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경험을 통해 축제의 본류를 찾다
글 김하람 기자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2001년부터 해마다 다채로운 무대로 관객을 만난 소리축제는 20주년의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보다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축제를 향한 새로운 원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의 주제는 ‘소리 #20’. 소리(唱, 노래, 목소리)‘에 #를 더해 장면(scene)과 해시태그의 의미를 담아 소리로 이어온 20년의 세월을 스무 개의 장면(공연)으로 집중해 보여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온라인 공연을 시도한 소리축제는 올해 역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한 영상, 미디어 공연의 차별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 최근 10여년 사이에 전통의 실험과 파격, 해외 다양한 문화예술과의 협업과 협연을 통해 전통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온 것을 바탕으로 올해는 축제의 근간을 이뤄온 판소리에 대해 다각적이고 깊이 있게 재조명한다.
20주년 특집 개막공연
메인 프로그램인 ‘판소리다섯바탕’은 스타 소리꾼 방수미·박애리·정상희의 연창으로 듣는 ‘춘향가’와 김준수·유태평양·정보권이 함께 꾸미는 ‘흥보가’를 통해 판소리 연창의 색다른 지평을 선사할 계획. ‘젊은판소리다섯바탕’은 다섯명의 젊은 소리꾼들의 릴레이 무대로 3시간에 걸쳐 개인 해설을 가미해 흥미와 집중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난 10여 년간 소리축제 대표 경쟁프로그램으로 이른바 ‘한국형 월드뮤직’팀을 발굴하고 해외진출을 모색해 온 ‘소리프론티어’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소리프론티어는 시즌2라는 이름으로 판소리를 확장한 장르의 변화를 실험한다. 축제를 수식하는 ‘창작’과 ‘새로움’이라는 표제어에 가장 걸맞는 프로그램이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TALE’, 소리극단 도채비의 ‘풍각쟁이’, 플레이위드의 ‘햄릿 혼잣말’, 민속악회 맴돌의 ‘심청:꽃을 든 여인’, 한사코의 ‘여기 잠시 머물다, 다시 돌아갑니다’, 비로소 판소리의 ‘이름’, 휠러스의 ‘놀부 FLEX’ 등 일곱 팀의 무대를 선보인다.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 가운데 있는 올해 축제는 실내공연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메인프로그램인 ‘산조의 밤’과 ‘광대의 노래’는 좀 더 예술성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광대의노래>는 ‘사금(四金)’이라는 이름으로 상쇠 명인들의 오리지널 쇠가락을 한 자리에서 듣는 무대다. 광식, 류명철, 유지화, 손영만 명인이 출연한다. 농악단의 판놀음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각각의 리더들이 ‘상쇠’라는 묵직한 이름을 어떻게 지켜오고 열정을 쏟아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산조의 밤>은 ‘산조이나 산조 같지 않은 산조’라는 비평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진짜 산조’를 제시하겠다는 계획으로 정통 산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무대다. 가야금 지순자, 강정숙 명인의 순도 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초청공연 하나하나에도 예술성과 작품성을 우선순위에 둔 만큼 소리축제는 올해를 ‘예술제’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고, 예술성 있는 작품들의 중요 관문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국립현대무용단 HIP合>과 <다크니스 품바> 가족공연
<국립현대무용단의 HIP合>은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안무가들이 의기투합한 무대다. 현대무용과 스트리트댄스, 그리고 국악을 접목한 공연. 김보람, 김설진, 이경은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세 안무가의 역동적인 몸짓과 국악 바탕의 사운드 디자인이 관객들을 쾌감의 정점으로 이끈다. 8월 서울 초연에 이어 두 번째 무대로 소리축제를 택했다.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는 해외에서부터 인정받은 컨템퍼러리 작품. 한국인의 한(恨)을 전통소리 품바의 선율에 실어 한바탕 신명의 몸짓으로 재해석했다. 남성 무용수만으로 이뤄진 작품답게 역동적인 곡선미와 강렬한 움직임이 매력적이다. 한국 무용계의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 온 젊은 안무가 김재덕이 독창적인 표현방식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가족공연 ‘SNAP meets Sori(미스터리 퍼포먼스 스냅)’은 동화적인 스토리텔링을 토대로 미디어아트, 그림자놀이, 마임 등과 결합한 무한한 마술의 세계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소리축제와의 만남을 위해 특별히 국악과 소리 요소를 결합할 예정이어서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선우정아, 강허달림, 하림 등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들이 소리축제를 찾아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전북CBS 별빛콘서트, 정읍수제천보존회 등의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올해 해외공연은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의 공연이 유일하다.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온 아스트로 피아졸라 퀸텟은 탱고 음악의 역사를 바꾼 혁명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소리축제를 선택했다. 소리축제에서는 특별히 아쟁 김영길 명인과의 합동 무대를 선보인다.
축제를 대미를 장식하는 폐막공연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5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14개 시군 찾아가는 소리축제를 통해 40여 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객석은 30%만 우선 오픈한다.
올해 메인 포스터와 엠블럼의 메인 색채는 울트라 바이올렛과 아쿠아마린이다. 독창성과 창의력, 미래의 예지력을 의미하는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은 축제 20년간 이어진 ‘소리’를 표상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영원한 행복을 의미하는 아쿠아마린(Aquamarine)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물을 상징한다. 엠블럼의 경우 숫자 20을 뒤집어 영문 sori와 접목해 20주년과 소리를 동시에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