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주독서대전
전주, 모든 곳이 서재가 되다
‘2021 전주독서대전’이 ‘당신의 서재, 전주’라는 주제로 오는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1주일간 열린다. 올해 주제는 전주 지역 각양각색의 도서관들이 시민들의 서재가 돼 이곳에서 책을 읽고 꿈과 희망, 삶의 답을 찾아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10월 8일 개막하는 올해 독서대전은 ‘전주독서대전 주간’이 새롭게 도입돼 행사 기간을 3일에서 1주일로 연장했다.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은 강연과 공연, 학술토론, 독서체험 프로그램이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병행해 열린다. 이후 나흘 동안은 시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에서 △독서동아리 공론과 대화 △전주시민대학 특강 △독서아카데미 특강 △시민의 서재 전시 등 소규모 독서진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주독서대전 주간’운영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분산·참여하는 동시에 온라인 행사에서 부족했던 현장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덕진도서관 관계자는 “‘2021 전주독서대전’이 시민과 책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학동사진관 한영수 이노우에 코지 사진전
사진, 삶을 담고 시대를 담다
각각 서울과 후쿠오카에서 일상을 담은 사진작가 한영수와 이노우에 코지의 작품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다. 생전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그들의 작품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한영수 작가의 딸 한선정(한영수문화재단 대표) 씨와 코지 작가의 아들인 이노우에 하지메(이노우에 코지 갤러리 관장) 씨가 그들의 작품 속에서 각자의 아버지와 비슷한 정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광고 패션 사진분야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한영수는 50~60년대 가난하고 절박한 시기의 서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의 사진 속에서 교복 입은 학생이 양담배를 팔고, 멋쟁이 여인들은 파라솔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거리를 걷는다. 코지의 후쿠오카 사진은 전형적인 일본 이층 가옥 앞에서 아이를 앞뒤로 실은 아버지의 자전거와 그 옆에는 어머니가 함께 나들이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벚꽃 아래 세워진 가부키 풍의 그림이 그려진 간판 앞에서 꼬맹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서 있기도 하다.
약 70년 전 그들이 살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한영수, 이노우에 코지의 사진전 ‘그들이 있던 시간’이 서학동 사진관에서 10월 2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매주 일, 월, 화 휴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유대수 초대전
나무에 새긴 전주 남천의 풍경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개관 20주년을 기념한 판화가 유대수 초대전 ‘몽유남천’이 열렸다. 몽유남천은 조선 전기,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모습을 3일 만에 그려냈다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차용한 것으로, 작가의 생활 터이자 작업 공간이 있는 전주 남천 일대를 거닐며 마주한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 예술 정신과 삶에 대한 사색을 담아냈다.
지역 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중·대형 목판화 창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전시는 세밀한 판각과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필획으로 전통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이는 이미지를 뒤집어 옮겨 그리는 전통 판화기법을 벗어나 판목에 직접 먹그림을 그리고 새겨나가는 작가의 작업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화려한 기교나 꾸밈보다는 있는 그대로 호흡을 우직하고 밀고 나가며 오랜 시간 노동을 바탕으로 필획과 판각이 한 몸으로 어우러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끊어질 듯 이어지고, 복잡한 듯 단순하며, 가득 차 보이지만 무한한 미지의 공간을 연상시키는 대형 목판화 작품들을 통해 인간과 사회, 삶의 존재 의미를 탐색하도록 이끌었다.
유대수는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다 홍익대에 입학해 판화를 전공하고, 귀향해 다시 전북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80여 회의 그룹·단체전과 14회 개인전을 치렀다. 현재 한옥마을에서 ‘판화카페대수공방’을 열고 작업 중이다.
완판본연구회 네 번째 판각전 ‘목판에 새긴 사랑 꽃’
완판본, 나무에 새겨 몸에 익히다
향교길에 자리 잡은 완판본문화관. 그곳에서 어떤 활동들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완판본연구회 네 번째 판각전 ‘목판에 새긴 사랑 꽃’이다.
이번 전시는 대장경문화학교 완판본연구회 회원전으로,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전시를 구성했다. 1기부터 11기까지 23명의 회원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완판본문화관이 소장하고 있는 ‘열녀춘향수절가’의 주요 대목을 함께 읽어보고, 각자의 해석을 넣어 창작한 목판서화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미용사,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캘리그래피 작가, 교수 등 다양한 직군에 몸담고 있는 회원들 각자의 기술과 개성을 살린 다채로운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전라감영에서 보급을 위해 제작한 판본과,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제작한 방각본을 아우르는 ‘완판본’은 자랑스러운 전주의 기록문화이다. 완판본문화관과 대장경문화학교는 완판본 판각 기능의 맥(脈)을 이어나가기 위해 전통 판각 강좌를 무료로 개설했다. 기록유산은 나누기 위해 생긴 것이므로 기술 역시 나누기 위해 무료로 개설한 것. 완판본연구회는 강좌의 수료생들이 함께하는 모임으로 취미 활동을 넘어 실제 복원 작업에도 참여한다. 나무에 새기며 완판본을 이해하는 그들은 한지를 소중히 여기듯 한지에 기록하는 판각 문화가 이어져 지역 문화로 정착하기를 바란다.
전시는 8월 31일부터 9월 12일까지 같은 향교길에 위치한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열렸다.
뜻밖의 미술관 김오순展
선미촌의 만신, 김오순을 기억하며
물결서사 시즌 1 운영자(고형숙, 민경박, 서완호, 임주아, 최은우)들이 올해 3월 세상을 떠난 옆집 이웃 김오순 씨를 기억하는 전시를 열었다.
낮에는 리어카를 끌며 고물을 줍고, 밤에는 신을 모시는 여자 무당 ‘만신’이 되는 김오순 씨. 3년 전 전주 선미촌 물왕멀길에 책방 ‘물결서사’를 연 물결서사 운영자들은 범상치 않은 이웃 김오순 씨를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그가 풀어놓는 인생 행적에 귀를 기울였다. 그 이야기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책방에 정식으로 초청해 ‘만신 김오순의 인생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듣기도 했다. 강연날 평소와 다른 근사한 소복 차림에 머리 비녀를 꽂고 등장한 김오순 씨는 영락없는 만신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선미촌이 변화해가고 집값이 걷잡을 수 없게 오르면서 세들어 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김오순 씨 역시 손에서 일을 놓고 술을 자주 마셨다. 그러다 올해 3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김오순전은 물결서사가 어느날 갑자기 세상 밖으로 외출한 이웃 김오순 씨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다.
일요일마다 김오순과 이야기한 고형숙은 족자에 그린 한국화 작품 ‘동네산책’을 통해 김오순의 시간을 단면에 담아냈다. 월요일마다 김오순을 본 민경박은 주워온 고물을 부수어 분해하는 오순을 관찰한 영상 ‘finish off’를 통해 낮에 일하는 그의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목요일마다 김오순을 본 서완호는 ‘침묵’ ‘오순’ ‘물결서사 앞 풍경’ 등 드로잉을 통해 오순의 평소 자연스러운 모습을 펜으로 그려냈다. 금요일마다 김오순과 마주한 최은우는 책방에서 만난 오순의 이야기를 드로잉으로 펼쳐냈다. 토요일마다 김오순을 본 임주아는 어머니의 삶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안도현의 시 ‘임홍교 여사 약전’을 모티브로 오순의 가족과 친구, 이웃을 인터뷰해 그의 삶을 추적한 시 ‘김오순 약전’을 써 내려갔다.
전시는 9월 3일부터 24일까지 뜻밖의 미술관에서 열렸다.
제4회 전주국제단편영화제
백신, 영화로 맞다
제4회 전주국제단편영화제가 ‘씨네백신 42회분’을 주제로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열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우리의 예술 정신, 창의적인 영혼을 위한 백신을 영화제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슬로건과 같이 개막작 포함, 국제, 국내, 전북 경쟁부문 단편 영화 42편이 상영됐다. 개막작은 페이먼 제카밧(Peiman Zekavat) 감독의 ‘E14’, 민현기 감독의 ‘사는 게 먼지’, 에네스토 로우(Ernesto Rowe) 감독의 ‘원 라스트 타임(One Last Time)’이다.
전주국제단편영화제는 문화콘텐츠 연구소 시네숲이 주최, 주관한다. 시네숲은 cinema와 forest의 합성어로, 영화프로그래머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보통사람들이 모여 만든 문화기획단으로 시작해서 문화콘텐츠연구소로 영역을 확장했다. 전주국제단편영화제를 통해 척박한 영화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제작되는 단편영화를 발굴해 상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극작가 최기우, 세 번째 희곡집 『은행나무꽃』 발간
지역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무대, 책으로 다시 만나다
극작가 최기우(최명희문학관 관장)가 세 번째 희곡집 『은행나무꽃』(평민사)을 냈다. 『상봉』(2008·연극과인간)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2009·연극과인간) 이후 12년 만에 낸 이번 희곡집에는 「누룩꽃 피는 날」(2010)과 「교동스캔들」(2013), 「은행나무꽃」(2014), 「수상한 편의점」(2015), 「조선의 여자」(2020) 다섯 편이 실렸다.
표제작인 「은행나무꽃」은 제32회 대한민국연극제와 제30회 전북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은 작품이다. 1400년대 고려 말과 조선 초를 배경으로, 전주한옥마을 ‘600년 은행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엮었다. 소박하게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민중의 마음이 오래 묵은 나무의 향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전주를 배경으로 한 「교동스캔들」은 과거에 인연을 맺지 못한 남녀가 전주한옥마을에서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인연을 잇는 내용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2013 공연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그해 언론사와 문화계에서 ‘가장 전주다운 연극’으로 평가받았다.
「누룩꽃 피는 날」은 전주시립극단의 창단 25주년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70·80년대 전주의 예술인들과 주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선술집·학사주점, 막걸릿집보다 더 부산했던 백반집·닭내장탕집까지 작품 속 구수한 이야기를 통해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의 여자」는 태평양전쟁과 위안부, 창씨개명, 신사참배, 미군정 등 1940년대 해방을 전후로 긴박하게 살았을 우리의 거친 가족사와 그 속에서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 서글프게 담겨 있다. 제36회 전북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았으며, 2020년 한국극작가협회의 한국희곡명작선에 선정됐다.
「수상한 편의점」은 작가의 첫 작품인 「귀싸대기를 쳐라」(2001)의 2015년 버전이다. 경찰서 앞 편의점을 배경으로 인간 생활의 모순과 사회의 불합리를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제31회 전북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았으며, 전주영상위원회의 ‘전북 문화콘텐츠 융복합 사업’에 선정됐다.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한 작가는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며 10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특히, 전라북도의 인물과 설화, 역사와 언어, 민중의 삶과 유희, 흥과 콘텐츠를 소재로 한 집필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2회), 전북연극제 희곡상(4회), 작가의눈작품상, 불꽃문학상, 천인갈채상, 한국방송대상(지역다큐멘터리) 등을 수상했다.
작가는 “희곡은 혼자 썼지만, 희곡이 무대에 오른 연극은 연출과 배우와 관객 모두의 것이며, 희곡집 발간은 문학사와 연극사를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한 작업”이라며 “기록의 의미로 책을 엮었다”고 밝혔다.
2021 제2회 성평등전주 페미니즘 예술제
예술을 통한 연대로 혐오와 차별을 뛰어넘다
성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제2회 성평등전주 페미니즘 예술제 ‘F연대기’가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선미촌 내 기억공간에서 열렸다.
F에는 Female(여성), Feminism(페미니즘), Forward(앞으로)의 뜻을 담았다. 여성의 삶을 기록하며, 억압받았던 역사 속에서 진실을 찾고, 비틀린 시선에 대항하여 연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안전과 생존을 외치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혐오와 차별을 뛰어넘는 예술제로 만들어 나갔다.
29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여:시팀의 낭독과 수컴퍼니의 뮤지컬 공연으로 예술제의 시작을 알렸다. 예술제 기간 동안 성매매 폐업소였던 시티가든 기억공간과 3-4(전주시 완산구 물왕멀 2길 3-4)에서 여성 착취를 잊지 않고 여성인권을 도모하는 전시가 진행됐다. 백하, 오연주, 정재민, 강현덕, 고나영, 고보연, 송원 등 여성예술인들이 전시에 참여해 공간에 새 숨을 불어넣었다. 10월 1일에는 싱어송라이터 송은채(이상한계절)와 함께 성차별 표현이 담긴 노래를 성평등한 가사로 바꾸어 부르는 ‘랄랄라데이’가 열렸으며, 10월 3일에는 ‘변화와 월담‘과 함께 손과 다리를 뻗어 휘두르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통해 폭력과 혐오를 떨쳐내고 자유롭게 연대하는 ’훌랄라데이‘가 열렸다. 폐막식에는 DJseesea의 디제잉, WE:I팀의 밴드공연이 펼쳐졌다.
예술제 기간 동안 성평등전주, 시티가든 기억공간, 3-4를 방문하여 도장을 찍어오면 F연대기 굿즈를 주는 스탬프 투어도 함께 진행됐다.
누에아트홀 여은희 릴레이 개인전
작품을 통해 말하는 환경과 생명의 순환
자연과 책에서 창작의 원천을 발견하는 미술가, 여은희의 릴레이 개인전이 누에아트홀에서 출발을 알렸다.
‘젖은 날개를 말리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전시에서는 장자의 무위(無爲)사상을 근원으로 생명의 순환과 환경문제를 표현했다. ‘젖은 날개를 말리는 시간’은 나비가 다시 날아가기 위해 젖은 날개를 말리는 시간을 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보이는 멈춤의 시간이지만, 다시 날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의 무위는 목적에 사로잡히지 않고 행하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자연에 따라 행하고 인위적인 사람의 생각이나 힘을 더하지 않는 것으로 자연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순환을 강조한다. 환경문제를 말하기 위해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고, 대지의 변화와 공기, 물, 바람, 빛의 기운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의 구조로 파생되는 인간과 자연의 황폐와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예술가의 위치에서 작품을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차 전시는 9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누에아트홀에서 열리며, 2차는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3차는 11월 2일부터 7일까지 교동미술관에서 열린다.
여은희 작가는 전북완주 출생으로 ‘실로 그리는 회화’의 세계에 매혹되어 20년 넘게 타피스트리(tapestry)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2019년 완주한달살기 레지던시, 2020년 기술과 예술의 만남 전주콘텐츠페어, 2021년 탄소예술특별기획전(전주팔복예술공장) 참여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