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남친짤, 젊은 세대들을 위한 정치?
오민정 편집위원
“대선경선투표안내”, “OOO선거운동정보”, “호남권리당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OOO입니다”
이번 명절 연휴 내내 안전재난문자와 더불어 내 핸드폰을 불티나게 울리게 했던 문자들이었다. 바야흐로 지금부터 본격적인 선거철이 도래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만사가 귀찮아져서인지 아니면 이런 문자가 더 늘어나서인지 너무 귀찮아져 죄다 스팸으로 등록해버릴까 말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귀찮아져서 나중에 처리하고 머리를 비울 겸 그냥 관심 있는 영상이나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켠 유튜브에는 대선후보들의 먹방과 ASMR, 민트초코 찬반논쟁 등이 떡 하니 피드를 메우고 있었다.
SNS를 이용해서 MZ, 2030 표심을 잡아라?
비록 나는 연휴 내내 내 유튜브 영상 추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한 무한불신(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이전까지 정치인들의 영상을 클릭한 적이 없다)과 분노를 표출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트렌드라고 인식하기는 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딱딱한 이미지를 바꿔보려 너도나도 SNS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도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누구는 메타버스로 캠프를 만들었네, 누구는 시장에서 유튜버와 먹방과 ASMR을 찍었네 하더니 이제는 소위 ‘남친짤’을 찍었다며 짤로 사용해도 좋단다. (개인적으로 남친짤에 이르러서는 콘셉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뻔뻔함에 기가 막혀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MZ세대, 소위 2030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젊은 이미지, 이전의 근엄한 정치인이 아니라 유쾌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 메이킹에 유효한 홍보전략으로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재밌어하며 관심을 가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SNS를 활용한 정치인들의 홍보전략은 기존의 홍보 매체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젊은 세대들의 SNS 활용 패턴에 입각해서 진행되는데 우선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댓글 창을 적극 활용한다. 유튜브 댓글창을 마치 작은 커뮤니티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업로드 한 영상의 하이라이트 부분, 특히 유머러스한 부분들을 편집해 젊은 세대들이 소위 ‘짤’이라고 부르는 ‘밈’(meme)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밈’은 각종 커뮤니티에 뿌려진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홍보방식하고는 전혀 다른, 2030세대들의 인터넷 사용양상에 따른 홍보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영상을 한두 개 정도 보다 보니 나는 더 이상 이런 류의 영상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노력이 애석하게도 말이다.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다
내가 SNS에서 정치인들의 영상이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SNS를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한 피상적인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들(정확하게는 MZ세대라고 명명하는 후보도 있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이전에 비해 많이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이제 시작이고, 안 하는 것보다 나은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SNS에 올라오는 대선후보들, 정치인들의 밈들이 그저 지금처럼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이 SNS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소통’이다. SNS를 통해 우리가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트렌디하고, 젊은 세대와 적당히 말이 통할 것 같고 친근한 ‘이미지’가 아니라 젊은 세대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SNS를 통해 접하는 영상과 밈들은 여전히 트렌디하고, 친근한 정치인의 이미지에만 집중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를 따라 하며 ‘트렌디 한 기성세대’임을 어필하고,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들에게 감성을 자극하며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저 ‘나는 이렇게 공감하고 소통하고 있다’라는 이미지만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불쾌하다. 단순히 ‘이미지’로 투표를 하는 시대는 지나갔는데 영상을 보다 보면 우리 세대가 마치 이미지 메이킹으로 인기를 끌어올리면 투표를 해주는 그런 단순한 대상으로 전락한 기분이 들어서다.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이미지 메이킹은 이제 그 정도면 됐다. SNS를 통해 우리에게 정치적 관심과 지지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제 ‘이미지’를 넘어 ‘정책’으로 소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