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늘을 담고 미래를 그리다
글 김하람 기자
팬데믹 시대의 어려운 역경 속에서 오히려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 활동에 몰입한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선보였다. 서학동예술마을을 중심으로 전주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 제14회 전주국제사진제다.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제14회 전주국제사진제는 ‘TIME IS NOT PASSING WIHTOUT MEANING(시간은 의미없이 흘러가지 않는다)’를 주제로 코로나 시대에 끊임없이 도전해나가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조명했다. 국내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빈티지 작품과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실내 및 대형 야외 스트리트 전시로 진행됐으며, 공방거리 내 지역 작가들과의 콜라보로 다채로운 볼거리와 작품성을 갖춘 실험성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였다.
<한국현대사진가 초대전>, <한국현대사진 특별전>,
<한국현대사진가 초대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여류작가 윤정미, 임안나 작가가 참여했다. “현실과 비현실사이”라는 주제로 임안나 작가의 ‘불안의 리허설’과 윤정미 작가의 ‘근대 소설’을 선보였다. 전시는 전주아트갤러리와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한국현대사진 특별전>은 “유토피아”를 주제로 유래없는 전 지구적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 사회와 환경에 대한 국내 사진가들의 고민과 실천의 결과물을 소개했다. 금혜원, 권도연, 김도균, 박형렬, 박부고, 안종현, 오석근 등 국내 사진계를 대표하는 7인의 사진 작품이 전주아트갤러리와 서학예술거리 내 빈 점포를 갤러리로 탄생시킨 네 곳의 위성갤러리에서 전시됐다.
영국출신 사진가 폴 가드의 전시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After Life”를 주제로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폴 가드는 코로나 시대에 삶과 죽음, 특히 인간이외의 삶에 주목하고 사후의 세계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핸드프린팅과 또 다른 매체를 첨가하고 탈색 및 스크레치, 인코스티크 등의 고전프린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원본이 전시됐다.
<전주로컬문화 사진전>은 전북예술회관과 전주역 첫마중길에서 열렸다. 전북예술회관에서는 3년간 실크로드를 기록한 김민수, 김주희, 김진선, 오영기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Hello St.갤러리와 첫마중길 거리 전시에서는 지역의 문화를 각자의 시각으로 기록한 창작사진들을 초대했다. 전주역 첫마중길에 위치한 Hello St.갤러리는 주민, 시민, 여행자들이 공존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거리 문화예술을 발굴하고 연결해나가는 도시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올해는 서학동미술축제인 “쿤스트서학”과 콜라보로 진행하여 축제가 열리는 서학예술거리를 더욱 풍성히 채웠다. 또한 “전주옥상달빛영화제”와 “서학동예술마을 미술축제교류전”도 처음으로 시도됐다. 사진축제에서 다양한 매체와의 교류로 우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하고자 하는 취지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 전시의 공간을 온라인으로도 확장했다. 온라인 전시와 세미나를 함께 진행했으나, 방송 상태나 음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박승환 전주국제사진제 위원장은 경험이 부족한 만큼 앞으로 더 양질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많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으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나 리플렛, 세미나를 통해 세부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관람객의 자유로운 해석을 위해 설명보다는 작품을 부각해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서학동예술마을과 연계해 거리의 어느 곳에서든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전주국제사진제에서는 다른 지역의 사진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지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올해는 남부시장의 전주현대미술관, 전북예술회관과 전주역 첫마중길 같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전시 장소를 확장해 전주 시내 곳곳을 예술로 물들였다. 특히 서학동예술거리 내 빈 점포를 전시실로 활용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새 점포가 들어오기 전 올해만 시도해볼 수 있었던 전시로 텅 빈 공간, 텅 빈 벽을 대형 사진 작품으로 채워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유래없는 상황 속에서 모두가 그저 견디고 있지만 그 모든 시간들이 의미 없지 않음을 축제를 통해, 예술을 통해 위로하고 희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