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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 | 기획 [[연재]]
도시를 바꾸는 존중과 협력의 문화 | 인디마을관리협동조합
오민정 편집위원(2021-08-10 10:36:34)

도시를 바꾸는 존중과 협력의 문화

글 오민정 편집위원



전주의 번째 마을관리협동조합

올해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전주의 번째 마을관리협동조합인인디마을관리협동조합 선도마을관리협동조합으로 선정된 것이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이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생활SOC 기반시설을 유지 관리해가며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서비스를 공급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도시재생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민주도 비영리조직이다. 2021 4 기준 전국적으로 43개의 마을관리협동조합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인가를 받았으며, 조직운영과 사업모델의 측면에서 발전가능성을 보유한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사례를 전국에 확산하기 위해 선도조합 일곱 곳을 선정했다.



성매매집결지에서 여성인권과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서노송동에 위치한 서노송예술촌은 전주에서 오랫동안선미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성매매집결지였다. 낮에도 굳이 지나가지 않으려 하는 길이자, 여성인권의 사각지대, 근처 주민들의 상처가 깊은 지역이기도 했다. 이러한 선미촌이 2010년대에 이르러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됐다. 도시재생과 문화적 재생사업을 시작하게 것이다.


전주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대의 도시재생을 추진해오며 여성인권과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해왔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2019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전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도시재생1) 이루어져 왔던 곳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정부방침의 변화로 인해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단년 지원에 그치게 됐고, 이어 2020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도시재생은 사업의 특성상 단시간에 지역의 활성화나 가시적인 효과를 창출해내기 힘든 까닭에 이제 유의미한 변화들이 시작되고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난감한 일이 아닐 없었다. 


주민들과 그동안 함께 예술가 모두 문화와 도시재생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변화가 지속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해결방법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지난한 토론과 고민의 시간들을 보내다가 수소문 끝에마을관리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1 동안 많은 준비를 거쳐 드디어 2021 1, 마을관리협동조합으로 설립인가를 받게 됐다.


처음에 이렇게 도시재생을 통해 어렵게 이뤄온 과정을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막막했어요. 그리고 한편으로 이제 유의미한 변화들이 퍼져나가는데 그만둬야 한다는 아쉬웠죠. 하지만 저희는 선미촌이 예술촌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서 만난 주민들과 예술가들 간에 쌓인 신뢰를 믿었어요. 그래서 대책에 대해 논의할 때도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있었죠. 예를 들면,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이 끝나면 너희가 없어질 아니냐, 예술가들은 혹시 사업 이후에도 나가라고 하지 않고 끝까지 파트너로 지지해 있겠냐 하는 것들이요.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파트너로 지지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도시재생사업이 끝났을 때도 사업의 업력을 이어서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고 결국 협동조합까지 만들게 거죠.” (인디마을관리협동조합 장근범 이사장)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과 함께 기회를 만드는

현재 서노송동에는 노송늬우스박물관(마을사박물관), 시티가든(마을정원) 비롯해 일곱 개의 거점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러한 시설들을 운영하고 연계를 통해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예술가, 도시재생전문가 다양한 주체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서노송 예술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뜻을 같이하는 예술가들도 주민들과 협업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디마을관리협동조합이 여타 사업대상지에 주소를 등록한 주민들로 한정된 여타의 마을관리협동조합과 구분되는 점이다.


또한 조합에 참여하는 주민의 거주 범위도 기존 서노송동에서 노송동 전체로 확장했다. 일곱 개의 거점시설이 인접해있는 만큼, 시설들이 위치한 좁은 지역주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실제 시설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의 범위를 고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협동조합으로서 사업비확보, 이익배당, 안정적인 고용구조는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우리는 마을관리협동조합의 활동이조합원끼리 사는 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조합원끼리만 사는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판을 만드는 중요해요. 그래서 위탁운영뿐 아니라 앞으로 연계를 통해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공정하고 건강한 활동으로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인디마을관리협동조합은 그동안 예술가들과 주민의 협업경험을 살려 예술과 생활SOC 유지하고 관리하는 사업을 진행해 예정이다. 정원박람회 종료 이후 공공정원 관리를 비롯해 선미촌문화예술복합공간 도시재생거점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이 도슨트가 되는사회참여예술형전시’, 주민이 예술가들과 직접 작업을 통해 협력하는협업마을 미술프로젝트’, 마을공정여행을 준비하는골목길 네트워크 조성’, 작업실과 시설을 위탁운영 하는공공임대사업’, 노인과 어린이의서로돌봄사업 지역사회의 의제를 다양한 마을사업으로 풀어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주민이 참여해 이런 기회를 만들어내는 있어 마을에서도 남성적인 구조가 있더라고요. 일을 결정하는 것은 거의 남성 주민이에요. 이런 일에 참여한 경험이 많고, 결정 과정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일을 진행할 때는 여성 주민의 참여 비율이 높아요. 우리는 우리 조합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에 여성 주민을 위주로 협동조합의 이사를 확대하기로 했어요. 결정과 실행의 주체를 분리시키는 기존의 구조에 균열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사회를 하든 그냥 회의를 하든 저희는 일반적인 회의구조가 아니라 원형을 고집하고 있어요. 같은 위치라는 의미에서요. 그게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이어 우리의 방식이에요.”


도시재생은 과정에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공간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공간을 통해 이뤄졌던 의무와 권리에 대한 변화까지도 포함하는 일이다. 주민들이 잃어버린 작은 골목길 하나를 되찾는 일은 단지 통행로가 하나 생기는 차원의 변화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보행권을 되찾는 ,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일이 된다. 모두에게 버려진 공터를 마을의 정원으로, 미술관으로, 돌봄의 공간으로 되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도시공간을문화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공간에 다시 경험과 기억을 되찾아오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세월과 경험, 기억을 존중하며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함께 그려나가고, 이들의 시간이 얽히면서 도시의 공간을 의미 있고 구체적인 기억의 장소로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문화적 수밖에 없다. 인디마을관리협동조합의 원형 테이블처럼 말이다. 변화하는 마을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1)문화적도시재생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토 교통부가 인정하는 도시재생인정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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