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21.10 | 연재 [여성 사회를 바꾸다]
안전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문화생활을 꿈꾸다
김하람 기자(2021-10-08 13:51:31)




안전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문화생활을 꿈꾸다

김하람 기자 


지난 2016 문화저널은문화기획달 달리, 자정, 이리를 만났다. 남원 산내면으로 귀촌한 그들은 2014문화기획달 모여 여성주의활동을 기반으로 페미니즘 운동과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펼쳐왔다. 비영리단체였던문화기획달 활동을 이어가는데 한계를 느낀 그들은문화기획달 해체하고협동조합마고 다시 모였다. ‘마고 태고부터 지리산에 자리했던 여신 마고를 뜻한다.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그들을 문화저널이 다시 찾았다. 그들은 남원 산내면에서 시내로 나와 남원 시청 옆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페미니즘문화지구&북카페 작은서점살롱드마고. 그곳에서 달리와 자정을 만났다.



마고신의 응접실

여성주의를 기반으로 디자인 작업이나 남원과 관련된 굿즈 제작, 젠더교육과 타로상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마고는 살롱드마고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을 있으며, 실크스크린 공예,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과 같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취미생활을 공유한다. 그야말로살롱 살롱드마고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려와 방문자들이 편안히 있는 포근한 분위기를 낸다.


달리 : “우선 여성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역에서 그런 안정적인 공간이 있다는 자체로 안심이 되죠.”


사람 모두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과 관련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책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느낀 점을 공유하며 사회적인 시각으로 확대해나간다. 


자정 :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기도 하고, 부족한 지점을 같이 나누기도 하고, 스스로 깨고 나가기 힘든 지점에서 변화의 힘을 얻기도 해요. 친구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냥 수다에서 끝날 주제들도 여기에서 이야기하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문제를 살펴볼 있어요


공간을 운영하고 모임을 꾸리고 디자인적 요소를 문화예술적인 것들로 녹여내는 . 여성주의와 창작자라는 정체성이 만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여성의 몸을 말하다

이곳에서는 페미니즘 주제의 , 잡지나 디자인, 예술에 관한 , 문학, 독립출판물, 동화와 만화까지 도서관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책이나 여성주의와 관련된 서적들을 만나볼 있다. 올해 3월부터 매월 주제를 정해서 큐레이션하는월간서가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북카페로서 비치되어 있는 책은 판매용이 아니지만, 지난 9월부터 월간서가의 책과 협동조합마고에서 제작한 , 중고 등을 판매하고 있다.



9 월간서가 주제는’. 몸과 관련된 스무 권을 소개했으며, 몸을 주제로 사진전 혜영 작가의몸들의 말하기 함께 열렸다. 월간서가에서는 달리가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만나 있었다. 달리의 경험을 녹여낸 에세이로 중증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경험과 우울증,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달리 : “페미니즘 활동을 하면서 저도 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여성들은 자기 몸을 수용하고 긍정하기가 어렵잖아요. 아무래도 항상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그런 것들과 부딪히는 지점에 대해 고민하면서 책을 썼어요.”


키가 좀만 컸으면 좋았을 텐데, 살만 조금 빼면, 화장을 하면 예쁘겠다와 같은 말을 흔히 한다. 여성 청소년들과 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선망하는 사이즈가 33반이라고 한다. TV 나오는 마른 몸매의 여성들을 보면서 미의 기준을 학습하게 것이다. 그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의 몸을 비정상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연예인들이 혹독하고 엄격하게 식단을 지키며 몸매를 가꾸는 모습이 나오며 그것이 당연한 자기개발의 요소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뒤에 따르는 고통과 건강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극단적 식단을 이어가다보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들이 많지만, 그런 어두운 부분은 가린 마르고 근육있는 몸매가 건강한 것이며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몸매로 표현한다. 


자정 :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어떤 고정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그런 것들이 미적인 기준으로 있는 사회에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사회가 변하지 않고 개인이 극복해나가야 하는 문제처럼 비춰지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성스럽다는 이미지, 성적 대상화에서 탈피를 외치는 탈코르셋에 대하여 여성 스스로가 원하는 몸매와 원하는 외향을 가꾸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에 타인의 시선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달리 :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것은 똑같아요. 그렇지만 예쁘다든지, 아름답다든지 하는 기준이 항상 똑같은 형태, 똑같은 몸매로 나타나는지 의문이 들어요. 우리는 다르게 생겼고, 체질도 다른데 어떤 정해진 기준을 두고 미와 추를 나누고 있잖아요. 우리가 항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몸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느낌이에요. 점을 생각하지 않고 주체성을 이야기 한다면 과연 우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하고 있는지 있을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 나오는 여자 아나운서들은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자 아나운서들은 시력이 좋지 않으면 당연하게 안경을 썼다. 그렇다면 그동안 여자 아나운서들은 주체적으로 안경을 쓰지 않은 선택을 것일까. 처음으로 안경을 여자 아나운서가 나왔을 크게 이슈가 됐다. 지금, 21세기에 여자 아나운서가 안경을 것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신기한 현상이 것이다. 시선에는 권력이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억압이고 무엇이 자유인지 보다 명확하게 보고 풍성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


달리 : “자꾸 초점이 여성들에게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화장을 하는 문제에서 화장을 하면 억압받고 있는 것이고 화장을 하면 자유로운 것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누가 여성에게 아름답기를 원하는가, 여성이 아름다웠을 누가 가장 만족하고 누가 그걸 감상하는가로 질문을 바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땔감과 뮤즈들이 사라질 때까지

자정 : “페미니스트로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들은 그들을뮤즈라고 부르는데, 성차별주의적인 발언을 하시면 하나의 영감을 주셔서 감사하다, 뮤즈가 찾아오셨다고 하죠(웃음).”


최근 남원에서 남자 중학생들이 불법촬영을 사건이 있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2 가해성 보도가 나왔다. 가해자들은 원래 착한 아이들이고 모범생이었는데, 친구를 잘못 만나 나쁜 물이 들었다는 . 피해자와 시민들에게 이제 그만 가해자들을 괴롭히고, 없는 자만 그들에게 돌을 던지라는 식의 기사였다. 협동조합마고는 기사 제목이었던이제 그만해라라는 문구를 현수막을 만들고 불법촬영근절을위한시민연대를 임시로 조직해 캠페인과 디지털 성범죄를 주제로 하는 강연을 열었으며, 피해자 상담도 준비하고 있다.


달리 : “성폭력 가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가만히 있을 없었어요. 우리가 언젠가 피해자가 됐을 우리 편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게 만들어요. 그러니까 페미니즘 활동은 생존을 위해 하는 것에 가까워요.”


성차별주의적 발언과 성폭력 문제들이 분노의 연료가 되어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끊임없이 뗄감을 넣어주기에 멈추지 않고 불타오를 있는 . 뮤즈라는 표현도 재치 있다. 대부분 남자 예술가의 애인이나 부인, 예술적 활동에 도움과 영감을 여자에게 붙이는 표현을 성차별주의자에게 붙인 것이다. 재미있게 활동하고자 하는 그들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그렇듯, 그들 역시 원하는 것은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필요 없는 세상이다. 굳이여성 넣지 않고도 문화와 예술을 누리고 문학을 읽고 글쓰기를 즐길 있는 세상이다. 이상의 뗄감도, 뮤즈도 없는 세상을 위해, 누구나 안전할 있는 세상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차별에 외면하지 않고 권력에 눌리지 않고 크지 않더라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