웨이즈는 일종의 에이전시로서 경기장에 출전하고 싶은 젊은 신인들을 발굴하고 경기장에 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경기장의 풍경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젊치인은 기성 정치 시스템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지 세력, 선거자금, 공천 기회를 얻기 위해 돕는다. 그러기 위해 ‘캐스팅 매니저’들 과 함께 한다. ‘캐스팅 매니저’는 5월 4일 기준으로 1,000명이 넘었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기준 모든 지역에 캐스팅 매니저가 있으며,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지닌 2030세대가 약 90퍼센트, 4050세대가 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캐스팅 매니저는 정치를 쉽게 해설하는 자료(이메일 학습지)를 같이 읽고, 젊치인의 기준에 관해 토론하고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야말로 의사결정기준을 세우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청년의 정치참여, 왜 필요한가
청년의 정치참여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정치에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젊은 정치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안이 다르다. 굳이 청년이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직 1년의 유예가 남은 청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정치 참여는 청년들이 지금까지 문제해결을 요구하다가 좌절한 경험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그래서 뉴웨이브와 캐스팅 매니저들의 행보도 국회의원이 아니라 ‘기초의원’에 더 집중하고 있다. 피부에 닿는 기초 정책부터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지금까지 기성 정치인들이 2030세대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데 번번이 실패하자, 직접 정책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물론, 청년들이 모두 다 정치를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노련한 기성세대의 정치인들에 비해 경험을 통해서 배워가야 할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정치참여와 ‘젊치인’들의 등장은 몇 년 후, 우리 사회에서 변화의 시발점으로 2021년을 기억하게 하는 ‘사건’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보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