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예술의 옷을 입다
글 이윤재 인턴기자
새로운 옷을 입은 탄소. 예술과의 만남은 더 흥미롭다
탄소예술 특별기획전<예술과 매체 : 영감의 시작>이 지난 10월 5일부터 오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탄소예술 특별 기획전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해주는 예술과 미래 신소재 탄소가 만나 새로운 예술영역인 탄소예술을 선보이는 자리. 탄소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예술매체로서 탄소를 테스트하는 시험대라고도 할 수 있다. 무한히 변신하는 탄소와 무한한 상상을 실현시켜주는 예술가들의 만남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김성수, 김수나, 박두리, 배병희, 여은희, 이강원, 이택구, 이호철, 장영애, 장철규 작가다.
탄소는 산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 우리생활에 밀접하게 쓰이고 있는 중요한 원소 중 하나다. 탄소는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강한 결합력을 지녔으며 무한한 조합이 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탄소는 첨단 소재는 물론 자동차, 반도체, 토목건축, 신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은 전국 최초로 탄소융복합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탄소산업을 필두로 미래신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탄소산업의 중심 전북에서 무궁무진한 꿈을 꾸는 탄소! 그러한 탄소가 예술이라는 옷을 입는다면 어떻게 변할까?
탄소는 물성의 특성 상 결합방식에 따라 흑연(graphite), 탄소섬유(Carbon Fiber), 활성탄소(Activated Carbon), 카본블랙(Carbon Black), 그래핀(Graphene) 등 다양한 형태로 변모되며 활용의 확장성 또한 무한하다.
비교할 수 없는 강도와 경량, 높은 열전도율 등의 특성을 지닌 탄소에 예술가들의 생각을 입혔을 때 어떤 작품이 탄생하게 될까.
탄소섬유를 이용한 작가들의 창의적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도 각기 다른 주제와 방식으로 탄소와의 만남을 시도한 열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탄소의 무한한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김성수는 탄소섬유가 다른 매체와 만났을 때의 조화로움을 실험한 작품 <Carbon Copy>를 내놓았다. <Carbon Copy>는 그가 2014년에 발표한 <Amusement Park in Box>의 연장선상이다. 실제 존재한 경주마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말의 갈기를 탄소섬유를 사용해 제작했다. 부분적인 활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내는지를 보여준다.
김수나의 <숨>은 탄소섬유가 가진 강함과 유연함, 그리고 닫힘과 열림이라는 상반된 물성 자체를 작품의 주제로 녹여냈다. 미술 작업속에 녹아든 탄소의 특성이 흥미롭다.
박두리의 <마스크를 써도 냄새가 난다> <탐색전> <긍정적 뜨내기>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픽션들’에서 보여진 ‘틀뢴’의 세계관을 빌려왔다. 병풍을 탄소섬유로 제작해 각도에 따라 변모하는 각각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발상이다.
배병희의 <집풍선>은 나무 조각과 함께 가볍지만 견고함을 가진 탄소의 속성으로 부유하는 집의 형상을 통해 휴식의 공간이자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완전한’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여은희는 탄소섬유와 리사이클링 재료를 결합시킨 <젖은 날개를 말리는 시간>으로 소재를 재해석, 탄소가 가진 지속가능함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이강원은 주름이 가진 운동성과 유연성을 탄소섬유에 담아낸 <주름 속의 삶>으로 물질을 넘어 추상적인 이미지로서의 생동감을 보여준다.
이택구는 도시, 집과 같은 일상의 풍경으로 보는 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선사하는 <life>를 선보였다. 캔버스 화면을 탄소섬유로 구성한 것이 특징. 탄소섬유가 가진 높은 열전도성을 이용한 발열현상을 온기에 대입하는 감각의 확장을 보여준다.
이호철은 잠수부의 모습을 통해 영웅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탄소섬유의 자유로운 변형성을 이용해 표현해낸 잠수부는 겉은 무거워 보이고 강해보이지만 실제 무게는 매우 가벼운데, 이 역시 탄소의 특징이다.
장영애의 <유연함>은 탄소섬유가 가진 물질적 속성에 주목하여 이를 부조의 형식으로 보여준 작품이며, 정철규의 <한 가닥의 한 자락으로> 연작과 <누울 곳 없는 말들>은 탄소 원사를 실이 가진 연속성과 연결, 원단위에 궤적을 남기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감싸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주문화재단과 전북대 링크플러스 사업단,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의 공동 협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전북지역 첫 ‘탄소예술’ 전시다. 이번 전시 담당자인 전주문화재단 김선태는 “여건이 된다면 이번 전시를 발판으로 탄소예술기획전이 하나의 지역 예술제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탄소와 예술의 무한하고 참신한 결합으로 탄생된 새로운 예술인 탄소예술은 전주 팔복예술공장(전주 덕진구 구렛들1길 46) A동 2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무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