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는 혁신인가 투기열풍인가
글 오민정 편집위원
“누나, 혹시 누나도 NFT 투자해봤어?”
“아니, 나 솔직히 이론만 아주 쪼~끔 알지... 한 번도 투자해 본 적 없는데.”
“진짜? 그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요즘 미술품으로 재테크 하는 게 대세라던데?”
“야, 먹고 죽을 것도 없어.”
얼마 전, 갑자기 지인이 NFT에 관심이 생겼다면서 뜬금 없이 메신저로 NFT에 대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안타 깝게도 나는 NFT에 대해서는 지난해 NFT가 급부상하기 시작할 때 뉴스를 보며 공부해 둔 것 외에는 딱히 아는 게 별로 없는 데다 그나마도 대부분 잊어버렸기에 관련 분야의 독학을 권유하며 대화를 끝마치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에 무색하게도 녀석은 재테크를 운운하며 자꾸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나도 얄팍한 지식이지만 TESSA를 들먹이며 거들먹거리던 녀석의 멘탈을 탈탈 털어주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놀랍기도 했다. 뉴스에서 MZ세대가 아트테크(Art-Tech) 열풍을 주도한다더니 정말 그동안 예술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던 내 주변에서도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 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예술’분야 일 것이다. 특히 미 술작품은 그동안 전시를 통해 거래됐기 때문에 미술 분야는 구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인식했지 미술시장이 이렇게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 부산’에서는 35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판매금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비해 미술품 판매액이 다섯 배가량 증가한 셈인데 아트 부산 외에도 여타 다른 아트페어들도 대부분 두 배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미술시장에 전에 없는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와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아트바젤인 홍콩’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최근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아트테크’의 열풍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달갑든, 달갑지 않든 간에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예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미술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편이 있는가 하면, 예술이 쇼핑이 대상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는 편도 있다. 실제로 백화점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서비스가 출시되기도 했으며 이러한 ‘아트테크’의 흐름을 통해 미술작품을 감상보다 재테크의 수단으로 대하는 현상들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고 일각에서는 거품이나 투기, 혹은 지나친 상업화라는 비판과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본연의 가치보다 투자 목적으로 미술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전환과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작가들이 선망했으나 ‘이루지 못한 꿈’과 같았던 미술의 대중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엄숙하고, 권위를 부여하며 다가가기 어려웠던 ‘예술’이 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화된 작품으로서 우리 곁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체질 전환을 시도하는 예술계의 변화에 대해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화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잡음과 부작용은 줄이고, 작품의 가치를 기반으로 공감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기존의 관습과 제도, 고정관념을 바꾸는 예술환경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NFT(Non Fungible Token) :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각 토큰마다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한 NFT가 다른 NFT를 대신할 수 없다.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작품에 대한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라고 할 수 있다.
·TESSA : 2019년에 설립된 온·오프라인 아트 플랫폼 스타트업 기업이다. 최근 뱅크시의 작품 두 점을 공동구매로 판매, 2,143명의 시민이 뱅크시의 그림을 분할소유하는 방식으로 구매했다.
·아트바젤 : 매년 6월 둘째 주 수요일부터 셋째 주 일요 일까지 스위스 바젤(Basel)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art fair)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이를 유치해 ‘아트 바젤 인 홍콩’을 매년 유치해 왔으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기도 한다.
·아트테크 :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 ‘미술품 투자’라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미술품 공동 구매’나 ‘미술품 분할 소유권 거래’의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